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클릭하면 린넨의 질감을 알 수가 있지. 질감이 뭐땀시 중요하냐구? 중요하지...매끌매끌한 것과 꺼끌꺼끌한 것의 그 미세한 차이. 사는 일도 그 미세한 차이에 홀려서 사는거 아닌감? 아님 말구.>
화두가 별거여?
골아프고 복잡한 걸 한번에 걷어치우고 몰입하게 만들면 그게 화두지
종일,
린넨천 스무두쪼가리 꼬맨다고 아모 생각을 안하고 바느질에 몰입한다
저녁 시간 전에 끝이 나서 이제 마악 어질러진 방을 치우고
저놈의 가방끈은 언제쯤 꼬맬 수 있나..생각해 본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중학교 1학년 처음 들어가 가사시간에 뭘하냐하면
하얀 옥양목 천쪼가리에 블란서 자수실로 스티치란 걸 젤 먼저 배운다
홈질, 박음질, 반박음질, 공그르기, 체인스티치, 아웃트라인스티치...등
풀기 빳빳한 옥양목 천에 초록색 혹은 연두색 실을 번갈아 섞어가며
바느질을 해서 제출했을 때 잘 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 후로 나는 바느질이 지겨워본 적이 한번도 없다.
반짇고리에 알전구를 넣어두고 가끔 구멍난 양말도 청승스레 꼬매고 앉았다
똑 같은 간격으로 동그랗게 감아부쳐 가면 천들이 볼록볼록하게 바느질 자욱을 내는데
그것도 참 이쁘다.
울 딸은 날 보고 참말로 신기한 아지매를 본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 아침에 몸이 무거워 일어나기 힘들면 이런 시간에 잠이나 자지...끌끌 하는)
나는 잠자는 시간이 젤 아깝다.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편지지를 끌어당긴다
덮어 쓰고 잘망정 책을 갖다 놓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모다 마음 편할 때의 일이다.
어제는 세탁기 빨래를 꺼내 마지막으로 손으로 한 번 헹궈 탈수를 하는데
목욕탕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 하나 흔들어 헹구기까지 좋았는데 그걸 헹구면서 고만
심통이 나는거라. 내 몸 부서져라 이렇게 깨끗하게 헹궈서 입혀놓으면 뭐하냐 지들은
그깟 땀냄새 조금 난다고 하루만 입으면 홀딱홀딱 벗어던지고 에라이 싶어서 물이 질질
흐르는 빨래를 앉아서는 세탁기 위로 마구 집어 던졌다.
물이 사방으로 철철 흐르며 얼굴이고 목덜미고 물이 튄다
그래도 부애가 나서 쑤셔 박듯 마지막 빨래를 일어나 처박고는 탈수기를 돌린다
6분 동안 탈수기가 돌아간다. 씩식거리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 앉는다
띠롱띠롱...탈수가 다 됐다고 세탁기가 기별을 한다
통돌이 속으로 깨금발한 몸을 숙이고 빨래를 꺼내면서
'에구...이렇게 골부리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다 내맘 하나 다스리기 나름이지. 까짓꺼..'
이렇게 마음은 탈수통이 제자리에 멈춰서는 동안 오질없이 지랄을 한다.
조금전에는 죽일 듯 쑤셔박은 옷들을 이젠 탁탁, 털어서 반듯하게 빨래줄에 너는데.
참말로 더럽고 치사한게 사람맴이여 그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