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호박

황금횃대 2007. 7. 29. 19:57

 

 

이틀 전에도 마디호박을 동글동글하게 잘라 구웠다. 호박 두개를 얇게 썰어서 후라이판에 몇 판을 구웠는지는 세지 않았다. 그러나 목에 걸고 시작한 수건으로 땀은 열 두번을 닦았다. 마지막으로 팬에다 호박을 깔아 놓고 기름을 붓고는 뒤집게로 이리저리 호박끼리의 간격을 조절하다가 기름이 튀어서 순간 욕이 튀어 나왔다 씨팔. 그 담 문장은 보나마나 조또로 시작할게 분명하다. 조또 내가 왜 시부모 모시는 집으로 시집을 왔을까. <까>까지 생각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친정 부모가 생각났다. 친정동네는 해마다 여름이면 최고의 습도와 기온을 자랑하고 자랑하다 못해 제 기록을 갱신까지 해대는 동네였다. 그런 동네에서 큰 올케 역시 나를 낳아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그래서 <까>는 꿀떡, 울대에 소리가 나도록 삼켰다. 호박을 구우면서 왜 친정부모를 생각했는지는 마지막 문장에서 밝혀진다

호박구이 양념장 반찬은 우리집에서 아버님 밖에 안 드신다.

 

지금도 나는 재고가 바닥난 호박구이 양념장 반찬을 만드느라 부엌을 왔다갔다 하면서 호박을 굽고 있다. 역시나 기름이 튀고 나는 행여라도 이틀 전과 같은 문장이 튀어 나올까바 미리 어금니부터 물었다.

 

 

'소주 동맹 상순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자 도망  (0) 2007.08.25
쇼를 하라 쇼!  (0) 2007.08.10
일상  (0) 2007.07.14
비 왔던 날  (0) 2007.06.30
낮술 한 잔.  (0) 2007.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