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언젠가는 만날...

황금횃대 2007. 2. 14. 08:34

어제는 엄칭이 바빴지. 뭔 잡다란 행사가 겹친데다가 또 먼데서 친구가 온다네 글쎄

전에 포도주 주문한거 택배로 보내면 깨질지 모른다고 기어이 와서 가져 간데요.

아침 설거지 부리나케하고 청소기 씩 돌리고, 그라고 씻고는 면사무소 요가하러 갔지.

요가하러가면 요가 강사가 어찌나 요가스럽게 생겼는지..그 강사 몸과 얼굴만 봐도 마음이

고요해져. 앉아서 가부좌에 마음을 내려놓으면 뭐 사는데 그리 복작꺼리며 속씩일기 있나 싶어.

그래도 요가 끝나고 매트 둘러매고 나오면 또 본심이 돌아와요. 그저 욕심 부리고 통장 잔고

보면서 씩씩대고, 어데 눈먼 돈 들어 올 때 없나 싶어 눙깔 굴리고.

사람이 왜 이런가 몰러 하면 도매끔인께...그렇게는 말 못하고, 나는 왜 이런가 몰러. 참말로 속물이구만.

 

요가 갔다와서는 설이 곧 닥치니까 방애를 찌이 와야재요

나락 여섯푸대 실어서는 쑥다리 방아간에 가서 쌀 두 가마니로 맹글어와요

아랫방 마루에 나락가마니를 그냥 쌓아 두었더니 쥐새끼들이 얼매나 날리를 쳐놨던지

쥐들이 까먹고 남은 나락껍데기가 수북혀. 저것도 얼릉 치와야하는데.

방아 찧으러 가서는 부산 언니에게 전화를 했재요

지난 여름에 레이스뜨기로 볼레로를 짜서 보냈던 언니예요

시엄니 입맛 없으시다니 어떠시냐고 물어봐요

그냥 계속 그렇게 조금 밖에 안 드신다고 했더니..그러게 연세가 있으시니 미각이 사라질 때도

돼얐지..그래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했지요

도시에도 노인들 문제가 여간 심각한게 아니라고. 도시는 모시고 사는 사람보다 따로 사는 사람

들이 더 많으니, 치매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을 합니다.

 

 

오늘은 영동장이래. 어머님이 올갱이국이 드시고 싶다고 올갱이 장에 안 나오나? 하고 물어보시네

설장도 봐야하고...퍼뜩 댕기와서 시간나면 친구만난 얘기도 쓰고..(곧아윌비백ㅎㅎㅎㅎ)

 

장에 갔다 왔시유

 

나락 찧이다 마루에 부라 놓구서는 점심으로 쪼구새끼 구워놓고 동태국 알넣어서 부글부글 끓여

놓구선 회관 농협 총회하는데 뛰어갔어요.

그저께 고스방 점심 먹고 난 뒤 친정 동생이 전화가 왔세요. 설명절 선물 돌리는 걸 곶감으로 한다고

곶감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해요. 그래서 밥상만 치워놓고 어머님 회관에서 점심 드시고 오시기에

아버님 점심은 어머님이 채려주시겠지 싶어서 고스방 차를 타고 알아 보러 나갔는데 아, 여기 저기

들렀다옹께 아버님이 점심 드시러 들어오신거라. 마악 드시고 부엌에서 나오는데 어머님이

"아이, 어디가면 뒷사람 먹을 반찬을 준비해놓고 가야지 김치도 썰어놓도 않하고 쪼구라도 좀

궈놓고 가지 ...."
"아예, 아까 상민이 아빠가 빨리 나오라고 해서 고만..."

더 화난 목소리로 어머님,

"마음에 있으면 꿈에 보인다고...."하며 딱 쐐기를 박으시드만요.

나도 한 가닥 욱하는 마음으로 한 마디 거들면 또 싸움날끼고 ㅎㅎㅎ

고서방도 사온 곶감 만지면서 날 보고는 고만해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관가면서 찌개까지 끓여놓고 나가요

 

회관가서 회의 끝나고 김치찌개를 끓일라고 마악 돼지사태살을 썰라고 내려놔요

칼이 안 들어서 바깥 수돗간에 가서 세멘에다 썩썩, 문때가지고 와서는 고기를 썰고 있으니

전화가 와요. 수원에서 친구가 포도주를 가지러 왔다네요.

길을 안내해주니 마을 회관까지 차를 몰고 왔어요

내가 황간에서도 어디 별만 보이는 골짜기골짜기에 사는 줄 알았나벼

그러나 아이래요.나는 경부고속도로변에 살아서 황간나들목에서 차로 오면 일분밖에 안 걸리는데서

살고 있재요.

 

같이 온 한 친구는 본지 육칠년이 됐나?

그 친구놈 하구는 참말로 사연이 많습니다.

여기다 옮길 내용도 못 되구 ㅎㅎㅎ

 

매곡면 가다보면 내동이라고, 보통 안골이라고 불러요. 거기 <숲속의집>에가서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습니다. 맛있게 먹는거 보니 기분이 좋아요. 촌이라 어데 델고갈 곳도 마땅찮고 그런데 다행히 그 집에 가서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시요

오리탕도 괘안타고 옛날에 까다로운 울 시엄니도 말씀하셨구만요.

 

점심먹고 그들을 데리고 월류봉 구경시켜 줬세요

월류봉 한 번도 안 본 사람들은 경치가 좋다구 뻑가요

눈바람 날리는 날 쩌어기 한천가든 이층에서 매운탕 먹으며 바위산에 설핏설필 얹힌 눈 보면 정말 무~준다 했디만....무~준다는 말 오랜만에 듣는다고.

무~ 준다가 뭔말이냐고요? ㅎㅎㅎㅎ 먹어준다는 말이예요. 그러니까 최상으로 좋다는 말이라요.

 

이렇게 내가 바쁜데 신협에서도 오늘 총회를 한다네요. 고스방은 늘 신협총회후 경품추첨에 목심거는 사나이라. 우리가 식구수대로 다 신협조합원이래요. 해마다 총회 할 때 출자금 내는 것도 만만찮여.

그러면 식구수대로 선물 받아오고, 또 번호표 받아서 경품이 되나 안 되나 지켜보는 맛도 쏠쏠하재요

그런데 오늘은 친구가 와서 그걸 못하고 월류봉으로 갔으니.

다행히 고스방이 그 시간에 부산가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부산간다네요. ㅎㅎㅎ 난 살았습니다.

 

저녁에 고스방이 와서 경품 번호 당첨됐냐고 물어요. 하낫도 안 됐는걸..그게 뭐 그렇지..했더니

여편네가 가지도 않고 그런말 하는거 같다고..자꾸 집요하게 물어봐요.

갔다구. 자전거도 타 가고 가스렌지도 타 가고 뭐 다른거야 삽자루 아니면 곡갱이, 설탕에 쌀 한 푸대...뭐 이런건데....나는 하나도 안 걸리데. 했더니

자꾸 바른대로 말해보랍니다. 나는 죽어도 갔다고 우깁니다. 괜히 실토하면 다음에는 가도 안 갔다고 단정짓고 말기 때문에 하늘이 무너져도 갔다고 얘길 해요.

 

친구 보내놓고 회관가서 큰 솥하고 작은 솥 씻어 놓고 뒷정리 하고는 집에 왔어요

 

집에 와서 그 놈 생각을 합니다.

마흔이 되기 전의 일이니까 그 땐 피가 뜨거웠지요.

피가 뜨거우면 뭔 일이 있간?

 

빈대나 벼룩, 이런 거뜨리나 피 뜨거운 사람을 좋아하재...ㅋㅋㅋㅋ

 

 

그래도 살아 있으니 대추나무 연줄 걸리 듯 걸린 인연의 망에서 다시 얽힙니다.

정다빈 그 애처럼 죽어 버리면 아모 것도 아닙니다. 힘 내서 삽시다

언젠가는 이 촌여편네 한 번 만나 봐야 안 되긋습니껴? ㅎㅎㅎ

 

 

 

 

 <정선 사는 총각이 찍은 사진이예요. 내가 좋다하니까 몇 장씩이나 보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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