짜다라 에러븐 일은 아니다.
잘 쓸라카이 에러븐거지 나처럼 비맞은 중 맹이로 주끼대기로 작정을 하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지난 금요일 매곡 오촌아저씨네 잔치가 있어 그거 준비한다고 그날 오토바이를 타고 매곡까지 갔다.
매곡이래야 황간에서 한 14킬로미터쯤 되나? 근데 그 날 비가 와서 오토바이를 못 끌고 내려오고 오늘 날도 좋고 바람도 쌀랑쌀랑 부는데다 마음도 꿉꾸부리한게 기필고 말려야하는 구석이 있어서 카메라 들고 찬찬 그 길을 걸어서 갔다.
감의 고장답게 감나무 가로수에는 하찌아 감들이 누릇누릇 주저리로 달렸고 아직 추수가 안 된 들판에는 무엇이든 다글다글 영글고 있다. 길 가 사과밭에서는 붉은 사과가 햇살을 담뿍 받아 마시며 단맛을 높이고 있는 중이고, 올해는 풍년인가 꿀밤은 그리 많지 않다.
내동을 지나고 숲속의 집 오리탕집을 지나고 개천을 따라 풀섶을 걷는다. 한 삼십분 걸을때가 힘들지 삼십분 이상 걸으면 다리에 슬슬 지름칠이 되는 듯 훨씬 걷기가 부드럽다. 이렇게 가다간 끝도 없이 가는게 아닐까 염려가 될 만큼 하염없이 걸을 것 같은 예감도 문득 드는 것이다.
아침에 공연 고스방 밥 먹는 턱주가리 앞에 앉아서 말을 주고 받고 한다는 것이 한따까리 할 뻔했다.
안 그래도 금요일부터 나도 잔뜩 부아가 부어터져서 뭐라 언놈이 껄끄럽게 말만하면 펑 하고 폭발을 할라고 벼르고 있는차에, 어제 논산 잔치 갔다오고 피곤해 죽겠는데 아침 5시 조금 넘자 어머님이 나오시면서 고스방(그러니까 어머님 아들)이 마루에서 오그리고 자니까 방에 들어가서 자지...잘라믄 이불이나 하나 덮고 자지..이러시면서 은근히 방에서 이불 덮고 자는 며누리가 못마땅하다는 듯 말씀을 하시며 나온다. 어제 밤에 그만 방에 들어와서 자라구 입이 딿도록 이야기를 해도 티비 틀어놓고 미적거리더니 그만 잠이 들어서 마루에서 혼자 잤나보다. 나도 피곤하니 혼자 방에서 자다가 그 소릴 듣고 일어나니 그 시간이다. 나중에 한 숨 자고 고스방 일하러 간다고 씻으러 들어갔는데 나도 오줌이 마려워 욕실에 들어가서 오줌을 누는데 통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밤새도록 고여있던 뱃속의 가스가 뽀오옹 나오는 것이다. 머리에 비누칠을 잔뜩해서 허연 가면을 뒤집어 쓴 듯한 고스방이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퀵 서비스"(핸드폰 문자서비스)가 아니구 픽, 서비스구만.. 어이구 여편네가 방구가 나오면 좀 참는 맛도 있어야지 있는대로 내뿜고 있어"
"아이, 밤새 참은 오줌이 터질듯 나오는데 내가 무슨 수로 한쪽은 나오는데 다른 한쪽은 못 나오게 막노. 나는 그런 구조는 못되는구만. 하나 열리면 다 열리는 시쓰템이야 "
"여편네가 조신한 맛은 없고 이제 맛이 없으려니 벼라별 것에 다 밥맛 떨어지게 그러구 있어"
아침부터 밥맛 이야기하는데 지끼봐야 쌈밖에 더 나겠나 싶어 참고 아침을 차려주는데..또 딸래미하고 나하고 싸잡아 못난이네 어쩌네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당신은 왜 내집 식구들이 젤 이뿌다해야 하는데 맨날 식구들 못났고 딸보고 엉덩이 크다고 핀잔을 하고 그래요. 나중에 걔가 날씬할지 뚱뚱할지 어떻게 알고 맨날 그렇게 이야기 하냐구...나도 말소리에 쪼매 독기를 콕콕 박아 넣어 되쏜다.
"험담하는기 아니고 느그들이 각성을 하라고 그러는거야."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고 각성도 우짜다 각성이지 맨날 그렇게 얘기하면 좋다할 놈이 어딧어요"
(그래도 우린 허리사이즈 삼십인데 저는 삼십육을 입으며 누구더러 뚱뚱하다 뭐하다 이야기하는겨 니나 잘 하세요 할려다 꾹 참는다)
그러다 연금 이야기가 나왔고, 나중에 연금으로 한 이십만원 나오는데 ...이러길레 그럼 그 연금은 받아서 내가 써야지 이렇게 말하니 여편네가 헛버라도....(그 뒤에 말은 안 들어도 안다)
말이 그렇지 당신 다 써요. 나는 한 푼도 안 쓸테니. 대신 잡지나 말어.
그랬더니 고스방 <잡지는 말어>가 무슨 뜻인지 묻는다
<잡지나 말어>의 배경과 속뜻을 다 말하면 순정의 사나이 고스방은 뒤집어 질거구 그래서 그냥 내가 놀러 간다 할 때 가지 말라고 잡지 말으란 말이여 하고 얼버무리고 만다. 그랬더니 고스방 마음이 상했는가 꾸리한 인상으로 일을 나갔다.
나도 참 못 땟지. 다른 일로 부애가 나더라도 출근하는 스방한테 꼭 그렇게 한 점 남김없이 풀어헤칠게 모야. 보내놓고도 좀 마음이 안 됐다. 그래서 아침도 대충 식빵 한 쪼가리로 떼우고 가랑가랑 마른 하늘 아래로 나를 내 보냈던 것이 가을 길 걷기다.
한시간 이십여분 걸으니 매곡에 도착한다.
오토바이 찾아서 타고 오니까 오분도 안 걸린다.
그렇게 바짝 나를 말리지는 못했지만 대충 곰팽이 안 슬 정도로만 말려서 나를 추스린다
가을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를 말려가는 계절이다.
이렇게 주끼듯 쓰면 읽는 사람은 좀 그럴지 몰라도 나는 속이 씨원헝깨로.
오토바이 타고 오는데 문자가 와서 엉덩이 뒷주머니에 꽂아놓은 셀폰이 드르륵 떤다
"당신이 보고 싶구료"
픽서비스로 방구끼는 여편네가 이리 보고 싶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ㅎㅎㅎㅎ
덧붙임>>>>
못다 말린 나락 열여섯 푸대를 다시 헐어 오늘 한번 더 볕을 쐬였다
저녁에 혼자 나와 나락을 퍼 담고 있는데 고스방이 후다닥 들어와서 거들어 준다
나락을 퍼담다가 고스방이 떨떨떨...하고 방구를 뀐다
옆에서 같이 나락푸대를 붙잡고 있던 딸이...이이잉..방구..이런다
그래 내가 한 마디 했지
"이건 방구가 아니고 픽써비스야"
고스방 실쩌기 웃으며 여편네가 하룻밤도 안 지나서 똑 같이 써묵을라해....
나락 퍼담고 마당에다 돗자리 깔고 자장면 시켜먹으니 꼭 들판에서 추수하고 먹는 기분이라.
사람 마음이 그려 아침에 팽하다가도 저녁에 희희낙낙 붉은 석류처럼 웃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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