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일상

황금횃대 2004. 10. 14. 09:21
12일인 어제는
예술제 향토 야시장 장사도 마지막 날이라
날씨도 쌀쌀하고 사나흘 강행군에
다들 지쳐 있었지요
말이 좋아 새마을지도자에 부녀회장이지
만만한 홍어좆처럼
용해터지고 남 부탁 거절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렇게 구정물에 손 넣어가며 새마을 기금 마련한다고
다리품을 팝니다.

군수란 위인과 그 밑의 떨거지들이 가끔 야시장 순찰을 돌고
순진한 백성들은 구수 말 한 마디에 어쩔 줄 몰라하져.
생고생이 따로 없는데
다리 건너편 뜨내기 상인들은 각설이패 엿장수까지
시끌벅적합니다

낮에는 한산하다가 밤이 되면 활기를 띠는 야시장!
옛날 어릴 적 대구 살 때,
부산 사는 이종사촌 언니들이 국제시장 야시장 얘기를 전해주면
도대체 밤이 되면 살아난다는 야시장은 어떤 것일까 몹시 궁금했었는데
사나흘 밥장사를 하면서 야시장의 생리를 터득한게지요.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면 하루 낮의 무료함도 금방 잊고
활기가 돌고 생기가 반짝반짝 나는.


예전에 내가 글에도 썼지요
삼년동안 생각했었다는 그 삐리리面 회장.
그 이도 그 동네 부녀회장과 새마을 지도자들을 이끌고 야시장을 열었더랬지요.
가끔 우리 장사 하는데도 들러 커피도 마시고 장사 얘기도 하고 갔지요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지
전혀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면 뭐 이웃 동네 면회장이 았다가는갑다 이럴건데
교육가서 그런 고백을 들었으니 생각이 달라요. 괜히 각별해지지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참 묘해서 한 날 한 시에 같은 곳에서 같은 일로 머물렀어도
파장의 교감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
그렇게 파장의 연결로 인연이 생겨나고 소멸하고 합니다.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두루두루 안부는 해야하고.
참,
오늘 나락 타작을 했네요. 평당 이백원씩 천평이면 이십만원의 돈이 타작삯으로 나갑니다.
새참으로 도토리묵과 홍합을 삶아가고, 솔잎술이래나 그거 한 병 들고가서
황금 들판 가운데 앉아 먹습니다. 메뚜기도 뛰고, 햇살도 튀고, 컴바인의 나락도 튀고...그렇게
들판은 서서히 비어져갑니다. 사람 가슴도 이 가을에는 한 귀퉁이씩 비어져 간다지요?
그러나, 들판이 비어가는 만큼 집구석 곳간에는 곡식이 쌓이 듯,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생의 곳간에도 무엇이든 쌓이겠지요 그것이 정이든, 사랑이든, 이도저도 아니면 업이라도 쌓이겠지요.

쌓고 소멸시키고....그것이 다아 사람 사는 일입네다. 안녕.



20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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