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쉬운 시

황금횃대 2004. 4. 19. 22:27
쉬운 시





부침개 한 장 부쳐 채반에 던져놓고는
가만히 들여다보니 시 보다 낫군
붉고 푸르고 흰 재료들이 섞여
알맞게 노릇노릇 철사(鐵砂)를 올린 색하며
가장자리가 지겹지 않게 들어갔다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둥글고 원만하여
어린아이가 봐도 먹음직스럽고
잇몸뿐인 이순의 노파도 입맛을 다시는


현미경 들이대고 머리끄댕이 쥐어짜도 알 수가 없어
시가 무식한건지, 내가 무식한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가 집어던지고야마는
그런 시 한 편보다
저절로 침이 돌아 젓가락가고 마는
부침개 한 장이 훨씬 시같은.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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