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어찌나 오던지요....
내내 괜찮다가 토요일 저녁 7시쯤 하늘에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저짝 동네에 천둥이 떨어지고 연이어 이짝 동네가 그걸 받아서는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후두둑이였어요
동네 할무이들이 선자네 삽작 앞에 앉아서는 너무 가물어서 비가 와야하는데 왜 유독 여기만 안 오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저것 보래이, 옥수수 이퍼리가 비비 돌아간데이 가물타서."그래도 나는 내심 비 안 오길 빌었세요. 사람은 모다 자기 욕심으로 살아요 ㅎㅎ. 십년 가물 끝이라도 하루만 더 가물어 달라는 기원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내 집에 농활 팀들이 일을 해 주러 온다는데 비가 오면 되긋어요? 그래서 내가 하늘에다 전화를 연결 했지요. 오더라도 밤에만 오고 말게 해 달라고. 유년기에 교회를 다닌 사람은 그 끗발이 오래갑니다. 하나님이 내 소원을 들어 주시는군요.
2. 회관에서
무현이가 수업을 땡땡이치고 낮에 온다고 문자가 왔어요. 내가 상추밭에 가서 상추를 커다란 푸대에 한 푸대 뜯어서 마악 오토바이에 올라타는데 그렇게 문자가 오지 않았겠어요? 누군가..했어요. 통화해 보니 무현이였어요. 오랜만에 그의 음성을 듣습니다.
집에 상추 봉다리 갖다 놓고는 동네 잔치가 있어 영동에 잠깐 다녀왔세요. 잔치집에 가서 잔치국수 한 그릇 먹고 떡 몇 쪼가리 집어 먹고는 집으로 오니 황간역전 바다횟집에서 무현이가 가뿐하게 올뱅이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마악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있었세요. 얼굴이 많이 탓네요. 오랜만에 봅니다. 어서와 무현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기차가 도착하고, 터미널에서는 로즈님이 도착했어요. 아버님도 저녁 드시고는 사람들 태우러 가야 한다고
옷도 안 갈아 입으시고 대기하시고, 고스방도 저녁을 먹고는 바로 농활팀을 태우러 역으로 갔어요. 로즈님이 먼저 도착해서 고스방 혼자 부랄에
요령소리나게 차를 몰고 뛰어가 로즈님을 픽업해서 회관에 실어다 놓고, 다시 역으로 와서 서울팀들을 태워가지고 왔세요. 로즈님은 두세번 봤다고
터미널에서 고스방이 로즈님한테 이쪽으로 오라고 막 손을 흔들며 부르더나요? 많이 발전했심돠!
머리카락에 물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무현이가 부산에서 가져 온 막걸리와 소주병뚜껑을 땃어요. 으흠...이맛이야! 자궁 속에 있을 때 울 아버지가 마셔서 내게 조금씩 전해 주던 그 막걸리맛.
풍경님이 싸오신 김밥도 먹고, 토매이토로 안주를 하며 막걸리 사발을 비웁니다. 이때, 잠시 막걸리 매니아 카푸스님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해주는 우리의 센스!
3. 야심한 밤이 깊어 갔세요
빗소리가 어찌나 실감나던지요. 회관 건물이 조립식이라 지붕 위에다 양철로 덮개를 해놨거등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같은 빗방울이 양철지붕 위에 와다닥 떨어질 때, 그 비트성강한 트래몰로의 몸짓을 그대들은 아시나요. 회관에서 막걸리잔 기울이던 사람은 이제 압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아노라!>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거예요. 어설픈 작가가 양철지붕 위에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하면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그들은 구별해 낼 수 있을 거예요. 그 만큼 경험이란 중요한 것이지요.
내가 포도밭 일을 못해서 두이노 식구들에게 엉그럭을 피우며 죽어가는 소릴 하겠어요? 이왕지사 글을 쓰고 소설을 쓸라고 마음 먹었으니 포도밭에서의 농활 경험도 나중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 때문이지요.
작가의 상상은 무죄라하지만, 그래도 경험에서 오는 상상은 더욱더 글을 풍요롭고 기름지게 할 수 있어요. 자, 농활의 첫날 밤은 이렇게 넘어 갑니다. 나는 못난이 고스방옆에 붙어서 잤시요.^^
4. 아침 해가 떳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역국을 끓이는 내게 고스방이 씨러 가면서 한 마디
해요
"누구 몸 풀었나?"
"꼭 얼라를 낳아야 몸을 푸는 것이감?"
"그라믄"
"그런게 있어"
"있긴 뭐가 있어 올뱅이 사다가 국 끓이면 사람들이 더 맛나게 먹을낀데 여편네가 게을러가지고설랑"
고스방은 모릅니다.
이렇게 만나 숟가락 부딪히며 같은 반찬그럭에 내 숟갈 니 숟갈 들락거리다보면 <소통>과 <이해>라는 쌍둥이가 태어난다는 것을.
언제 쌍둥이를 키워봤어요 알재 고스방!
5. 화물차 짐칸에 탔어요
바람이 저렇게 마음으로 기꺼이 안아주는데 불편한게 대수겠어요
난나나나 나 솨~님이 보입니다.
그가 토요일 밤늦게 우리에게 길을 묻는 전화를 하며 바꿔준 남정네.
전화를 끊고 우린 낄낄 웃으며 얘기했어요
이런데 스방 델꼬 오면 그건 말도 안되쥐~
말꼬리를 위로 응근히 끌어올리며 우린 그럴거야 아닐거야하며 알아맞추기 게임을 했지요
압권은 역시 로즈님.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밖에 생각을 안 해!"
그 자기기준이란게 횃대에게 하는 말이였어요
어흑...저는 정말 스방델고 같이 안 가요 항상 애인만 동행! ㅎㅎㅎ
전부 화물차 난간에 궁뎅이 걸치고 앉았다가 산적같은 울 시동생 말 한마디에 다들 적재함 바닥에 털푸덕. 위험하걸랑요^^
정말이지 이 여편네는 전화받니라고 정신이
없어요
카푸스님 전화였더랬어요.
일하면서도 연애전화질이라고 말하는데 가마히 보니 울 동서가 같이 하드 먹고 있어서
ㅎㅎㅎ 움찔 했어요. 그러게 비밀은 오래가지 못하는거래니까.
순지르기를 합니다.
그래도 작년에 한 번 한 사람들은 속순을 알뜰히 지르고 가는데, 편재, 풀잎님.. 두 사람은 리콜
제가 결속해 나가면서 다시 손봤세요^^
이게 자꾸하면 씨가리 만한 속순이라도 눈에 팍팍 뜨이는데 첨 하는사람은 속순이 뼘가웃가량 자라 있어도 그게 눈에 잘 안 들어와요. 그러니 잘 하려면 내년에도 농활에도 부지리 참석해야 한다는 것.(사악한 상순이의 숨은 의도가 드러나는구만)
속순 지르기가 순식간에 끝이나고 풀뽑기가 시작됐어요
아...정말 일에 가속이 붙는다는걸 이렇게 눈으로 실감할 수가
서글프고 발 딛여놓기 힘들 정도로 풀이 많았는데 12시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끝냈어요
옛날 만화영화에 플래시맨이라는게 있었는데 그넘아가 화면에 나오면 뭣이든 순식간에 해치우는 거예요. 두이노의 일꾼들이 그랬어요. 마치 플래시맨의 화신인냥.ㅎㅎㅎ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와요
점심으로 국수를 먹어요
어머님이 국수 고명과 다시물을 맛있게 해 놓으셨어요
은파리님은 치장채리고 오니라고 불어터진 국수를 먹었는데...담에는 젤 꼬들꼬들하고 찰진 그릇을 대령할게요^^
무현이 말로는 근래 몇 년 사이에 젤 맛난 국수를 먹었다네요. 이 국수 못 먹은 사람은 천추의 한이 될거라는 무시무시한 예언도 했구요
사진 올라온게 여기까지여서 그만 씁니다.
다음시간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