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나는 내 주량이 소주 두 병이라고 말했어요
어떤 놈들이든 마주 앉아 마시면 그 정도 마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해요
사년 전인가 대학로에서 둘이 마주 앉아 소주 네 병을 내리 마시다가 정말 죽을뻔 했어요
그래서 그 때 마신 양을 기준으로 나는 늘 내 주량이 소주 두 병이라고 정했습니다.
살면서 술 마실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동네 동갑네 계모임할 때나 소주 한 잔 아니면 두 잔.
근데 어제 선배님하고 술 마셨는데 한 병쯤 마셨을거예요
어이구....이제 주량을 수정해줘야 할 것같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소주 한 병이 한계입니다.
ㅎㅎㅎㅎ
늦은 밤, 애인한테 전화했더니 그 힘든 것을 머할라고 마시느냐고 걱정입니다.
그러게요, 그 힘든 것을 왜 마시는지..그러나 한 잔 털어 넣어 목구멍을 넘어갈 때는 그것이 달아요
술이 알딸딸하게 취해서 손마디 발가락이 모두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나른히 불어납니다.
그러면서 절절이 그 심정적인 사연들을 약간 꼬이는 발음으로 얘기하는 그 시간.
먹은 맘은 없었어도 사는 동안 착실히 쌓여 응어리진 것들이 슬슬 풀리는 것도 같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의 논리를 꼿꼿이 세울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모두 대견합니다. 술이 좀 들어가야 되는 일입니다.
열이 올라 화끈 거리는 얼굴을 들고 깜깜한 밤을 헤쳐 걸어오면
어디 비릉빡에 기대여 쉬고있는 술꾼들의 포즈를 이해하게 되지요
나도 그렇게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서서 잠시 선배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불빛을 봅니다
눈이 자꾸 감겨요
도로변에 외투 벗고 신발까지 벗어 놓고 웅크리고 자는 진짜 술꾼의 모습도 이해가 됩니다.
살면서 이해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어제,
선배님과 망년회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