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황금횃대 2006. 1. 10. 17:32

요새 일주일에 두 번은 동네 면사무소에서 요가 수업을 하러 간다

첨에는 둘둘말린 멍석을 어깨 짊어지고 면사무소까지 걸어갈래니 심심한 촌동네에서

이 무슨 별스런 차림인가 싶어 주위를 휙휙 돌아보며 눈치를 봤지만 두어달 댕기다 봉께

그것도 만성이 된지라, 등때기를 가로지르며 요가멍석을 매고 금상교 다리를 잘도 걸어간다

 

새해부터 요가선생님이 바꼈는데 저번에 하신 선생님보다 훨 적극적이고 사람들과 밀착력있게

수업을 해서 다들 힘이 들면서도 좋아한다

요가 수업 받는 사람들의 연령이 내가 두 세번째로 어리다면 어릴터이니 그 연령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요가가 끝나면 모두 손자 이야기 시집 간 딸이야기 이런걸 주고 받는 통에 우린 그 대화에 끼여들

틈새기를 못 찾는다.

 

이 요가 선생님이 와서 첫 시간에 가르쳐준것이 요가식 인사 , 두 손을 수평 합장하고 "나마스떼"하며 소리내어 인사하는 것과, 소매가 없거나 짧은 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

 

요가하는 장소래야 면사무소 대회의실 도께다시 바닥 위에 발포매트를 깔고 그 위에다 개인 매트를 깔고 하는데 한참 하다가 송장체 유지하며 누웠으면 발가락이 시릿시릿하다. 그런 곳에서 하는데 소매없는 옷을 입으라니..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일리는 있어. 팔뚝이 다 보여야 자신의 선을 자세히 볼 수가 있고 동작의 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집에 와서 소매없는 나시티를 찾아 입고 연습을 하는데, 겨드랑이 털이 문제다

 

울 딸이 보고는 엄마 올 여름에는 꼭 제모제를 사서 우리도 털을 제거하자고 얘길한다

 

그러자고 해 놓고 가만히 생각하니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작업을 하고 런닝차림으로 나와서 팔을 번쩍번쩍 들어도 그곳의 털이 챙피하다는 생각을 안하는데 왜 여자들은 그것을 없애고 난리를 치냔말이다. 보기가 싫다고? 그럼 남자들도 보기 싫어야할 것 아닌가?

 

내가 울 딸에게 그렇게 말을 하니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냥 보기 싫다고 얘기한다.

남여 차별을 하면서 키운 것도 아닌데 울 딸은 벌써 그 시스템속에 들어가 있다

남자가 괜찮으면 여자도 괜찮은거 아닌가?

그리고 겨드랑이 털은 땀조절이며 냄새를 완화 시켜준다고 중학교때 배운 것도 같은데..

 

여름에 더울 때 일을 하면 남자들은 웃통을 벗어부치고 일을 하는데 여자들은 또한 그러지 못한다

나도 포도밭에서 일 할 때 너무너무 더우면 옷을 화악 벗어버리고 싶은데 실제로는 그 가슴을 옥죄는 브레지어도 벗어던지질 못한다. 젖꼭지가 옷 위로 드러나면 챙피하다는 생각을 우린 언제 주입받았을까. 2차 성징이 나타날 때 가슴이 조금씩 커지면 여학교 가정 선생님은 아무런 설명없이 브레지어를 하라고 막무가내로 이야기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무조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왜 해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도 울 딸에게 이유없이 단지, 가슴이 커지니까 해라..하며 사주었던 브레지어다

 

에잉...뭔 말을 할래다가.

 

여튼 소매없는 옷을 입고 요가를 할래니 나부터도 그놈의 털로부터 자유롭질 않은거다.

 

옛날 어느 신문에서 읽은 소설가 한창훈의 말이 생각난다

 

목욕탕 숫채 구멍에 쌔고 쌨는 그 털이 왜 우리의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그 때 아마 <거짓말>이란 영화를 상영할 때였을거라.

일본에서도 포르노와 그렇지 않는 것의 구분이  음부 털의 노출 퍼센트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하니.

 

 

올 여름.

딸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싼 제모제를 살 것인가 아니면 그냥..늠름하게 드러내고 댕길것인가 그것이 문제고만.

 

살아가면서 별 문제에 다 부딪히는데 내 이론으로 딸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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