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님이 2005년 첫눈 찍었데요>
밖에는 무수 눈발 난분분 ...
첫 눈이라 조신허네요
바람 아니 이는 골짜기며
삭풍 한자락 아니 흩날리는 감나무 가지
끝으로
첫 눈이 아주 조신허니 오네요
녹아내리는 놈들의 설운 마음이야 아랑곳 없는 듯
그 위에 쌓이고 쌓이는
기쁨으로 아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밤
가까이 기차가 지나가..
머리 불빛 붉은 반경 사이로
눈발은
수용소를 탈출하는 죄수의 등때기에 꽂혀지는 조명 같어
하나하나 하늘에서 摘發 당한 눈꽃들이 슬프게 슬프게 지상으로 낙하
도중 몇몇은,
죄 많은 내 눈빛에도 적발!
팔짱끼고 내다보는 밤 풍경은 멋지요
멋지다 못해 저 靑烏의
휘장이 스스로 일렁이기까지 하네
성당 뒷마루 네온등이 눈을 함빡 맞으며 조으는 시간
아랑곳없이 눈은 계속 와
아마 꼴딱 새일것 같으이
청춘 아니라서 눈을 보고도 날라리같이 높고 고은 음을 빼어 물며
마당으로 뛰내려가며 고함 지르기는 뭣하지요?
그져 자슥새끼들한테 손 시려우니 장갑이나 챙겨 끼라고
눈 쏟아지는 마당 가운데로 푸른색 장갑이나 던지우는 내 마음
맨발로 마루에 서서 까딱않고 바라만 봅니다.
눈은
가까운 듯 하여도 마음에는 이미 멀어,
선뜻 손 내밀지 못하는 시림이 가슴에 못처럼 박혔지라.
나이 들어 가면서 느는 것은 차가움뿐이요
불과 일,이년 전만
하여도 그저 열정에 신열을 띄우고, 정열에 온 몸을 내 던지우겠노라 마음에 헛풍선을 불은 적도 있지만, 이제는 이도저도 손
놓고...
돌절구 고인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몇 잎의 낙엽으로 맴돌뿐이요
그대여
늘 건강하시고
촌아짐씨는 늘 그만그만 하니 제 목숨 꾸려가고 있습니다
-내 서른 아홉, 첫 눈 내린 밤에 쓴 모양이여-
**************
1,
지난 목요일, 뱃가죽에 때를 밀고는 금요일 첫 차로 대구에 갔었재요
김천즈음 가니까 해가 떠요. 동쪽하늘이 벌겋게 되더니 해가 똥그랗게 떠 올라요
기차는 빨리 달리고 카메라 꺼낼 여유도 없이 해는 기차 뒤로 지나가버립니다
행동이 빨러야 할텐데 그도저도 아니니 놓쳤지요. 허기사 행동 굼떠서 놓치는 일이 해 사진 찍는 일만 있겠시요?
친정집에 가서 떨리는 마음을 좀 진정 시키고 입 안이 소태같아서 물러 헹궈내고는 내시경 검사를 했습죠. 수면 내시경 안 하고 그냥 했어요. 꺼억꺼억 왝왝, 왜가리 소릴 지르면 위내시경을 했어요. 궤양이 있답니다.
짜드라 술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게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아, 거 헬리코박터균이 내 속에 산다네요. 그 놈 때문에 자꾸 위장에 탈이 생기는 거람서 4주처방을 받아야한답니다.
그 날 밤, 둘도사님하고 만내서 소주 한 잔하는데 해물탕 시켜놓고 혼자 두 병 마시라하구 나는 한 잔 받아 놓기만 했어요. 술을 턱주가리 앞에 놓고도 못 마시는 그 심정이라니.
얼른 속공장 낫궈서 완치됐는가 안 됐는가는 내시경으로 확인 하는기 아이고 소주 두 어병 나발 불어보면 안다지요? ㅋㅋㅋㅋ
여튼, 어제부터 약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아프다고 엄살 떠는 건 안 좋은 일인데..
2.
왜 서른 아홉의 눈을 이야기 하냐구요?
토요일,
그 서른아홉의 생을 온통 사로잡았던 사람을 만났답니다
세월은 그 시절로부터 한 없이 내달음쳐 와 있는데
문득 그 때가 궁금한거라
다행히 나는 일기를 듬성듬성 써 놓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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