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황소 타는 희망, 그거 조옷치

황금횃대 2004. 10. 1. 22:24
오늘(아참, 일기에 `오늘`이란 말은 쓰지 말랬는데 맨날 까묵는다) 아침 날씨는 매우 쾌청청했다
두이노인들은 노인들 답게 감기에 기침에 열감기들이 심하다는 소식을 날이 밝으면 게시판 호청에다 오줌을 싼 모양새로 노랗게 그려놓았다
그래도 아침에 설거지해놓고 얼릉 들어와본다
부고장이 뜨질 않아 아무도 죽지 않고 제 목숨을 보존하고 있다는걸 알아채고는 안도다.

아침에 젊은 새댁이가 해군복장으로 나와서 일기예보를 한다. 오늘이 국군의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해군 복장으로 나왔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실토를 한다
부엌에서 마지막 밥 숟갈을 떠 넣으면서 그녀의 말을 듣는데 그녀가 날벼락같은 소릴 한다
"오늘 일기예보를 우습게 듣다간 늦은 밤에 큰코를 다친다"고.
그래서 밥숟가락을 비교적 이빨에 부딪지 않고 조용히 밀어 넣었다.
밥 숟가락을 입 안으로 밀어 넣을 때 가끔 티비에 비쳐지는 다른 나라 주방이 생각난다
페치카(맞나) 속으로 넙적한 큰 주걱 같은데 빵 반죽을 올려 놓고 깊숙히 집어 넣는 모습
내 입 속은 오븐이 아닌데 그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는 동작이 닮은게다
아참, 어디까지 이야기 했나. 응 그렇지. 왜 큰 코를 다치는지 그 녀는 또 연달아 말했다
기온이 뚝 떨어져서 얇은 옷을 입고 나가면 큰 코가 다 언단다 믿거나 말거나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간간이 비가 내리다가 바람이 불고 날이 차가와진다는 예보를 믿는다
그래서 아침절에는 밭에서 깻잎을 땄다. 커다란 보자기를 앞치마처럼 매고는 장갑을 끼고
깻잎을 딴다 노랗게 탈색이 오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깻잎을 따서 와 바늘로 깻잎 챙그린것을
꼬맨다. 몇 덩이의 깻잎 뭉치가 나왔다. 풀 숲에서 저만큼 자라 깻잎 따 먹는것이 용하지
게으른 농사꾼은 그 모습이 하냥 신기하다.

시월 구일부터 시작되는 난계예술축제에 면단위 새마을에서는 포장을 치고 음식 장사를 한다
말이 향토음식이지 조선팔도에 그렇고 그런 문화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 메뉴를
남자위원 여자위원 할 것 없이 어렵네 번거럽네..값이 비싸네 헐네, 원가가 나오네 마네 하면서
소릴 지른다.
결국 작년의 메뉴에서 손두부를 삭제하고 족발도 메뉴판에서 사라졌다. 대신 제육볶음이 들어
왔다.

그렇게 한 바탕 싸우고는 뒤안에 표고 버섯을 따서 데쳐놓다.
작년 봄볕에 목덜미 바싹 꾸버가며 표고 종균을 뒤안에서 넣었다
백합고란 표고품종인데 봄이면 하얗게 표고가 올라와 대가리 부분이 열십자로 탁탁 갈라지는
고품종 표고종균이다. 그런데 오늘 난 걸 보니까 그 품종과 거리가 쪼매 먼 걱 같다. 그래도
표고면 되지 백합인지 나리꽃인지 뭘 따져

저녁에는 군민체육대회 투호종목 선수로서 투호 던지기 연습을 한다
초등학교 강당에 한쪽 귀퉁이는 십인(十人)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고 우린 투호를 연습하다
오미터 떨어진 곳에서 투호 막대기를 고무다라이에 집어 넣는 경기인데 그게 생각보다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한다. 사람의 조정이란 부단한 연습끝에 저절로 설정되는거
아닌감?

한시간여를 연습하고 있으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내미다.
"엄마, 작은 아빠가 엄마한테 씨름 기술 갈케준다고 집으로 오래"
"알써...곧 가마"


시동생은 샅바를 두 개 준비해서 왔다
울 시동생은 작년에 난계예술제 민속 씨름대회에서 일등해서 황소 송아지를 탔다
올해는 출전권이 없어서 내가 나가기로 했다
작년에는 남자에게만 황소를 주었는데 올해는 여자도 준다고 한다
아...그럼 그거 내가 타 와야지 ㅎㅎㅎㅎ

백킬로가 훨 넘는 시동생하고 어깨를 맞대고 샅바를 걸고 배지기, 밧다리걸리 기술을 배운다
그 거구가 얼마나 날쌘지 나한테 기술을 걸고 들어오는데 비호같다.
한 사십분 기술 배우면서 샅바를 잡아 당겼더니만 팔이 뻐근하다. 이러다 씨름도 하기전에 팔에
알통이 생겨서 아구구구 하는거 아닌가 모르겟다

기술 한 가지 배우고 익숙하게 하는데 평상시 씨름을 하던 사람이면 모를까 어쩌다 한 두판
구색 맞추기로 하던 사람이면 필경 몸살이 날 것인데 사람이 무엇인가
희망이 있으면 힘들어도 몸살 할 여가가 없다

오로지 황소송아지 한 마리 타는것이 이 가을의 희망이다.
그 희망의 날이 시월 팔일로 다가 왔으니 내일까지 배지기 완성하고 그 담날은 밧다리, 잘하면 무릎치기, 안다리 후리기까지 마스트 할려고 하는데...너무 많이 배우면 헷갈리지 않을까?


지금 자판을 두둘기는데도 팔이 좀 떨린다.




고서방한테 맛있는거 좀 사달라해야겠다.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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