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뱃가죽 때를 밀면서

황금횃대 2005. 12. 8. 12:42

오랜만에 목욕을 갔다

목욕을 그 동안 안 한게 아니다. 그냥 집에서 혼자 한게다.  공중 목욕탕에 가서 다른 아지매랑 같은 탕에 들어가 때를 불리고, 다리를 쭉 뻗으면 맞은편 탕의 벽이 발끝에 닿는 그런 조그만 탕의 지름도 내 몸을 늘게서(늘려서) 재어봤다. 십년전이나 다름 없다.

 

십년 동안 내 몸은 꼬부라 들지도 않았고, 더 늘어나지도 않았다. 기럭지가.

며칠전 고스방 차을 타고 시장에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허리가 잔뜩 꼬부라져서 유모차에

의지해 어딜 가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 그걸 보고는 내가

"에혀..나도 늙으면 저렇게 꼬부라져서 유모차 끌고 댕기겠지? 미래의 내모습이야"했더니

옆에 앉은 고스방 왈,

"다른 사람 다 꼬부라져도 상순이만은 안 꼬부라질거야"

"내라고 별수 있어? 내가 뭐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늙어 칼슘이 빠져나가고 힘 없으면

꼬부라질밖에"

"그래도 니는 안 그래. 내가 맨날 영양대롱(?)를 꽂아 주잖아"

"푸하하하하하....영양대롱"

내가 얼마나 차 안에서 웃어놨던지 눈물이 다 날려구했다

그러자 고서방 또 왈,

"니는 내한테 하루에 세 번은 고맙습니다 하고 절해야해. 오늘도 이렇게 웃겨서 엔돌핀

팍,팍 돌게 해주잖여"

 

기럭지 안 줄어 들었다는 이야기하다가 별시런 얘기가 다 나온다 끙.

 

때를 불려서 미는데 착실하니 죽죽 잘 밀린다.(좀 더럽나? 얘기가)

근데 배에 때를 미는데 밀어도 밀어도 자꾸 나오는 것이다. 그 때 손으로는 때를 밀면서

내 머리 속에 들어 왔다 나간 생각들을 여기 써놓는다 (잊어 먹으까바)

 

내 중학교 다닐 때 이온에 대해서 배웠다. 눙깔을 감은 듯한 모양의 마이너스 이온과 십자 나사의 대가리 모양같은 양이온.

 

내가 수학은 참 못해도 물상은 잘 했다. 그 당시에 내 꿈이 천문학자 혹은 과학자였다면 물상에

관심이 있는건 당연한 일이겠다. 올레인산 부피 구하는 공식에서 잠시 헤매고 버벅거렸지만, 운동의 제 1법칙에서 제 3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등속, 등가속에 힘의 균형, 이런거 배울 때가 꽃피는 봄날이였다. 사람은 느릿느릿하게 생겨도 떨어지는 물체의 속력을 구하고, 시간을 찾아낼 때 너무도 좋았다. 그리고 재미있게 공부한 대목이 이온의 이동이다. 금속의 약자를 외우는 일도 재미있었고, 황산구리 용액에 구리판과 숟가락을 꽂아서는 교실에서 숟가락에 동도금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거의 경이에 가까왔다. 아하. 과학이 저런거구나. 황산구리 용액이 전기분해 되면서 이온의 이동으로 숟가락이 누르스름하게 동도금 되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림으로 음이온 골백번 그리고 설명하여도 그렇게 한 번 실험하는 것으로 전기분해 과목은 불을 보듯 훤하게 알게 되었다.

 

자...그럼 뱃가죽에 때와 전기분해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여간 상관이 있다. 안 그라면 맨날 씻고 하는데 왠 때가 이렇게 한정없이 나온단 말인가

이건 필시 고스방이 잘 때 배를 내 배에 붙이고 자니까 그 쪽 때의 이온이 내 배에 다 와서 붙은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런 의심을 하는데는 물증도 있다. 고스방에게 목욕할 때 때를 좀 잘 밀으라하면 자기는 때가 별로 없다고, 밀고 싶어도 때가 없단다 이거 보라구. 내 추측이 틀렸는가.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럼 전기가 있어야 전기분해도 있을건데 코드를 꽂고 자는가? 하고 묻는 사람이 이 방을 들락거리는 사람 중에 또 있을랑가? ㅎㅎㅎㅎ

 

 

삼투압의 원리도 생각을 했다.

농도가 높은 것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고서방의 때가 농도가 훨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데 내가 모르는 곳에 가서 털고 오지 않는 이상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 일하는 환경을 생각할 때 이건 확인하나 마나다.

그러니 때의 농도가 낮은 내 쪽으로 때가 흐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으이고....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일이 과학하고 무관하게 그냥 대충 흐르는 것 같아도, 뱃가죽에 때 하나 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과학과 밀착된 생활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과학리포트 끝.

 

 

*좀더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야하는데 시간 관게상. -뭐 네이쳐나 이런데 발표 할끼 아니니까...항 상 대애충...까있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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