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그냥...

황금횃대 2005. 10. 7. 22:44

내일 논산으로 작은집 잔치가요

노총각 둘째 삼촌이 이제서야 각시를 구해서 장가를 간다네요

논산 츠자래요. 그래서 논산에서 식을 한데요

오늘 작은집(오촌 아저씨)에 가서 부침개 굽는 사람들 점심 챙겨주고

건너편 빈집 마당에 솥 걸어 놓고 돼지 한 마리 잡은 거 고기 썰어 부지리 날랐어요

가을비는 추적추적 포도 위에 허만하 시인의 표현처럼 수직으로 널찌고

나는 알미늄 오봉에다 이것저것 담아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사이로 막가 여인이 되어

잔치집의 분위기에 구색을 맞췄어요

 

점심 먹고 두시 어지가히 넘어강께로 내가 할 일이 없어졌어요

오토바이타고 거기까지 갔는데 비가 와서 집으로 타고 올 일이 난감해졌어요

그래서 삐리리 면의 회장한테 전화 했더니만 득달같이 달려와서 우리 동네까지 태와줘요

그럼시롱 누가 볼까봐 육실허게 눙깔을 돌리며 두리번거리싸요

어허...비 와서 같이 타고 왔다허믄 되지 뭘 그리 겁을 내싸요

요새는 어찌된 셈인지 여편네가 더 대담합니다.

 

집으로 갈래다가 에라이 묵은 때나 벗기자 싶어서 김천으로 갔세요

목욕탕에 가서 때미는 수건 오백원 주고 하나사서 탕 안에 들어갔세요

평일 인데도 목욕하는 아즈매들이 어법되요

내 옆에 앉은 아즈매한테 응근히 등때기 같이 밀려는가 물었더니 아이고 아즈매가 아주

수월하게 그라입시더 하며 대답하네요. 오랜만에 넘의 아즈매 등때기에 온 힘을 기울여

벌겋게 힘좀 썼세요. 그랬더니 아지매가 시원한가 내보고 비누도 같이 쓰라하고, 나중에는

린스도 병 헹군거 나보고 쓰라고 주데요 ㅎㅎㅎ

 

목욕 도구라고는 하나도 안 가지고 목욕탕 갈 때는 저으기 걱정이 되더만

때타올 하나 사서 맘 먹고 묵은 때를 쓱쓱 밀고 있자니, 몸은 활딱 벗어제낏지만 배짱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좀 건너편 아지매한테 가서 샴푸도 빌려봤세요. 거참...벨로 힘이

안 들더만요. 내 것 없으면 죽는 줄 아는 세상인데 글치도 않더라구요

 

때, 싸악 벗기고, 목욕탕이 크니까 베라벨기 다 있어요. 보턴을 누르면 안마가 되는 물줄기가

나와서 삭신 아픈데 안마도 해주고.. 찬물을 수영장처럼 받아놔서 거개 가니까 폭포처러 물이

철철 떨어져 어깨 아픈데 안마도 해주고...다같이 삼천오백원 주고 목욕하는데 시골 황간목욕탕

하구는 너무 달라요. 황간 목욕탕에 처음 결혼하고 가니까 물에 때가 둥둥 떠 다니니까 주인 아지매가 와서 뜰채로 때를 떠다 내요. 내가 그걸 보고 기겁을 했으니까. 그것만 있는기 아니고 할매들은 고무신도 목욕탕에 갖고 와서 싸악 씻어서 귀퉁이 세워놨다 가져가고, 옷 빠는 것은 기본이고...ㅎㅎㅎ 그래도 그 목욕탕 물은 끝내주게 좋아요. 수질이 좋아서 때 밀면 국시가닥처럼 슥슥 밀려요. 때 빗기로 갔는데 때가 깐깐하게 잘 안 밀리며 열 받아요.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요

 

목욕하고 머리카락 대충 말리고 나오니까 그래도 여적지 빗방울이 또닥또닥 떨어져요

내일 잔치 갈 때 입을라고 정장을 꺼내놨는데 속에 입을게 마땅찮아서 시내로 차 타고 들어가

나시 티를 하나 샀어요. 벌써 옷집 진열장에는 가을옷이 물결을 칩니다. 거기서 재고로 남아 있던 나시티를 샀는데 지난 여름 유행안 구슬박힌 옷이라요. 가슴부분을 가로지르며 반짝이는 것들이

조롱조롱 달렸세요. 나는 이런 옷 첨 입어봐요. 지금 안 입으면 언제 입을까 싶어서 이만원에서 백원 거실러 받고 한벌 샀세요

집에 와서 입어봉께로 가슴이 얼마나 화악 파였는지 꽥! 큰일이다 험씨롱...그 위에 뜨게질한 볼레로를 걸쳐 입었는데도 위에서 내가 내려다보니 자꾸 가슴패기가 다 보이요  옷을 자꼬 꺼직고 땡기 올리도 맨들기를 그래 맨들어놨으니 자꾸 실실 내려가요 땡기올리다 올리다..가마이 작정을 하고 옷 사이로 드러난 가슴을 들여다봐요.

 

들다봐야 한 쫑구래기도 안 되는 그걸 가리볼라고 애써 쌌는디야 쯧쯧..

 

 

 

 

*쫑구래기 - 종지 크기만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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