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로 제목을 썼으니 놀라는 사람도 많겟찌? 아니 촌 여편네가 글 제목을 영어로 다 쓰다니...하고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이건 다음 검색해서 배껴온 것이니까.
몇날 며칠동안 옥션을 들락거리면서 중고 스캐너를 사기 위해 불철주야 모니터를 쬐려보았다
좀 낮은 사양은 돈이 싼 대신에 마음에 좀 안 들고, 전문가용이라고 설명이 붙은 것은 즉시구매가가 높아 좀처럼 내가 원하던 가격에 사기가 힘들었다. 이러다 세월만 보내지 싶어 경매 나온 물건에 본격 달라 들어 거금 십일만원을 들여 경매자와 통화를 하며 스캐너를 사게 되었다.
오늘 그 물건이 우체국 택배로 온다해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옥션에서 물건을 살라고 들락거린다는 말에 나이많은 애인은 그것이 못내 애닯퍼 한 번 만나주기만 한다면 새것으로 사 주겠노라 달콤한 멘트를 날리기도 했지만, 옥션에서 경매로 사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지 싶어서 됐다 고만, 하고 일언지하 거절하고 말았다. 나이 많은 애인은 몹시 서운한가 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의 몫. 나는 서운할거 하나도 없네.
나이 마흔 쯤 넘어가면 연애도 심드렁하다. 젊었을 한 때야 애인이라면 입 안에 뭐 한 쪼가리 더 못 넣어줘서 안 달이지만, 늙어서 애인은 괜히 걸구친다. ㅎㅎㅎ아닌가?
전화 받기 곤란할 때 전화가 오면 그거 기분 안 나쁘게 거절하는 것도 여간 성가신게 아니구, 그렇다고 내가 울적하고 기분이 좀 거시기할 때 야, 나와서 나 좀 위로해 줘 하고 부탁하기도 영 껄끄럽고 그런기 나이 많은 애인이다. 서로가 생의 싸이클이 있기 때문에 흔쾌히 들어 줄 수 있는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기...이젠 사는 것도 어지간히 살았고, 새삼 생이란게 앞으로 무궁무진 삐까뻔쩍한 걸로 펼쳐지지 않는 다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게 알 수 있는 이 심심지랄 떠는 생 앞에 이제 부터 의미 있는 일로 땡기보자는게 있다면 추억을 파 먹고 사는 일이다.
어제는 시 고모님이 밤나무골에 가서 밤을 정부미 쌀푸대로 한 푸대를 가지고 오셨다. 밤 한 푸대에 오륙십 킬로는 나가겠더만 돈이 이만원이란다. 물론 밤이 왕대빵 큰것은 아닌데, 삶아서 먹으면 조근조근 파 먹을만은 한 것이다.
자기 전에도 그 밤을 비스듬히 누워서 파 먹고, 일어나서도 변소간 가기 전에 몇 개 쪼그리고 앉아 파먹고, 찻 숟가락으로도 파 먹고, 이빨로 반을 똑 쪼개서 앞니로 야물락지게도 파 먹고, 또 과도로 쪼개서 칼끝으로 예리하게도 파 먹고 그러는 것이다.
이렇듯, 심심풀이 간식도 많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파 먹을 수 있는데, 마흔의 생은 얼마나 파 묵을기 많겠는가.
옛날 그 불편했던 가난도, 그 때는 누추하고 보잘것 없었지만 지금은 파서 기억할 만한 아름다움이 되고 보니, 갑놈을년과 부대끼던 복잡함이야말로 보석같은 재료가 되어 더더욱 파 먹을만 하다.
스캐너 하나에 이렇게 사설이 길어 진건, 이십삼년전 친구랑 편지와 엽서를 쓰면서 내가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곳에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제 스캐너가 오면 하나하나 박아서 자료 정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마음이 들뜨겠는가
오라~ 오라~ 스캐너야 오라~ 하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데...ㅎㅎㅎㅎ
몇날 며칠동안 옥션을 들락거리면서 중고 스캐너를 사기 위해 불철주야 모니터를 쬐려보았다
좀 낮은 사양은 돈이 싼 대신에 마음에 좀 안 들고, 전문가용이라고 설명이 붙은 것은 즉시구매가가 높아 좀처럼 내가 원하던 가격에 사기가 힘들었다. 이러다 세월만 보내지 싶어 경매 나온 물건에 본격 달라 들어 거금 십일만원을 들여 경매자와 통화를 하며 스캐너를 사게 되었다.
오늘 그 물건이 우체국 택배로 온다해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옥션에서 물건을 살라고 들락거린다는 말에 나이많은 애인은 그것이 못내 애닯퍼 한 번 만나주기만 한다면 새것으로 사 주겠노라 달콤한 멘트를 날리기도 했지만, 옥션에서 경매로 사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지 싶어서 됐다 고만, 하고 일언지하 거절하고 말았다. 나이 많은 애인은 몹시 서운한가 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의 몫. 나는 서운할거 하나도 없네.
나이 마흔 쯤 넘어가면 연애도 심드렁하다. 젊었을 한 때야 애인이라면 입 안에 뭐 한 쪼가리 더 못 넣어줘서 안 달이지만, 늙어서 애인은 괜히 걸구친다. ㅎㅎㅎ아닌가?
전화 받기 곤란할 때 전화가 오면 그거 기분 안 나쁘게 거절하는 것도 여간 성가신게 아니구, 그렇다고 내가 울적하고 기분이 좀 거시기할 때 야, 나와서 나 좀 위로해 줘 하고 부탁하기도 영 껄끄럽고 그런기 나이 많은 애인이다. 서로가 생의 싸이클이 있기 때문에 흔쾌히 들어 줄 수 있는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기...이젠 사는 것도 어지간히 살았고, 새삼 생이란게 앞으로 무궁무진 삐까뻔쩍한 걸로 펼쳐지지 않는 다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게 알 수 있는 이 심심지랄 떠는 생 앞에 이제 부터 의미 있는 일로 땡기보자는게 있다면 추억을 파 먹고 사는 일이다.
어제는 시 고모님이 밤나무골에 가서 밤을 정부미 쌀푸대로 한 푸대를 가지고 오셨다. 밤 한 푸대에 오륙십 킬로는 나가겠더만 돈이 이만원이란다. 물론 밤이 왕대빵 큰것은 아닌데, 삶아서 먹으면 조근조근 파 먹을만은 한 것이다.
자기 전에도 그 밤을 비스듬히 누워서 파 먹고, 일어나서도 변소간 가기 전에 몇 개 쪼그리고 앉아 파먹고, 찻 숟가락으로도 파 먹고, 이빨로 반을 똑 쪼개서 앞니로 야물락지게도 파 먹고, 또 과도로 쪼개서 칼끝으로 예리하게도 파 먹고 그러는 것이다.
이렇듯, 심심풀이 간식도 많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파 먹을 수 있는데, 마흔의 생은 얼마나 파 묵을기 많겠는가.
옛날 그 불편했던 가난도, 그 때는 누추하고 보잘것 없었지만 지금은 파서 기억할 만한 아름다움이 되고 보니, 갑놈을년과 부대끼던 복잡함이야말로 보석같은 재료가 되어 더더욱 파 먹을만 하다.
스캐너 하나에 이렇게 사설이 길어 진건, 이십삼년전 친구랑 편지와 엽서를 쓰면서 내가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곳에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제 스캐너가 오면 하나하나 박아서 자료 정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마음이 들뜨겠는가
오라~ 오라~ 스캐너야 오라~ 하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데...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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