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뽑기왕 고스방 2

황금횃대 2007. 6. 27. 22:21

 

 

예전 글 어디에 보면 뽑기왕 고스방이란 제목의 글이 있을건데, 봉제인형 두어 박스 뽑고 야시꾸리한 여자 사진이 들어있는 라이터 수십개 뽑아대끼더니 그것도 시들한가 한 몇 년 뽑기를 접었다.

그런데 얼마 전, 논에 약을 치고 집에 들어 오는데 저걸 가지고 왔다.

포도밭에 일하고 집에 오니 탁자 위에 선풍기 같은 것이 비닐에 쌓였고, 비닐 안에는 약봉다리같은 하얀

뭉치가 두 개 들어있다.

고스방은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엄니하고 나하고 이걸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이거 선풍기 같은데 어데서 났어요 엄니"

"아, 그거 상민에비가 논에 약치고 들어오면서 가지고 왔어"

"선풍기같은데 우째 논에서 가져왔을까잉?"

"약치는거 아닌가 몰러. 뒤에 약봉다리 같은 것도 달렸네"

"요새는 약치는게 이렇게 조그맣게 나오나? 그라고 꼭 선풍기같고만..."

"그러게..."

 

어머님하고 내하고 그걸 들었다놨다 하면서 들여다보고 있는데 고스방이 물을 닦으며 목욕탕에서

나온다.

"뭐? 약치는 기계라고?? 히히히. 쪼뱅아 그게 선풍기지 뭔 약치는 기계야 으이구...저런 쪼다하고 내가

여태 살고 있네"

"뭐시라고라 쪼다라고라? 아니 엄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기에 논에 약치고 난 뒤 들어오면서 가져왔다기에 그렁가..했지. 어째 좀 이상하다했네"

 

어인 까닭으로 저 선풍기가 생기게 됐냐..하고 물으니

버스 정류장(시외버스)에 뽑기 기계가 새로 왔는데 벼라별게 다 있다나?

진공청소기도 있고, 렌턴도 있고....예전에는 봉제완구 중심이였는데 요즘은 생필품으로 그게 바뀌었다네. 어떤 사람이 뽑기 기계에 와서 8000원을 써도 저 선풍기를 못 뽑고 앞쪽으로 끌어 댕겨 놓기만하고 고만 차가(시외버스) 오는 바람에 마지막 작업을 못하고 갔기에 우리의 야비한 고스방 얼른 그 옆에서 선풍기 꺼땡기는거 보고는 달려들어 자기는 1000원만 쓰고 뽑아 왔단다.

저걸 공부하는 아이들 책상 앞에 붙여주면 시원할거라고 내심 뿌듯, 흡족해하며 집으로 가져와서 풀러 보고 싶은 걸 논에 가는 바람에 꾹꾹 참고 논일 마치고 돌아와 끌러보니

 

우리가 약봉다리라고 생각했던 뭉테기 두 개는 기계안에서 쉽게 끌려 나오지 못하게 매달아 놓은 찰흙덩어리였고 포장 비닐 뜯어 내고 얼릉 콘센트에 꼽아 본다고 가져갔는데 어랍쇼?

이건 플러그가 아니고 자동차 안에서 꽂는 잭이 달렸다(사진 참조)

순간 황당하게 뻥찌던 고스방의 표정이라니.

우리보고 쪼다방맹이라고 하더만, 누구누구도 그에 못지 않네. 하며 실실 약을 올린다.

그걸 가지고 집구석 어딜 다녀봐도 꽂을 데는 없다.

 

"잘 됐네..그거 가져가서 당신 차에 꼽아 댕기면 되겠네" 했더니

"야이 여편네야. 이런거 차 안에서 왱왱 돌리고 있으면 손님들이 저 차는 에어컨도 안 틀어주냐 하며 차 타지도 않어"한다.

 

결국, 약삭 바른 쥐 밤눈 어둡다고...넘이 구링이 알 같은 돈 팔천원 쏟아 부어 땡기 놓은 것 저는 천원에 건져 올렸다고 좋다하더만, 아모 무용지물이여. ㅋㅋ

그러나 고스방이 여기서 포기할 위인이 아니재. 어제 차 뒷트렁크 열어보니 몇 가지 더 뽑아 놓은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놓았네.
"당신 또 뽑기 시작했어요?"하고 물으니 깜짝 놀래서

"아니, 저 선풍기하고 몇가지 더 뽑아서 mp3하고 바꿀려고... 선풍기 아깝잖어.."

 

어따, 그 몇가지 더 뽑는 돈으로 그노무 mp3하나 사긋어.

자꾸 순진무구해져 가는 고스방.

날도 더븐데 정말 큰일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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