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목포는 항구다

황금횃대 2005. 11. 22. 13:53

 

목포는 항구, 맞습니다 맞고요

만나보고 싶었던 플샘과 아우좋아샘, 그리고 엉겹결에 희야님까지 다 만나봤지요

해바라기꽃님은 오신다니 안 오셨데요

너이가 밥도 같이 먹고, 선착장 옆 다방에 올라가서 삼개월치 수다(희야님 표현)를 열심히 떨었재요

내 경상도 사람이라도 목포말 잘 알았들었세요

내색은 안 해도 플샘하고 아우좋아샘은 좀 어리둥절했을기라.

그들이 젤 알아 묵기 힘든 말이 <짜다라>란 말이였슴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짜다라>란 말 대신에 <디기>,<억시기>,<억수로>이런 말도 쓰인다는걸 퍼뜩 말해주긴 했는데

역쉬나 못 알아묵기는 맹 마찬가진거 같아요.

 

희야님은 정말이지 내 가슴으로는 다 안지도 못할 선물을 안기셨구 아우좋아샘은 이쁜 한지를 전지루다 돌돌 말아서 내게 건네줬습니다. 관광버스 아저씨가 이렇게 묻더군요

"그거 포장진교?" ㅎㅎㅎㅎ

"포장지 아이라요"

 

농민들이 고속도로 곳곳에 길을 막는 바람에 돌아돌아 갔는데 그래도 약속 시간에 유달산에 닿아서 이렇게 단체 사진도 찍었쥬

 

 

 

<앞줄부터 영숙이,경옥이,순희,애경이,경순,상순, 순옥이,화자, 영신이,봉남, 찬숙이>

 

노적봉 올라가는 계단인데, 이렇게 계단에 차계차계 앉아서 사진을 찍다 봉깨 초등학교 수학여행이 생각났어요. 경주국립박물관 계단에서 학급단위로 단체사진 찍던 생각이. 항상 사진사의 이런 주문이 있었쥬. 사람 사이사이에 뒷사람 얼굴이 나오도록 앉으세요 하는.

다 같이 토끼띠 친구들이예요. 첨에 띠계 모을 때는 열여섯명인데 서울로 김포로 이사가고, 황간에서 튀김닭집 하는 친구는 빠졌세요. 우리 보다 더 재미있는 계모임이 있는가벼.

 

플샘은 진짜 얄랴부리 플라이급으로 생겼구, 아우좋아샘은 진짜 아우좋아하게 생겼어요

이런 느낌을 다른 말로 표현해서 풀어쓴다는건 참 무리라. 어쨌던 글하고 사람하고 딱 맞아떨어지게 생겼어요. 내 느낌으로는 플샘이 글보다 몸태가 더 플라이급이라는 것. 그럼 뭐야 글은 헤비급인데 생긴건 플라이급이면..글은 좀 뻥이 심하다? 이런 풀이는 절대 아니쥬.

 

희야님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어요. 그걸 그냥 표현하자니 재미지 그 세월 살아 온걸 생각하면 재미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던 좀 헐렁했던 사는 일이 그렇게 짜기도 하다가 쓰기도 하다가 달기도 하다가 덤더무리하기도 하다가..그러니 재밋지요.

어쩌면 담에는 일박이일로 목포행 할 수도 있습니다.

 

다들 처음 만났지만 블로그라는 창을 통해 많은 교감이 있었고, 그 교감으로 인해 낯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유람선을 타고 한시간을 선상에서 광란의 몸부림으로 몸살을 할 동안, 저는 에머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어요.

 

몇 시간 같이 있지 않았지만, 집에 와서 잠 잘라구 눈을 감으니 그들의 선한 얼굴과 눈빛이 저절로 망막에 스스르 맺힙니다.

 

 

노적봉 뒤로 목포바다가 보이고 뺑둘러가며 시가지가 형성된 모습인데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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