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참 보고 싶다

황금횃대 2006. 6. 8. 08:19

어제는 선거비용 보전 신청 서류를 넣느라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 댕겼세요

발바닥에 불 난다는 말이 뭔 뜻인고...했는데 (그러니까 문자로만 알았다는 것이지요) 저녁 때 신발 벗고 마루바닥에 앉으니 발바닥이 화닥화닥 화끈화끈한게 정말 불에 갖다 댄듯 화끈거립디다.

 

 

얼마전 고스방이 티비홈쇼핑에서 저주파치료기를 선전하니까 홈쇼핑 중독자 고스방이 그걸 그냥 넘어갈리가 있나요. 당장 저걸 사래요. 그러면서 39,800원인데 40,000원을 주더만요.

신청한다고 해놓구선 인터넷 옥션 들어가니까 23,400원 하는 겁니다 똑 같은 것을

당연히 16,700 띵가묵고는 인터넷으로 샀으요. 그거 산다고 말 할 때, 사용도 안 할걸 뭐할라구 사냐구 내가 눙깔 좀 흘겼거등요. 근데 생각보다 그게 효과가 좋으네요. 고스방 사용할 틈도 없이 포도밭에 일하고 오면 온 사지 육신이 다 쑤시고 아픈데 그걸 처억 붙여 놓고는 몇 번 덜덜거리고 나면 아침에 훨씬 몸이 가벼워요. 해마다 이맘때면 일 하느라 몸땡이에 파스로 도배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파스 한 장도 안 붙였어요. 그것참 이만 몇천원짜리 치고는 신통방통합니다.

 

"여편네가 못사게 쫑알거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지가 더 사용을 하네"하며 고스방이 핀잔을 하지만 까짓꺼 그런 잔소리가 배따고 들어가나욤? ㅎㅎ

 

영동선관위 사무실에 두 번이나 들락거리면서 보전신청 접수를 해 놨시요

그렇게 버스 속에서 꾸벅꾸벅 졸며 오는데 문자가 들어옵니다. 루피나 수녀님에게서 오는 것이라요.

 

"상순아 참, 보고싶다. 참 보고 싶어."

 

어이구, 얼마나 보고 싶으면 이렇게 문자를 보냈을까.

서로의 마음 속에는 늘 짠하게 자리를 하고 있지만, 그 불같이 좋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젠 뭉긋이 고아대는 뼈다구 국물같은 친구가 이런 말을 하다니.

 

예전에 엽서보내고 할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쓰고 그랬는데 이즈음은 그것도 전혀 안하고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다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친구 이야기야 내가 몇 번이고 했으니 더 할 이야기가 없는데 그 동안 내가 내 사는 일에 너무 꼴려서 소식이 뜸했구나 하고 반성을 합니다.

 

수녀래야 뭐 서로의 마음이 서로가 환하게 잘 알아서 배려해주고 ...이럴 줄 알지만 그네들도 역시 사람역사의 테두리 안이라 그렇지 않은 점도 많거등요. 나는 슬쩍슬쩍 그런 면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사람 사이에도 관계들 사이에 상처가 생기듯이 그들의 테두리 안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문자를 받고는...흠, 내 친구가 요즘 많이 힘들구나 하고 가늠을 하는 것이지요 <힘 내라고~>하며 답장을 씁니다.

 

얼른 포도일 끝내놓고 편지도 주저리주저리 써서 보내야하는데...쩝 일하고 오면 파김치가 되어 연필을 잡아도 힘이 없어요

 

오늘밤엔 고스방이 잠자리에서 아무리 꺼땡기도 가볍게 몸을 빼서 그녀의 꿈 속으로 날아가 볼 작정입니다. 환히 웃겠지요? 내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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