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박씨아자씨가 송광사까지 쫒아가서 분명 머리 18도쯤 기울이고 찍었을 단풍>
그 가을볕이란놈 자지러지네
나뭇잎
한 장이 진짜 이렇게 물드는것에 내 알바 아니지만
문득 흐르는 낙엽을 주워보면 이처럼 군데군데 슬픈 녹(綠)이 보여
햇살만 마시고, 물만 들이키고, 바람에 나부끼기만 했을터인데
어데서 저리 심정 상하는 일이 있어 검버섯을 피워
물었나 싶지.
가을이면 그냥 가을인갑다...이젠 그래
아프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라 인생은, 그만큼 내 생이
단단해진거지
감잎이 떨어져 바람 부는대로 몰려 다니니 집구석 지저분해 죽것어
대빗자루로 장꽝 위에 떨어진 감잎을
쓸어내리느라
오짓독 대가리를 억센 대빗자루로 쓸어내리면, 장독 뚜껑은
아프다고 떨거덕떨거덕 소릴 내어쌌고, 그러면
깜짝 놀라 대빗자루는 때기나발치고 냉큼 장독 대가리 어루만지러
뛰.어.가.재.요.
그러면 담장
위에 혼곤히 앉아 있던 가을볕이 우습다고
자지러집니다.
오늘도 날은 밝아,
아픈 허리를 비틀며
일어는난다지만
특별한 각오가 없어 양철 지붕 위에
무서리 내린 밤의 기척만 눈길로 더듬다가
나는
고만....
2003년 늦가을에 쓴 글인데 옛 목록에 대충 있나 찾아보니 없는거 같아
뭐 있음 어때? 두 번 읽어도 배 부른 일 아닌걸.
메일 저장통에 있는걸 읽었는데
그 땐 어째 저런 글을 다 썼나싶어요^^
사람만 늙는게 아니고, 감수성도 늙나벼...쿨럭.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해의 추억(완결) (0) | 2005.11.23 |
---|---|
목포는 항구다 (0) | 2005.11.22 |
막내 동생 (0) | 2005.11.19 |
사는 이야기 (0) | 2005.11.17 |
여자를 위하여 (1) | 200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