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방이 어깨 아푸다해서 상순이가 이빨을 옹실물고 어깰 주물고 있어요 히유=3=3>
어제밤 애들하고 고스방하고 드디어 찜질방에 갔어요
고스방이 다리가 아프니까 한쪽으로 삐스듬히 절뚝거리면서 걷잖아요
그렇게 목케이로 걸으니 자세가 흐트러져서 어깨가 아파 죽겠데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내가 고스방을 꼬셨세요
찜질방에 가서 땀 푹내고 뜨거운 물에 담궈서 씻고나면 한결 시원한데 아빠(여보)
많이 아프긴 아팠던 모양입니다. 고스방 저녁 먹고 9시가 넘어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김천 찜질방에 가자고 하네요
우린 걍 입었던 옷에 바로 때밀이 수건에 비누만 챙겨서 따라 나섰습니다
또 이런저런거 챙기는 새 마음이 변할까바
차를 타고 대문을 잠궈놓고는 밤길을 달립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스방이 아파서 찜질방에 간다는 사실을 잊고
각종 개그맨 이야기에 아들놈 선생님 만난 이야기에..수다를 풀어 놓기 정신없습니다
내가 좀 웃기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으니까 고스방이 왈,
"이눔의 여편네는 알라들 보다 지가 더 들떠서 난리여"
"아, 이렇게 찜질방 가는데 오랜만에 이야기하면서 웃고 가면 좋잖여"했더니
"재미는 커녕 너무 썰렁해서 아그들이 입을 닫았잔아"
으헉 ㅡ.ㅡ;;
찜질방 비용이 여섯명에 이만 사천원이래니까 고스방이 좀 뒤로 빠집니다
돈 찾는다고 주머니 손 넣는 순간에 내가 이만원 꺼네서는
"당신은 사천원만 줘요"했더니 어디 잔돈이 있간디요? 그래서 만원짜리를 내는거라
잔돈을 내가 잽싸가 육천원 챙겼세요. 그러니까 나는 만사천원 낸 셈이죠
아..생색을 다 내고 돈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재요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말끔하게 때를 씻어내고 찜질방에서 도킹을 했습죠
고스방은 기브스 하고 있는 동안 목욕을 못해서 아주 이를 갈았기 때문에 씻고 아들하고 앉았는데
얼굴이 빨그래한게 뺀질뺀질 광이 납니다.
성격에 얼마나 찬찬히 아들놈 때며 자신의 얼굴을 닦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어요
음료수 한 병 사서 마시고 앉아 있다가 울 아덜이 날 보더니 뭐 먹을 걸 사 달라고 합니다
나는 정략적으로 찜질방 옷 속에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목욕탕 사물함을 못 믿는 고스방은
찜질방 옷에다 돈을 넣어 가지고 왔드라고요오..으흐흐흐흐
오천원 얻어서 칼국수 사먹는다고 시켜놓고 한 그릇으로 딸, 아들, 나 이렇게 서이서 달라드니
코도 달싹 안 하는게 뭐 먹을것이나 있간디요? 그래서 다시 라면 하나 시켜놓구는 고스방한테
이천 오백원을 더 얻으러가니 드뎌 한 마디 합니다
"느그들이랑 같이 다니다가는 살림 거덜나겠다"
"아이고 당신 왜그랴..다른 집에는 알라들 델꼬 먼 데 여행도 가는데 우리야 이런 찜질방만
와조도 감지덕지에 뭐 비싼거 먹는것도 아니고 칼국수에 라면 육천오백원이면 떡을 치는뎅"
살살 달래서 라면값 받아서 아줌마한테 주고 서이서 머리 맞대고 맛있게 먹어요
먼데 앉아서 고스방이 우리 서이가 낄낄거리며 먹는 꼴을 쳐다봐요
그러더니 안 되겠던가 자기도 뭔가 돈을 한 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지 안마기가 있는 방으로
걸어갑니다. 먹던 숟가락 내 던지고 얼른 고스방 옆에 가설랑은 안마기 상태와 동전을 넣네 어쩌네 하면서 지폐를 받아 동전을 바꿔서 고스방이 마악 드러누운 안마기 의자 동전통에다 딸그락 소리나게 오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넣어조요. 덜덜덜..콩콩콩. 쿵쿵쿵 쿵따라라쿵쿵쿵 동도리동동 동동동...의자속에 작은 솜망치같은게 돌아다니며 눈감고 누운 고스방 등때기며 다리를 신나게 안마해 줍니다. 참말로 돈이 좋긴 좋구만요.
그러자 고스방은 또 그 때부터 집에 가자는 노래를 부릅니다.
생전 어디 밖에 나와서 잠을 자 봤어야 말이재요. 내 결혼하고 고스방이 피치못한 사정으로(일테면 형님이 아플 때 병원에서 일박, 동창모임 때 일산에서 일박, 혹은 처가집에서 일박) 집에서 잠을 안 잔 일이 열 손구락 안에 들 지경입니다. 엥간했으면 내가 출장가는 넘의 남편을 다 부러워했을까이.
목욕하고 찜질방에 올라온게 열두시 좀 넘어서인데 결국 우리는 한시 십분에 찜질방에서 나와서 집으로 왔재요. 잠은 죽어도 집에서 자야된데이..이것이 그 남자의 오래된 습관입니다.
어이구. 어지가히 보채야지 찜질방에서 더 있다 오지. 하여간 찜질방비 삼천원이나 주고 한시간 있다 올 것 같으면 얼매나 아꾸워. 본전 생각 나드랑께요. 근데 또 한 가지 웃기는 건
찜질방에 입으라고 주는 옷 있잖여. 그거 입을 때 님들은 어떻게 입어요?
안에 속옷을 입고 입나요 아니면 그것만 입나요
고스방 왈,
넘이 입던거 찝찝하고 꼬추에 뭐 묻을까바 팬티를 입었더니 땀에 다 젖었네
(으이고...이것도 참 병일세 그랴. 싸악 빨아서 주는 옷인데 뭐 묻을기 뭐가 있따꼬.....쩝)
그래서 고스방은 땀에 젖은 새 팬티를 벗어 놓고 집에 올 때는 홑바지 하나만 입고 왔답니다
케케케케...내 생각에는 그 바지가 더 더럽겠구만.
<딸하고 나하고 그야말로 쌩얼입니다.츠암내 얼굴에도 때가 있나봐요 >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썼단다 2 (1) | 2006.10.30 |
---|---|
내가 썼단다 (0) | 2006.10.30 |
겨울에 해미읍성에 갔었네/박정대 (0) | 2006.10.28 |
카레 한 냄비 (0) | 2006.10.27 |
멀어져 가는 것 (0) | 200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