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밀묵과 효자
옛날 옛날 한 옛날
가난한 농사꾼 돌쇠는 그야말로 효자였어요
엄동설한에 홀어머님이 병이 들었세요
병이 들면 자연 입맛이 없어지는 법이래요
입맛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니까 자꾸 누워서 눈꼬리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생각는것이
이것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까...저것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까 이 생각 뿐이였세요
한번은 번뜩 생각나는게 잉어찜을 해 먹으면 거뜬히 병을 박차고 일어날거 같은 기분이 들었세요
노모는 돌쇠를 불러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합니다
"내가 잉어찜 한 마리만 해 먹으면 병이 씻은 듯이 나을거 같애.."
효자 돌쇠는 어머님이 병을 이겨낼 것 같다는 말씀에 그질로 바로 꽝꽝 얼어 붙은 강가로 갔세요
정확하게 34.5cm두께로 언 얼음을 뚜드려깨서 낚시를 드리우고 앉았세요
얼음 위에 짚신을 신고 앉았으니 발이 여북 시리것어요? 그래도 효자 돌쇠는 낡은 동저고리 앞섶을
여러번 여며가며 섣달 칼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합니다.
첫째날은 허탕
둘째날도 허탕
드디어 세째날에 하늘이 감동하사 잉어 한 마리를 낚았세요
가져 와서 푹 쪄서 드렸더니 편찮으신 노모는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
다 아시죠?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삼팔칠번지에 운자라는 효자가 살았세요
여든 여섯을 맞이하는 아버지가 자주 아프시더니 드디어는 입맛을 잃으셨세요
젊은 사람보다 더 고봉밥을 드셨는데 밥도 싫다 하십니다.
전복죽을 쑤어서 드렸더니 그것도 입맛에 맞지 않고, 콩죽도 두어번 드시더니 고만 싫다 하십니다
죽만 먹어 살 수 없다고,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데 죽만 먹어 되겠느랴고 여편네에게 쇠꼬리를
고으라고 얘기합니다.
이틀 동안 고아서 드렸더니 이틀은 잘 드시더니 또 물리는가 싫다 하십니다.
또 콩죽을 쑤었습니다. 금방 쑨 햇콩죽은 아프지 않는 사람이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친절한 효자 운자씨는 또 콩나물밥을 하라고 합니다
평상시 아버지가 콩나물밥을 잘 드셨거등요
밤이며 또 입이 구전하다며 메밀묵을 찾습니다
촌구석도 예전같지 않아서 메밀묵 해 먹는 집이 드물어요
사방팔방 전화를 넣고 알아보더니 천덕 어드메 메밀묵 한다는 소릴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가
사 옵니다. 그러더니 떨어지기도 전에 사다대느라고 신경을 바짝씁니다.
한 두번 신경써서 그리하기는 뭐 어렵지 않지만 직접 부엌살림 하지도 않는데 챙기는거 그거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운자씨는 효자입니다.
아침 밥상에서도 아버지 젓가락이 두 번만 가면 얼른 그 반찬을 아버지 앞으로 갖다 놓습니다
밥상이래야 뭐 짜드라 크지도 않지요 그래도 그렇게 합니다.
밥 먹다 보면 반찬그릇은 모다 아버님 앞에 비잡도록 몰려 있습니다.
어머님은 요즘 몸서리가 난다고 하십니다.
아버님이 까탈을 부리시고 뜬금없이 어머님한테 서운한 말씀을 하시니까요
그저께 서울 사는 시누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머님이 받으시더니
"아주 고씨종자라면 내가 넌덜머리가 난다"면서 딸에게 아버님 흉을 봤어요
그걸 내가 효자 운자씨에게 그대로 옮겼더니 안색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들이라 그런가 고생은 어머님이 더 많이 하시는데도 늘 아버지편입니다. 나중에
내 아들도 그렇게 될까 좀 걱정입니다.
오늘도 저녁 준비를 하는데 효자 운자씨의 전화가 왔세요
"메밀묵 얼마나 남았는가 봐바."
2. 가희와 눈물
친정조카 가희가 오늘 친가 할아버지집으로 갔어요
내가 잘 돌본다고 그렇게 누누이 이야기했는데도 친정아버지는 우리집 어른들이 신경쓰인다며
오늘 둘째동생 차를 가지고 와서 가희와 가연이를 델고 갔어요
가희는 차 안 어린이 의자에 앉아 창밖에서 배웅하는 내게 손을 흔듭니다.
아이고 얼마나 아쉽고 슬프던지.
사람의 정이란 말이예요....지금도 눈물이 나요
고 이쁜 것이 가고 나니까 나는 아모 의욕도 없어요. 그냥 엎어져서 누워있으니
울 딸래미가 "서운하나 엄마"합니다.
우는 것도 이뻐서 일부러 궁뎅이 툭툭 뚜드려 울리기도 했는데 우는소리도 웃는 소리도 없으니
금방 또 보고 싶어요
친정에 전화하니까 웃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와요
밥도 한 그릇 잘 먹고 지금 오빠들하고 논다고 정신없다고 친정엄니가 애기해 주시네요
남으 애기도 키우다가 어딜 보낼려면 가슴이 미어터진다고 옛날 티비에서 봤는데 그 심정을 알겠어요
부모 아니래도 아기들은 어른들에게 기쁨입니다.
지금 집에 아기가 있다면, 그것은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더 값진 보물이 있다는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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