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말이예요 작년 포도 농사 끝나고는 오토바이를 안 타고 다녔세요
걷는게 몸에도 좋고 뱃살도 빠지게 한다고 하니, 아주 작정을 하고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웬만하면 걸어서 다녔세요. 요가 갈 때도, 장 보러 갈 때도, 세금 내러 갈 때도..하여간 줄기차게 걸어다녔어요. 그랬더니 오토바이가 배터리도 다 나갔는가 시동도 걸리지 않아요
"니가 나를 사랑 안 허는데 낸들 너를 사랑할까?"
아마 기계라도 그런 심사가 작용했나봐요.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 하이바(헬맷)을 넣어 두고 그냥 겨울을 지냅니다.
어제 어딜 갔다오면서 오토바이가 황사에 기냥 먼지를 다 뒤집어 쓰고 더럽게 서 있길레 빗자루로 먼지나 툭툭 털라고 다가가니 오마나....앗!
하이바 속에 새가 둥지를 만들고 요렇게 알을 여섯개나 낳아 놓았어요
아니 야들이 내 머리에 쓰는 하이바에다 이렇게 진흙 칠갑을 해 놓으면 어쩐디야?
올 봄이 여간 추웠어야재요. 하여간 잔머리 굴리는데는 당할 수가 없다니까요
하이바가 속에는 스티로폼 두꺼운 것이 들어 있어서 비바람에 거의 완벽한 보온을 해 주니까
저기다가 나뭇가지와 지푸라기, 진흙을 물어 날라서 쪼그마한 알을 낳아 놓았어요
새 크기도 작던데 알 여섯개를 어떻게 낳았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얼마만한가 하면요..
내가 사진찍는다고 가마히 들여다보니까 새가 깜짝 놀래서 품고 있던 알을 떠나 휙 날라 갔어요
알 하나 살며서 꺼내려고 잡아보니 따뜻합니다.
얼매나 제 몸으로 뜨겁게 품었던지...
가끔 들러 새가 나오나 어쩌나 함 볼께요
기대하십시요.
그 동안 님들도 박새가 제 알을 품 듯, 생을 뜨겁게 품고 계십시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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