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
짜장면 먹은 티를 깡그리 감추고 그녀는 허름한 짜장면 집에서
철제의자 밀어내는 소리를 내며 문 밖으로 나왔다
노가다 리는 마지막 짜장면 한 올을 꿀떡 삼키며 스쿠터
세우는 소리에 뛰쳐 나오듯 나왔다
둘은 그렇게 내 앞에 어색한 웃음으로 첫대면을 하게 된 것이다.
노가다 리의 취향을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허름한 국밥집이나 어딜가도 밥값에 바가지가 없는 짜장면을 먹어서
기맥히게 맛있는 집을 찾아 낼 때의 희열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그가 그날 이 여자를 만나 허름한 동네 짜장면집에서 찾던 희열을 엉뚱한데서 찾은게 아닐까 하는 것은 짐작을 하지 못했다
노가다리와 그녀는 각각의 차를 몰고 왔다
어차피 노가다 리와 나는 동동주 한 통 할 묵언의 예감이 있었으므로
당연히 차는 그녀의 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이삼년 전, 물한리 야영장에 갈 때 선생님들 틈에서 얻어마신 동동주의 맛이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라, 어지간하면 잊어 버리는 촌여편네의 혓바닥 감각이 그것만큼은 잊어지지 않고 내내 기억이 되어, 언제든 교통편이 제공 된다면 물한리 그 송림 숲에서 동동주 잔을 동동 띄워놓고 마셔보리라 속으로 깊은 다짐을 하여두었던터다.
그런데 그 날, 그 기회가 왔으니 나는 사람보다 동동주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슴 벌렁거림이 난닝구 뚜껑을 벌떡뻘덕 뛰게 하였다.
작년 수마가 할퀴고간 자욱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물한리 골짝에도 남아 있어 국도가 군데군데 파 헤쳐지고 정작 기대면 와그르르 무너질 밧줄들이 떨어져 나간 도로에 말뚝을 의지에 처져있다.
그녀의 운전솜씨는 출중하였다
국도를 따라가며 막바지 자두꽃이 만발을 하였고, 볕바른 배밭에는 밤마다 월백한다는 이화가 무더기무더기 가지에 달려, 촌 아낙은 두 꽃을 구분해 주느라 곱은 손가락질을 무던히도 창 밖으로 내 보내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쉴새없이 주끼댔던거 같다.
난 전생에 벙어리 삼신을 타고 났는가 왜 이리 주끼쌌는지 모르겠다
침묵을 견뎌낼 훈련이 덜 되 있는가 아니면 전생의 벙어리였던 생이 이생에서 터져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풀이를 하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승용차 안이 비좁도록 떠들어댔다
지금은 야영장으로 바뀐 물한초등학교에는 고즈넉한 조선 소나무의 기품이 그대로 솟아있어 곁눈으로 지나쳐도 눈빛은 서늘해진다. 그 풍경을 먼발치로 지나 동동주 집으로 향한다
가게의 안에 반쯤은 잡화며 음료수가 진열돼 있고 마루에 퍼질고 앉아 주문을 하면 바로 손두부를 뜨거운 물에 튀겨 두부김치가 안주로 나왔다
광에서 꺼내온 동동주를 사발에 따른다
그녀는 술을 못한단다. 아니 한 잔 먹는다 하였으면 말렸으리라. 운전을 해야하니까. 그녀에게는 박카스 한 병이 놓여졌다
무슨 말을 했던가
그녀는 별반 말이 없었고, 주거니 받거니 노가다 리와 나는 pet병 목구멍까지 채워온 동동주 한 병을 우습게 비워내고 있었다
그동안 굶어왔던 술인지라 내 목구멍으로는 동동주가 동당걸음도 치지않고 술 술 넘어갔고, 노가다 리는 의외로 술이 약해서 눈빛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우린 주낀다. 오로지 이 길만이 살 길이란 듯, 마음의 옷고름이 술술 술길을 따라 풀리던 말던 주끼댄다.
그런데 무슨 말끝에 그녀가 반짝 울었다
아! '반짝' 울 수 있는 여자라니......
엥간해서 취하지 않는 나와 몇 잔에 의식이 몽롱해진 노가다리는 두 병째 주문한 동동주의 마개를 틀어 막아 괴춤에 끼워 넣어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그녀는 박카스 한 병 마시고 그 긴 주정들을 견디며 예술운전으로 하면서 수고를 한다
그 뒤의 시간들도 여럿 이야기의 파편들이 공중에 박혀있으나 다 땔치우고 그녀에게 물었지
"왜 반짝 울었냐고"
"저어기......산비탈.....닭들의 발걸음이 너무 위태로와서요...우리처럼.....그렇게......"
제길,
나는 고만 평생에 기억될 사랑하는 그녀를 얻고 말았으니.
"우리처럼 위태로운......."
상순
짜장면 먹은 티를 깡그리 감추고 그녀는 허름한 짜장면 집에서
철제의자 밀어내는 소리를 내며 문 밖으로 나왔다
노가다 리는 마지막 짜장면 한 올을 꿀떡 삼키며 스쿠터
세우는 소리에 뛰쳐 나오듯 나왔다
둘은 그렇게 내 앞에 어색한 웃음으로 첫대면을 하게 된 것이다.
노가다 리의 취향을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허름한 국밥집이나 어딜가도 밥값에 바가지가 없는 짜장면을 먹어서
기맥히게 맛있는 집을 찾아 낼 때의 희열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그가 그날 이 여자를 만나 허름한 동네 짜장면집에서 찾던 희열을 엉뚱한데서 찾은게 아닐까 하는 것은 짐작을 하지 못했다
노가다리와 그녀는 각각의 차를 몰고 왔다
어차피 노가다 리와 나는 동동주 한 통 할 묵언의 예감이 있었으므로
당연히 차는 그녀의 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이삼년 전, 물한리 야영장에 갈 때 선생님들 틈에서 얻어마신 동동주의 맛이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라, 어지간하면 잊어 버리는 촌여편네의 혓바닥 감각이 그것만큼은 잊어지지 않고 내내 기억이 되어, 언제든 교통편이 제공 된다면 물한리 그 송림 숲에서 동동주 잔을 동동 띄워놓고 마셔보리라 속으로 깊은 다짐을 하여두었던터다.
그런데 그 날, 그 기회가 왔으니 나는 사람보다 동동주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슴 벌렁거림이 난닝구 뚜껑을 벌떡뻘덕 뛰게 하였다.
작년 수마가 할퀴고간 자욱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물한리 골짝에도 남아 있어 국도가 군데군데 파 헤쳐지고 정작 기대면 와그르르 무너질 밧줄들이 떨어져 나간 도로에 말뚝을 의지에 처져있다.
그녀의 운전솜씨는 출중하였다
국도를 따라가며 막바지 자두꽃이 만발을 하였고, 볕바른 배밭에는 밤마다 월백한다는 이화가 무더기무더기 가지에 달려, 촌 아낙은 두 꽃을 구분해 주느라 곱은 손가락질을 무던히도 창 밖으로 내 보내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쉴새없이 주끼댔던거 같다.
난 전생에 벙어리 삼신을 타고 났는가 왜 이리 주끼쌌는지 모르겠다
침묵을 견뎌낼 훈련이 덜 되 있는가 아니면 전생의 벙어리였던 생이 이생에서 터져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풀이를 하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승용차 안이 비좁도록 떠들어댔다
지금은 야영장으로 바뀐 물한초등학교에는 고즈넉한 조선 소나무의 기품이 그대로 솟아있어 곁눈으로 지나쳐도 눈빛은 서늘해진다. 그 풍경을 먼발치로 지나 동동주 집으로 향한다
가게의 안에 반쯤은 잡화며 음료수가 진열돼 있고 마루에 퍼질고 앉아 주문을 하면 바로 손두부를 뜨거운 물에 튀겨 두부김치가 안주로 나왔다
광에서 꺼내온 동동주를 사발에 따른다
그녀는 술을 못한단다. 아니 한 잔 먹는다 하였으면 말렸으리라. 운전을 해야하니까. 그녀에게는 박카스 한 병이 놓여졌다
무슨 말을 했던가
그녀는 별반 말이 없었고, 주거니 받거니 노가다 리와 나는 pet병 목구멍까지 채워온 동동주 한 병을 우습게 비워내고 있었다
그동안 굶어왔던 술인지라 내 목구멍으로는 동동주가 동당걸음도 치지않고 술 술 넘어갔고, 노가다 리는 의외로 술이 약해서 눈빛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우린 주낀다. 오로지 이 길만이 살 길이란 듯, 마음의 옷고름이 술술 술길을 따라 풀리던 말던 주끼댄다.
그런데 무슨 말끝에 그녀가 반짝 울었다
아! '반짝' 울 수 있는 여자라니......
엥간해서 취하지 않는 나와 몇 잔에 의식이 몽롱해진 노가다리는 두 병째 주문한 동동주의 마개를 틀어 막아 괴춤에 끼워 넣어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그녀는 박카스 한 병 마시고 그 긴 주정들을 견디며 예술운전으로 하면서 수고를 한다
그 뒤의 시간들도 여럿 이야기의 파편들이 공중에 박혀있으나 다 땔치우고 그녀에게 물었지
"왜 반짝 울었냐고"
"저어기......산비탈.....닭들의 발걸음이 너무 위태로와서요...우리처럼.....그렇게......"
제길,
나는 고만 평생에 기억될 사랑하는 그녀를 얻고 말았으니.
"우리처럼 위태로운......."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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