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만에 어머님이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네
저번에 아들인 고스방한테 미리미리 병원 안 간다구 걱정을 들어서는 이번에는 내가
"어머님 병원 가세요"하니 그럴까 하신다.
점심먹으로 들어 온 고스방이 밥 숟갈 놓자 마자 병원을 가자고 이야기하니 날보고 대충
입원 준비해서 가잔다.
지난 토요일 병원에 경과보러 가서 직지사 들러 버섯찌개를 먹으며 엄니,엄니 꽃구경 많이 하셔요
하더니 그 꽃, 바람에 지기도 전에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다.
하룻밤은 내가 병원에서 자고, 그 다음날 오후에 또 시누형님이 서울에서 바로 내려오셨다.
엄니도 나보다는 딸이 해주는 간호가 훨 편하시리라.
울 둘째 시누형님은 병간호에는 아주 이력이 났다.
옛날 고스방 맹장염 수술한게 덧나서 아주 죽게 생겼다.
지금도 배를 들춰보면 세로로 칼자욱이 명치에서 배꼽까지 길게 세 개나 나있는게 보인다.
그 배를 보고도 놀래 자빠지지 않고 끌어 안고 자는 나도 어지간히 간 큰 여편네다.
시골외과에서 자기네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다른 병원에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몸무게가 40킬로 겨우 나갔다니, 그야말로 장이 유착이 되어서 등때기에 갖다 붙었고
살은 빠질대로 빠져서 뼈와 가죽만 남았단다.
아버님이 누이동생 신랑을 만나(내 시고모부님) 저라다 운석이 죽이겠어, 아들 하나 잃게 생겼네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니, 시고모부님이 펄쩍 뛰면서 서울대병원에 연락을 하고는 정화위원장(그 당시) 명함을 내밀며 의사에게 앰블런스 갖다 대라고 하니 두 말않고 환자를 내 주었다.
올라가서 열 일곱시간 수술하고 고스방이 수술실에서 나왔는데 의사샘이 뭐라했냐면
"당신, 살라면 내일부터 걷기 운동하고, 죽을라면 그대로 누워서 끙끙 앓아라"하더라나.
고스방이 누군가. 담배도 단칼에 끊는 위인이 아니던가
그 담날 보조기구를 옆구리에 끼우고는 병원 복도를 종일 왔다갔다하며 운동을 했다네
그러니까 운동하고 그 다음날 가스가 나와서 살았다네
지금도 자알 살고 있지를.
병원 갔다와서 삼개월을 어머님이 약밥에다 무우밥을 선낱해서 고스방 먹였다네. 소화 잘 되는걸 먹어야하니. 그렇게 울 형님이 고스방을 살리더니 이제 엄마 병수발을 해주신다. 참 잘 하신다.
그 덕에 나는 한숨 돌리고 장 봐서 병원에 반찬 만들어 갖다 준다고 어제 집으로 오는데, 어찌나 힘이 빠지고 몸이 무겁던지 버스 타고 오면서 좌석 팔걸이 밖으로 팔이 척 늘어졌는데 그거 들어 올릴 힘이 없어 그냥 늘어뜨리고 황간까지 왔네. 주차장에 내려 고스방 차에 장 본 것 실어 놓고 동네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방을 맞었지. 집으로 와서는 재료 풀어놓고 뭘 해가면 엄니 한 술이라도 더 잡수실까 싶어서 고사리도 불려 놓고, 검은 콩도 불리고..
열두시 반까지 반찬만든다고 동당거리고 다니니 고스방이 그만 자라하네
"아이, 자면 안 된구 당신이 밤이나 좀 까주시지."
"밤은 왜?"
"엄니가 찰밥을 먹으면 좀 넘어갈래나 하시면서 찰밥을 해 오라하�는데 밤을 넣어야 하는데 내가
그거 깔 힘이 없어. 쑥도 다듬어야하고"
아침먹여 모두 내보내고 반찬한 것 작은 통에 옮겨 담아 놓고는 찰밥을 한다
내가 찰밥을 안 좋아하니 맨날 찰밥을 엄니께서 만드셨지.
어째 곁눈질로 보긴 봤어도 제대로 내가 한 번도 안 해봤어
어제밤에 팥하고 덤불콩을 푹 무르게 삶아 놓았으니 솥에다 물 붓고 팥이며 콩이면 넣고, 밤을 얇게 썰고, 곶감 넣는 것도 좋아하시니 곶감도 넣고 해서 밥을 앉혀놓고 빨래를 헹구는데, 이녀르꺼 찹쌀은 멥쌀처럼 부글부글 끓지않고 그냥 가라 앉아서 눌어버리네
주걱 찾아서 자꾸 저어주고 물도 적어서 부어주고 내도록 달라 붙어 공을 들여 뜸을 들이니 찰밥이 되었다. 어머님 말씀대로 간간달착지근하게 되었다.
시동생이 가마골 밭둑가에서 홑잎을 훑어왔다.
이제 겨우 참새 혓바닥만하게 난 것을 뜯어와서 새파랗게 삶아 무쳤다.
어머님 메뚜기 볶은 것도 잘 드시는데 어젯밤에 동서에게 전화해서 메뚜기 슴슴하게 볶아서 좀 보내랬더니 아침에 시동생이 갖고 왔다. 학교 급식소에 일하는 동서는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메뚜기를 볶았단다.
박스에다가 찰밥이며 고사리 볶은 것, 홑잎 무침, 콩장에 새송이 장조림, 냉면김치에 열무김치까지 갖가지 담아서 아버님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갔다.
여전히 밥이라고는 입에도 못 대시던 어머님이 찰밥 덜어서 쑥국 떠서 입 축이시고 여러 반찬으로 몇 숟갈 드신다. 아버님이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신다.
아버님, 어머님은 올해 67년째 같이 살고 계신다. 매일 마주 보고 주무시니...
이제 머잖은 시간에 두 분 중 한분은 먼저 세상을 버리실텐데..
이런 생각하면 흐득흐득 지는 꽃잎만큼 생은 슬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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