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마흔 넷의 봄날

황금횃대 2006. 5. 3. 08:26

 

 

마흔 넷,

가는 봄은 이렇게 겹벚꽃 활짝 핀 가지사이를 지나 푸른 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벌써 오월이라니..이런 마음을 가질 여가도 없이 봄이 닥쳤고,

계절의 여왕이 오시기 전 우리집에는 파리가 먼저 전령사로 도착을 했습니다.

곧이어 산천에 아카시아 몰핀향기가 몸을 뒤척이게 할거고

찔레공주의 재현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천지의 모든 나무, 풀들이 지난 겨울을 이기고 봄에 다시 피어나는데

죽은 내 자식만은 아모 기별이 없다고 뒷뜸에 사시는 김천아주마이는 장탄식을 합니다.

그러게요 한번 죽으면 못 오는 그 길.

 

매일 일하러 갑니다.

어제 저녁에는 어깨와 뒷등판이 어찌 아프던지 부황을 떴습니다

피부 표면이 거무죽죽하게 드러났어요

고스방은 그 무슨 좋은거 여편네 혼자 다 하나 싶어서 자기도 등에 해 달랍니다

무려 여덟군데나 부황종재기 엎어놓고 하는데......ㅎㅎㅎ

 

그러다가 잤는데 새벽에 또 깨와요

"못난아..부황을 떠서 그런가 아랫동네에 힘이 빡 들어가 식을 줄을 모르네"

"어이구야..."

 

하여간 스방이 단순한건 저래서 좋습니다.

부위별 보약을 해 먹이지 않아도, 등때기 부황 한 방으로 온몸의 기능이 대번에 활성화 되는. 특히 그 곳, 특정 부위!

 

쓸쓸할 것도, 서글플 것도 없는 마흔 넷의 봄날이

겹벚꽃 벙그러진 꽃송이 사이로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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