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흔쾌히....

황금횃대 2004. 4. 19. 22:26

1.

태풍이 온다는 소문이 들린다. 아니 귓가에 윙윙 맴돈다 태풍은 그대 문간까지 다가와 붕붕거린다고
영향권이란 말이 주는 안심과 불안의 차이는 그 경계의 차이다.
안이냐? 밖이냐 하는.
새벽,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깨다
바깥의 소리에 경계 안의 내가 놀래서 기척을 하는 것- 이것은 늙음의 증거지- 창 밖엔 이미 새벽 푸른 빛을 몰아내치고 회색의 안개가 덮였다 비안개.
심심한 안개는 벌써 방바닥까지 점령을 하고 너와 내가 누운 요대기까지 점령을 하였다. 눅눅한 알갱이



2.

나이들어 간다는 건, 무엇이든 <흔쾌히>란 말에 매이게 되는 것이다.
흔쾌히 할 수 없고, 흔쾌히 해 줄 수 없고. 흔쾌히 승낙할 수 없고, 흔쾌히 떠날 수 없고.....슬픈 일이다.


3.

네살짜리 아이가 소아암이 걸렸다는 글을 읽다
헌혈증이 필요하단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아직 피가 따뜻하고, 그 피는 건강하고, 게다가
그런 것쯤은 아직 흔쾌히 나눌 수가 있슴에.


흔쾌히....자꾸 목이 메인다.
할 수 있는 일이든, 할 수 없는 일이든...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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