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손 내밀뻔

황금횃대 2006. 5. 18. 23:12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컴으로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늦은 시간 내집에 와서 컴을 켜고 오랜만에 <글쓰기>를 누르니 감회가 새롭군요

사무실에서야 사람들이 왔다리갔다리 하니까 나같은 전문가(어흑)도 글쓰기가 쉽지 않아요 ㅎㅎ

그러다 뭐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맹글어 달라고 하고, 또 전화를 해서 알아보라하구 그러니까 집중도 안 되고. 진짜 전문가야 그런 환경 안 따지겠지만 나같이 어설픈 사람은 환경 그런거 억시기 따집니다.

 

바야흐로 오늘부터 제4회전국지방동시선거의 대단원의 막이 올랐습니다.

그간 서류준비하느라 실력이 뽀롱날까바 조마조마 가슴 졸이던 일도 무난히 끝이 났구요, 후보자 등록과 더불어 그 때부터 시작되는 각종 교부며 허가사항들이 착착 초다툼을 하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원 목에 무심히 나풀거리는 비닐봉다리 속의 선거사무원'쯩'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거 같지만 그거 한 장 만드는데 무수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그래서 그 <쯩>을 발급 받으면 행여 먼지 한오래기라도 들어갈까바 입아구리를 스카치테이프로 딱 봉해 버립니다.

 

어깨띠며, 어깨띠 표찰이며...심지어 선거차량의 앞유리에 뽀대가리없이 척 붙여진 <선거>이란 글자 두 자짜리 A4반절짜리 종이 한 장도 사람 피눈물을 짜게 만들어서 받아 온 것들입니다.

그것도 행여 바람에 휑 날아갈세라 스카치 테이프 넓은 걸로 숨도 못 쉬게 유리창에 붙여 놓습니다. 그거 잃어버리면 안 된답니다. 그래도 잃어 버리면 어떡하냐구 했더니..답이 없답니다. ㅎㅎ

 

여태까지 선거를 그렇게 치뤘으면서도 그 사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혀 몰랐지요. 선거사무실이란데를 머리에 털 나고는 첨으로 와 봤으니까.

그들만의 축제라느니, 그들 만의 리그라느니..선거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만, 직접 현장에서 부딪쳐보니 그게 아닙니다.

 

다리껄 기둥에 무심히, 혹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펼쳐져 있는 현수막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작입니다. 어느정도의 크기로 할 것인가, 기둥의 어디쯤 매달것인가. 어디에 달면 만인의 눈에 화악 잘 띌 것인가...선거사무장과 후보, 그 배우자는 정말 머리가 터져나갈 것처럼 연구를 합디다.

 

후보자들은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서 저렇게 얼굴빛이 변하도록 뛰고 있는데 정작 유권자들은 그들의 백분의 일도 자기 권리를 위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선거라는 것의 생리가 그러하다고 몰밀어 버리기엔 참말로 안타까운 구석이 많아요.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 시발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라고 하네요.

정말 좋은 일군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글쎄...늘상 하는 말이지만 그놈이 그놈이라. ㅎㅎㅎㅎ

 

이십여년 손 놓았던 관공서 일이며 서류작성...빠지지 않게 챙기는 일들을 다시금 할려니 이 느슨해진 머리속에 쥐가 날려구해요.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눈알은 따가운데 잠은 안 오네요.

창문을 여니 밤비 오시는 소리가 쪼작쪼작....그 발걸음이 사뭇 다정해서 하마트면 나는

 

 

 

 

당신의 발걸음인양하여 창 밖으로 손 내밀뻔 했지 모야요

 

 

 

 

 

두루두루 잘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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