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버님이 일찌감치 퇴근을 하신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아버님 올해 여든 다섯이신데도 개인택시를 하신다
시골 택시부래야 도시처럼 여기저기 다니면서 입금을 맞춰야 하는 그런 각박한 형편은 아니더래도
하루 종일 구십을 바라보는 아버님이 딱딱한 주차장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거나 혹은 손님이 타서 운전을 하시는 일이 보통의 일은 아니리라.
그렇게 일을 하시는 사정이야 말로 다 할 수가 없고, 그 날도 일찍 들어오시기에 날씨가 워낙 더우니 기운이 쪽 빠져서 들어오시나 싶어 서둘러 저녁을 차릴려니
"야이, 상민네엄마야 이리 좀 와봐라"
"예"
국솥에 불을 켜고 어머님 방에 가니 날 보고는 근심스런 얼굴로 말씀을 하신다
"느그 아부지가 기침을 하면 목에서 가래와 함께 피가 넘어 온다 와이러노?"
"예? 피가 섞여서 나와요? 저번처럼 기관지확장증 때문에 그렁가? 내일 병원에 가보입시더"
밤 늦도록 아버님은 잠을 못 주무시고 갹혈을 요강에 뱉으시고 요강 부딪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나도 예민해져서 잠을 설친다.
담날 날이 밝아 아버님 전문으로 다니시는 대전 종합병원으로 가시자 하니 기여코 거길 가시지 않고 영동 병원으로 가신댄다. 가 봤자 내 생각에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목에 먼지와 찬바람이 들어가서 그런거 같다 하시면서 하는 수 없이 영동으로 아침일찍 갔다.
영동으로 가니까 새로 지어진 건물에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이 있다.
내과과장은 세미나 때문에 해필이면 오늘부터 내일까지 부재중이다
가정의학과 담담 의사가 진료를 하며 증상에 대해 묻는다
목에서 피가 가래에 섞여 나온다니 고만 큰 병원으로 가서 함부래 검사를 받아보랜다
이 년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 기관지내시경을 했는데 결론은 기관지확장증같다면서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더니 가래 삭는 약과 물약을 준다.
이틀 동안 드셔도 별 차도가 없고 밤 늦도록까지 기침 소리가 듣기고 여전히 요강을 비우러 한 번 나오시기 까지한다. 토요일 아침에 아침을 차리면서
"아버님 그러지마시고 대전 병원으로 가세요" 하니 받아 온 약 먹어 보고..하시면서 기어이 안 가시는거다.
그러다 낮에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가셔서 또 기침을 하고 나오시는데 내가 빨래 돌린 것을 널려고 들어가보니 바닥 물내려가는 망에 붉은 것들이 걸려있는거라. 빨래 찌꺼기인가 싶어서 휴지를 들고 훔쳐 내다가 기겁을 했다. 아버님이 갹혈을 바닥에다 뱉으시고는 물도 안 내리셔서 그게 그대로 걸려 있는 것이였다. 그걸 씻어 내리고, 변기에 물도 내리고는 방으로 와서는 아버님께
"아이고 아버님 저는 그냥 조금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줄 알았디만 그게 아니고 아주 덩어리가 나오는거네요. 아침에도 병원에 가보자고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안 가신다고 하시더니 안 가실 일이 아니고만."
나는 병원을 안 가실려는 그 마음이 서운해서 울컥 목젖이 메이고 울먹거린다. 속도 상하는게다 . 제작년에도 그런 증상이 있어 일주일 입원하셨는데 병원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도 없고, 또 갑갑하기도 하고 그러니 어지간하면 큰병원으로 가실려고 안 하신다. 가 봐야 맹 피만 빼고 약 먹는 일이지 하시면서. 그 때도 겨우겨우 진정시켜 퇴원을 하는데 의사가 담배를 끊으시라고 신신 당부를 했는데도 아버님은 막무가내로 "내가 술도 안 먹고 담배까지 끊으면 뭔 낙으로 사노?" 하시면서 기어 방에서고 화장실이고 담배를 피우시는것이다.
어른이 하시는 일이니 내가 일일이 얼라들 한테 하드키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아버님이 방에서 담배를 피우시니 어머님이 한 때는 감기로 호흡곤란이 와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그것도 다 따져보면 아버님 담배연기에 육십년도 넘게 간접 흡연을 하셨으니 어머님이 온전하실리 만무한게다.
그런저런 이유를 생각하니 속에서 얼마나 부아가 치미는지, 어머님은 아버님과 무촌 관계라 갹혈도 안스럽고 아버님 담배 피우시는 것도 용납이 되는가 몰라도 나는 아주 화가 나는것이다.
할 수 없이 토요일 오후에 고스방 차로 대전 병원 응급실로 접수를 하고 씨티촬영까지 마쳤는데 별다른 소견은 보이지 않고 최후로 기관지내시경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지 내시경은 예약을 하고 하는 날 한꺼번에 한다고 월요일에 다시 외래로 접수를 하고 검사를 받아야한단다.
어젯밤에도 늦도록 기침을 하시기에 인터넷 들어가서 민간요법이 무엇이 있는가 보려니 고스방이 따라 들어온다. 그러더니 내가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누가 도라지 삶은 물이 기침가래에 좋다니 밤 열두시가 다 됐는데 날 보고 도라지 사러 나가자고 옷을 입으란다.
어이구 효자났구만. 지금 이 촌구석 어딜가서 도라질 구한단 말인가.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니 오미자가 좋다해서 몇 년전 딸래미가 제주도가서 오미자꿀차를 사가지고 온 것을 찾아내 그걸 끓여 보온병에 넣어 방에 넣어주고는 잠자리를 준비한다.
밤에 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방에도 못 들어가고 마루에 대충 요대기 하나 깔고 누웠는데 새벽이 와서야 겨우 잠이 드셨는가 기침 소리 잦아든다.
병원에 가서 종일 있었더니 나도 머리가 지끈지끈
고서방이 날 보고 어쩌면 좋은가 자꾸 물어 쌌기에 버럭 화를 내다.
"낸들 알어, 병이란 미리 조심해야지 할 것 다 하고 일 터지미면 나혼자 병원 쪼차댕긴다고 쌔가 난자잉 나구"
에이씨 날씨 탓이다. 어지간히 더웠어야지. 여간해서 나 아플 때 생각해 아픈사람한테는 화를 안 내는데...
오늘 아침에도 아버님이 화장실에 갹혈을 그냥 뱉어 놓으신걸 고스방이 씻으러 들어갔다가 말끔히 물로 씻어 내리고 온다. 나는 어제 그럭허구는 생각만해서 속이 뒤집어져서 울컥 토할라구 그러는데.
아들이라 또 다른가보다 쓰다달다 말 한 마디 없이 다 씻어 내리고 나오더니 아버님 방에 가서는 어떠신가..하며 병세를 살핀다. 아들과 아버지는 일촌관계. 나는 더불어 일촌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들 못하고 순간 화가 났으니.
옛날 내가 친정에 둘째 아기 낳으러 갔을 때, 큰아이 상민이를 델고 갔다. 연년생이라 병조가 태어 났을 때도 상민이는 귀저기를 차고 있었는데 상민이가 어린이 변기통에 응가를 해 놓으니 나는 산후라 그걸 못 치우고 울 엄마가 치우는데 우웩~하며 눈물이 찔끔나도록 구역질을 하는거라.
나는 또 아기(병조) 똥귀저기 갈면서도 아모 느낌없이 갈고 그러니까 울 엄마 말씀하시길.
"똥이 촌수 가린다더니 그 말 틀린거 하나도 없네."
아버님 가래 보면서 나는 그 생각했네
'똥만 아니라 갹혈도 촌수 가린다 엄마.'
그나저나 그게 통증이 없어 만문 다행이지 통증과 더불어 그렇게 피가 올라 온다면 얼마나 기겁을 할 일인가. 내일 대전 병원가서 예약하고 입원하셔서 내시경을 하시던지...안 그러면 내시경 예약해놓고서 금요일에 가서 할 지...내일 가서 진료해 봐야 하는일.
딸년 좀 우선하니 살 것 같더니 또 아버님이 편찮으시고..산 너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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