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 오면 꼭 도시의 노가다들만 공치며 노는게 아니라
촌구석 농사꾼들도 놉니다.
머리 속에는 처밀린 농사일로 두개골이 복잡지만 그래도 어쪄? 놀 수 밖에
삿갓에 도롱이 쓰고 비 오는 들판을 한 번 휘 돌아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맘이 편안하고
씰개가 뻘줌할 때의 말이고 그저 심사가 외로 꼬인 것처럼 답답 더부룩할 땐 그냥
티비의 아침연속극에 마음을 주어 망연자실 앉아 있는게 더 좋습니다
괜히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논둑길에 올라 갔다가 발이 미끄러워 논으로 쫄라닥 미끄러지면
봇도랑에 흙디비기 발 씻으며 씨팔조팔 욕 한자락 내뱉기 십상이거등요.
나는 무엇보다 욕하는거 젤 싫어요
글 쓸때야 적당히 분위기 맞춰볼라고 몇 마디 적어보긴 하지만서도 영 내적성에는 맞들 않아요.
어제 티비에서 은장도라는 영화를 보여주던데 가스나들이 입만 뻥긋하면 욕을 내 뱉어서
채널을 홱 돌려버리고 말았네요. 아무리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하는 말에는 그렇게 욕을 섞을
일이 없지 싶은데 시나리오 쓰는 사람이나 연출하는 감독이나 그게 귀에 거슬리지도 않나봐요
한껏 여름으로 향해 달리는 산천에는 짙푸른 녹음이 숨막힙니다.
녹음이 숨막히면 벌써 청춘의 때는 지나간 것인가요?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는 저 초록의 싱싱한 기운이 마치 내 속의 감춰진 초록피톨인냥 반갑고 활기차고 좋더니만, 지금은 왠지 검은 초록의 빛나는 상한가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녹음에 대해 환영일색이던 내 속의 초록피톨들이
이제 사라졌나봐요. 문득 눈들어 그들이 가득 눈 안에 들어도 금방 고개를 외로 돌려 외면하고
만답니다. 그 초록피톨들이 지금은 무엇으로 환치가 되었을끄나. 가만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빗방울은 이제 제법 굵어졌어요
양철지붕 골골이 긴 낙수물을 만들며 연신연신 떨어집니다. 고무신 신고 우산 받쳐들고 비가 와우와우 떨어지는 운동장 한 가운데 앉았으면 마치 자신이 섬 같습니다.
우산 바깥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작은 동그라미 바다같구요.
그 섬에 앉아서는 아무 할 일이 없어요. 우산을 약간 위로 비켜들고서는 동그라미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계속 바라보거나, 옛 애인의 이름을 자그만한 돌멩이 주워서 써 본다거나. 먹을 일, 입을 일, 쌀 일, 싸울 일...들이 거세된 그 섬에서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려요
그러면 벌떡일어나 디딜 때마다 인어공주가 느꼈을 그 발끝의 통증을 가만가만 느끼면서 동그라미 바다를 사뿐사뿐 건너옵니다. 고무신은 가벼워 나를 태우고 빗물의 바다를 무사히 건너게 합니다.
아침부터 뭔 귀신씨나락 까묵는 소린지 ㅎㅎㅎㅎ
더 쓸래니 고스방이 아침 먹으러 들어와요^^ 오늘은 그저 생각나는대로 시도때도 없이 함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