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벼락치기로 대구갔다 왔세요
저기 운항들 블로그 주인인 첨지님이 날더러 20일 들안길 행차하라구 하시기에
뭔일로 그러시나하면서 전화를 넣응깨로 시하늘 정모가 있다네요
시하늘은 옛날에 가입한 시창작카페인데 거기서 시공부 했더랬지요
대구문학 시인분들도 많이 계시고 무엇보다 박창기새임이 열심으로 시낭송회를
이끌어 가십니다. 작년에도 정모에 가지 못했고 시낭송회도 못 가봐서 새임들도
뵐겸 낮에 고서방 점심 먹고 나가는데 넌즛 <나 대구 시낭송회 좀 다녀오면 안 될까나?>
하고 물었재요. 고스방 일언지하 거절의 표시를 듣고도 암말 안 하는 것으로 표현하고는
횅하니 일 하러 나갑니다.
어머님이 아버님 국이 마땅찮으시니까 추어탕 말씀을 하시네요
아침 일 대충 해 치우고는 세탁기 빨래 돌려 놓구선 오전에 영동가서 미꾸라지 사왔어요
금방 국이 안 되니까 동태국 끓여서 점심 드리고 치우고 난 뒤에 그 때부터 배추 가져와서
삶고 미꾸라지 해감시켜 폭 삶아 주물럭거려 살만 발라냅니다.
추어탕 끓이기가 좀 번거롭지요. 도시 살면 그걸 사 먹으면 되는데 촌구석에는 그렁기 없으니까
무조건 재료 사와서 죽자사자 끓이는 방법 밖에 벨 도리가 없시요.
미꾸라지 살 걸러서 물 잡아서는 뚝딱 추어탕 끓여냅니다
큰 곰솥에 한 솥 끓였세요. 전구지를 썰어 넣으니 파릇파릇 빛깔이 곱습니다.
거기다 먹을 때 산초가루 뿌리고 땡초 다진것 넣고 훌훌 먹으면 등때기 땀이 찔찔 나면서
보신 되는 느낌이 막납니다.
그걸 나도 참 좋아하는데 대구 가라고 기분좋게 말했으면 추어탕아니라 다른 것도
신바람나게 끓일텐데 거길 못 가게 하니까 끓이면서도 주뎅이가 댓발 나와요
포기하고 국 다 끓여놓고 저녁 준비해 놓구선 뜨게질이나 한다고 실을 끓어 안는데 띨렐레레레레
전화가 왔세요. 고스방입니다.
"대구 시낭송회 몇시에 하는겨?"
"다섯시부터 시작한다는데...왜요?"
"꼭 가야하면 지금 가던가...아부지 좀 있으면 들어가실건데 저녁 차려놓고 상민이한테
얘기해 놓고 갈라믄 가든동. 영동에서 다섯시 오십육분찬가 기차가 있는데.."
"히힛~ 그래요. 나 갈래요 나 추어탕도 한 솥 끓여놨거등요 ㅎㅎㅎ"
"그러면 퍼뜩 준비해서 가 봐.."
어이구..낮에 이야기할 때는 어데 시베리아 북풍 한 자락 휘감은 듯 싸늘한 표정이더만 역쉬...
다섯시가 마악 넘어 <가도 된다>는 사인이 떨어졌으니 얼마나 마음이 바쁩니까. 머리도 안 감고
대충 추어탕 끓인다고 불 때던 옷 그냥 입고 화근내가 나도록 총알같이 튀어나가 영동가서 기차타고 갑니다.
그 맘 다 압니다.
낮에부터 가라하면 이놈의 여편네는 밥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갈 것이 분명하기에 그 땐 아무말
안하고 있다가 그나마 안 보내주면 또 며칠동안 입이 따뱅이 걸어도 될만큼 쑥 나와있을게고
참말로 고서방도 중간에서 못할일입니다.
그래도 여편네 거기 갔다오면 며칠 동안 빤한 얼굴 보이며 헤실헤실 웃을 게 분명할 터이니
속이야 씨리지만 보내줍니다. 아버님이며 어머님 병원 다닌다고 여편네가 애 묵은거 다 아니까요
시하늘의 밤으로 쪼차들어가 나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과 포옹하고 인사하고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술도 두어잔 마시고 오늘 새벽차로 왔습니다.
친정 갈 때 친정올케한테 전화해서 전복을 사놓으라 했더니 싱싱한 놈으로다 사다놨네요
그거 들고 황간오니까 딱 아홉시입니다.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씻고 나왔는데도 근 세시간 걸렸네요
주차장에 내려설랑 고스방 있기에 가서 잘 다녀왔다고 이야기하고 집에 걸어간다고 하니까 또 차를 태워주네요. 룰루랄라...고마와요 고스방.
마악 전복 다듬어 전복죽 한 솥 끓여놓고...여기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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