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현장, 적발당하다

황금횃대 2004. 9. 7. 19:55
서울에는 와파(WAFA)라는 단체에 회장이 있는데 나와는 그럭저럭 알고 지낸다
우찌 아냐하면, 그냥 카페 회원이니까 잘 안다고 할 수 밖에
뭐 별나게 속깊은 이야기는 안 해도 그가 뒤늦게 뛰어든 문학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는지 술 한잔 하고 난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아 모실 일이다.

김천 직지사에 공원이 생기면서 거기에 컨벤션센타처럼 건물이 두 동 들어섰는데
예의 거기에도 예식장이 생겼나보다.
요즘은 예식장이라면 촌스럽게 생각하니 웨딩홀이라고 말하자.

거기 오픈 행사에 참석하느라고 그가 왔는데 그 역시 나처럼 정선행님과는 행님동생하며 지낸다
정선행님은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적지만 그의 닉네임이 정선행님이니 어쩔 수없이 행님이 되었다. 회장행님이 온다니 사전에 무슨 약속이 있었는가 정선행님도 새벽 두시에 차를 밟아 아침에 직지사에 도착했다는 기별이 포도 박스 중량 달고 있는데 왔다.

거기 와파회장님하고 직지사 구경하고 나중에 점심 먹고 황간으로 넘어오라 했더니 한 시가 조금 넘어 이리로 넘어왔다.
점심 먹고 집으로 오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포도농장에 왔으니 포도라도 한 박스씩 가져가라고 집에 들러 포도를 차에 실어 주었는데, 와파회장이 동네를 잠깐 들러 보다가 내가 세워 놓은 차에 포도를 실어 주려는데 와서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얹었던 것이다. 친하게 지내니 나는 그럴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먼발치에서 고서방이 그걸 봤겠다.고서방 눙깔이 화악 뒤집어졌겠지 게다가 동네 광장에 속하는 회관 앞마당에서 그랬으니...

잘 가라구 인사하고 그들을 보내고 집에 오니 고서방이 도끼눈을 띄고 쫴에~려본다

"어떤 새끼야?"
"뭐하는 새끼야?"
대번 앞뒤도 없이 제 마누라 어깨에 손 얹었다는 이유로 새끼가 되버렸다

아이고, 현장을 용꼬로 봐 버렸으니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다

"집으로 갈라니 서운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랬던거지"
내가 대답을 하면서도 걸고 넘어질려면 한 없이 걸고 넘어지겠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격탄으로 날아온다
"으흥...서운할 만큼 친하단 말이재....에?"
말꼬리를 올리며 삐딱하게 나올 태세다. 이땐 그냥 수그리하는것이 최상이다.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이런 말을 할래다 참는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날려구? 하면 말꼬리 붙잡고 늘어질게 분명하다. 잘못했다하고 입 다물고 만다.


그러고는 고서방이 눈을 바로 뜨지않고 마당을 쓸고 있는 나를 눈길로 계속 쫴리고 있다
흐미...등때기 따가와.

논둑을 깎으로 간다고 예취기를 손 보더니 날 보고 농협에 가서 예취기 부속을 사오란다.
에고...현장을 들켯으니(?) 내가 뭔 말을 하겠는가. 찍소리 않고 사온다.
부속을 갈아 끼우더니 동네 어귀에 있는 자기 차에 실어 놓으란다. 암말 않고 예취기 그 무거운것을 들고 낑낑 동네 마당에 가지고 가서 실는다
창모자만 달랑 들고 오던 고서방 왈,

"죄가 많으니까 암 소리도 않고 잘 들고 가네 여편네가 "

이때쯤 내가 예취기고 뭐고 화악 때기나발치면서 "죄는 무슨 죄~" 하고 한바탕 시작해야 하는데
에고, 그런게 뭔 소용인가. 오늘밤 이불밑 송사를 화끈하게 해서 풀고 말지..하고 꾸욱 속을 눌러 놓는다.


당분간 그넘의 현장 발각 때문에 잔멸치 볶듯 달달 볶이게 생겼스이..씨알라푸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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