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잠깐 다녀 오는 날
기차에서 땀 뻘뻘 흘리다가 김천역에 내려 시외버스 타러 걸어 오는데 오싹 한기가 들데요
그러더니 버스 속에 앉아있응께롱 간간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면서 기침이 나와요
감기가 걸릴라는갑다..하면서 집에 굴러다니는 종합감기약을 먹었는데도 그 담날 아침에
기침이 더욱 심하고 머리까지 지끈거리는거라. 그래서 엇뜨거라 싶어 이번 감기는 유난
독하다는 이야기도 들은터라 눈이 펑펑 내리는대도 병원까지 갔더랬어요
노총각의사샘이 목구멍을 들여다보더니 "아이고 편도선이 많이 부었네요 올해는 어째
감기를 자주 하시는거같어"하더니 궁뎅이 아픈 주사를 놓아주고 약처방전까지 줍니다
약타가지고 와서 먹구는 그날은 잘 넘어가더니 어이구 한밤중에 오한이 오고 삭신이
마디마디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아고아고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어찌나 춥던지 두꺼운 이불을 하나 더 꺼내서 덮어도 오싹오싹 오한이 나기는 마찬가지
고스방 등때기에 손을 넣어봐도, 자는 스방 되돌려 눕히고는 배에다 넣어봐도 춥기는 매 한가지라
그렇게 끙끙앓으며 잠을 못자는데도 고스방은 여편네가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잘도 잡니다.
그렇게 얼마를 앓다가 새벽쯤 되니까 내 앓는 소리를 듣고 고스방이 잠이 깼나벼
머리를 짚어보고 앓는 소리를 들어보니 여간 아파서 이렇게 아픈 티를 안 내는데
싶은지..어지간히 싸돌아 댕기지 하면서 혀를 끌끌차요
그러더니 부엌에 가서 더운물에 수건을 적셔와서 이마에 얹어 주고는 마루에 나가
감기약이며 쌍화탕을 데워서 갖다 줍니다. 어이구 다리도 아프고 온 전신이 아퍼
죽겠네 하면서 이를 옹 다물고는 아픔을 참는듯 이빨 사이로 나오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니까 다리도 주물러 줍니다. 오호.. 그렇게 약 먹고는 한숨 잤는데 부엌에서 떨거덕
거리는 소리가 나요. 아침 차려 먹는 모양이여.
"국은 김치냉장고에 있는데 못 찾았지요?"하고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니
나는 국 없어도 됐으니 엄마, 아버지 아침만 차려 드리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일을 나가고 제우 일어나 국 데피고 꽁치구워서 어른들 상을 봐서 아침을
드시라고 합니다.. 무슨 기침이 한 번 시작되면 창자가 끊어지는거 같애
아침이고 뭐고 덮어쓰고 앓으며 생각하니 요 근래 가장 심하게 아픈거 같아요
조금 아플라면 약 먹던지 꿀차 한 잔 마시는 걸로 주저앉히고 주저앉히고 했더니
기어이 이렇게 터집니다.
아플 때는 덧정이 없어도 한바탕 앓고 나면 내 안에 군더더기들이 끓는 열에 녹아
푹 흘린 땀으로 배출되는 느낌이라요
퀭한 눈으로 거울을 보면 꼬라지가 말이 아니라. 그래도 눈빛은 많이 맑아 진거 같습디다.
한번씩 혼신으로 아파 볼 필요는 있는거 같습니다.
못났네, 쪼뱅이네 해싸도 아프니 스방밖에 없지요. 몇 번이나 수건을 새로 헹구어서 꼭
짤아 이마 우에 덮어주고 열이 내렸나 살펴보니 말이예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애인은 마음이 아파 눈물이 다 난다고 하는데
그래도 스방 밖에 없다 애기하믄 그 애인은 부애가 날라나요? ㅋㅋㅋㅋ
이제 좀 살만합니다요
고맙습니다. 스방이든 애인이든....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은 자상(刺傷) (0) | 2007.02.09 |
---|---|
삼만원짜리 (0) | 2007.01.30 |
애기옷 빨래 (0) | 2007.01.27 |
왜 그렇게 생각해? (0) | 2007.01.27 |
옛 사람. (0) | 2007.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