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여중 담벼락길을 따라 조촐한 발걸음을 옮기며 내려오면
잠깐 길은 삼거리가 되고, 조붓한 삼거리 방향을 가늠해 볼라믄
오른쪽으로 가면 무시우거지 잔뜩 넣어 만든 일미당 만두집이
있고 왼쪽으로 꺽어가면 향교가 코앞에 엎디어져있다
선생님들 가끔 퇴근길에 들른다는 왕대포집이 동그란 간이
의자 다리에 녹을 잔뜩 올려붙여서는 낡은 호마이카 탁자
아래 갈짓자로 널부러져 있고, 맞은편에는 무슨 간판집과
명찰 박아주는 초라한 복장사 간판에 비닐이 떨어져 나부꼇다
유일하게 109번 버스가 향교 앞을 지나 남문시장쪽으로 신호를
받아 쭈욱 악세레다를 밟아 갈 때
남문시장 가기 전 바로 그 네거리에서 좌측으로 뼘가웃도 안되는
횡단보도를 건너가서 명덕로타리 쪽으로 올라가면 거기 경북여고가
나왔다
경북여고 담벼락 밑에 버스 타는 곳, 거기 무슨 교복사가 있어서
하얀분칠한 마네킹이 대구시내 교복이란 교복은 맘대로 걸쳐입으며
한 귀퉁이 얼룩덜룩 교련복을 입은 남자마네킹은 수통까지 차고 제법
촌티나는 입매를 씰룩거렸다
우리 중학교 무용선생님은 백정혜선생님이셨는데 역시 경북여고 출신
이셨다. 무용 실기가 없는 시간은 예의 그 빛나는 속눈썹을 가믓가뭇
윙크를 하며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이야기 했는데, 개츠비도 됐다가
배신한 여주인공도 됐다가 행인 1. 2도 감쪽같이 연기하던 무용선생님의
변화무쌍한 표정에 우리는 침을 흘리며 봄볕을 흘려보냈다.
그 때는 영화관도 맘대로 못가던 시절이였다
월말고사나 중간고사, 기말고사나 끝나면 굴비 엮듯 엮어서 구경하였던
문화교실 그것조차 볼 수 없었던 가난의 그림자라니.
친구네 집에 명작동화를 빌려보기 위해 명덕로타리에 있는 친구의 집까지
가랑잎처럼 타박타박 걸어갔다.
라일락피는 집, 작은 아씨들....무슨 책이든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책이든 재미가 없다.
도루미기에 관한..
아버지가 어느 날 장에 가시더니 도루미기 한 소쿠리를 사오시다
엄마도 없는 단칸방에 모두들 둘러앉아 도루미기를 얇은 철판으로된
후라이판에 지글지글 지진다.
아이 넷에 아버지까지 젓가락 들고 달라들은 후라이판에
먹을 것없는 도루미기의 눈알이 동그랗게 반짝거렸다.
눈알까지 모두 먹어치우고 발겨먹은 도루미기 뼈들이 내장과 함께
널부러졌다.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도 입도 코도 따시지 않았던 도루미기의
아쉬운 입맛
이즈음 도루미기가 많이 잡힌단다
아버지와의 추억과는 멀어도 한 참 멀어진 시간과 거리에서
한소쿠리에 오천원한다는 도루미기를 사와
혼자 후라이판에 지글지글 지져서
오천원어치 다 먹어 치우는데
왜 그 때 그 맛을 찾을 수 없는건지.
샅샅히 뼈들을 발라내보아도
그 맛은 어디로 갔는지.
상순
잠깐 길은 삼거리가 되고, 조붓한 삼거리 방향을 가늠해 볼라믄
오른쪽으로 가면 무시우거지 잔뜩 넣어 만든 일미당 만두집이
있고 왼쪽으로 꺽어가면 향교가 코앞에 엎디어져있다
선생님들 가끔 퇴근길에 들른다는 왕대포집이 동그란 간이
의자 다리에 녹을 잔뜩 올려붙여서는 낡은 호마이카 탁자
아래 갈짓자로 널부러져 있고, 맞은편에는 무슨 간판집과
명찰 박아주는 초라한 복장사 간판에 비닐이 떨어져 나부꼇다
유일하게 109번 버스가 향교 앞을 지나 남문시장쪽으로 신호를
받아 쭈욱 악세레다를 밟아 갈 때
남문시장 가기 전 바로 그 네거리에서 좌측으로 뼘가웃도 안되는
횡단보도를 건너가서 명덕로타리 쪽으로 올라가면 거기 경북여고가
나왔다
경북여고 담벼락 밑에 버스 타는 곳, 거기 무슨 교복사가 있어서
하얀분칠한 마네킹이 대구시내 교복이란 교복은 맘대로 걸쳐입으며
한 귀퉁이 얼룩덜룩 교련복을 입은 남자마네킹은 수통까지 차고 제법
촌티나는 입매를 씰룩거렸다
우리 중학교 무용선생님은 백정혜선생님이셨는데 역시 경북여고 출신
이셨다. 무용 실기가 없는 시간은 예의 그 빛나는 속눈썹을 가믓가뭇
윙크를 하며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이야기 했는데, 개츠비도 됐다가
배신한 여주인공도 됐다가 행인 1. 2도 감쪽같이 연기하던 무용선생님의
변화무쌍한 표정에 우리는 침을 흘리며 봄볕을 흘려보냈다.
그 때는 영화관도 맘대로 못가던 시절이였다
월말고사나 중간고사, 기말고사나 끝나면 굴비 엮듯 엮어서 구경하였던
문화교실 그것조차 볼 수 없었던 가난의 그림자라니.
친구네 집에 명작동화를 빌려보기 위해 명덕로타리에 있는 친구의 집까지
가랑잎처럼 타박타박 걸어갔다.
라일락피는 집, 작은 아씨들....무슨 책이든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책이든 재미가 없다.
도루미기에 관한..
아버지가 어느 날 장에 가시더니 도루미기 한 소쿠리를 사오시다
엄마도 없는 단칸방에 모두들 둘러앉아 도루미기를 얇은 철판으로된
후라이판에 지글지글 지진다.
아이 넷에 아버지까지 젓가락 들고 달라들은 후라이판에
먹을 것없는 도루미기의 눈알이 동그랗게 반짝거렸다.
눈알까지 모두 먹어치우고 발겨먹은 도루미기 뼈들이 내장과 함께
널부러졌다.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도 입도 코도 따시지 않았던 도루미기의
아쉬운 입맛
이즈음 도루미기가 많이 잡힌단다
아버지와의 추억과는 멀어도 한 참 멀어진 시간과 거리에서
한소쿠리에 오천원한다는 도루미기를 사와
혼자 후라이판에 지글지글 지져서
오천원어치 다 먹어 치우는데
왜 그 때 그 맛을 찾을 수 없는건지.
샅샅히 뼈들을 발라내보아도
그 맛은 어디로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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