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그대 사랑,하는 나는, 행벅한 사람! >
나는 가끔,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이 실린 작은책 홈페이지에 맨날 주끼쌌는 이야기를 올린다.
거기 편집장이 강순옥씨 할 때부터 작은책 정기 구독을 하였는데, 그 후 윤구병씨, 그 다음에 버스 운전기사 안건모씨가 그 직책을 받아서 지금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책은 작지만 그 안에 일 하는 사람들이 눈물과 땀 범벅으로 써 내려간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 밥줄 떨어질 위험도 없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이 된 것도 아니고, 단지 일 하면 몸 고단한 것 밖에 없는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착취하려는 자본가도 없고(산업구조상 착취 당하는 것 외에), 그저 호맹이질 한 만큼 잡초가 제거 되고 발걸음 한 번 더 한 만큼 내가 심은 것들이 반들반들 이쁘게 자라 주는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계절이 원하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
24일 윤구병 새임이 작은책에서 <나는 왜 농사꾼이 되었나>하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는데 거기에 참석하려고 지금부터 목하 연구중이다. 이런 강연에 고스방이 먼저 알아서 같이 갈래? 하면 내가 밥을 굶어도 좋으니 따라 나서겠는데, 미안하지만 고스방은 내가 그런데 찾아 댕기는 것조차 못마땅해서 미간에 주름을 팍팍 잡으며 눙깔을 희뜩 뜬다. 그래서 거길 간다는 말은 못하고 다른 핑게를 대야한다. 맨날 잔머리만 굴리다보니까 염색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머리카락이 팍팍 쉰다.
가끔씩 올리는 사는 이야기를 윤구병새임이 읽고는 참 재미있다면서 직접 내게 전화를 하셨다. 요새는 잘 안 쓰냐고. 요새는 거머시기냐 컴퓨터 강사 하니라고 앉아서 주낄 여개가 없어요 새임. 했더니 그거 돈 번다고 할려고 하지 말고 살면서 이것저것 사라져 가는 일들을 부지런히 기록해 놓으란다. 옛날 내가 울 시엄니하고 고추장 담는 이야기를 썼는데 그걸 읽어 보고는 그렇게 얘길 한다. 장 담그는 이야기, 고추장 담그는 이야기, 메주 쑤는 이야기..
고이오덕 새임은 삶을 기록하는 생활글을 말씀하셨지만 이젠 생활글을 넘어서 단순 기록이 아니라 즐거운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고. 횃대를 보면 딱 그런 사람이라고 칭찬인지 뭔지 모를 이야기를 한다. 중언부언 갖다 놓고 이야기하는 나와는 달리 새임은 낭창낭창,허실 말들을 내가 잘 알아 듣게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전화를 끊고.
정말 나는 즐거운 글쓰기를 하는 걸까? 하고 물어 본다. 담배연기 태우며 고스방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쥐어짜지 않으니 우선은 얼굴이 편하다. 목구멍도 편하다. 저녁 먹으러 들어와 잔소리 옹알되는 서방을 보면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또 이렇게 원고지는 아니지만 자판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옛 상고시절 타자속도를 느끼며 글을 치다보면 화도 풀린다. 거기다 고스방 험담을 이리저리 양념치고 튀기고 볶다보면 험담은 맛있게 요리가 되어 있다. 이런 것도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가 보면 과학적 의학적인 해부가 가능하겠으나 그런 것은 집어치우고 나는 단순히 <화가 풀리고 경직된 내 심정이 완화 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 아름다운 문장, 부호, 띄워쓰기, 맞춤법....단락 이런 것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냥 내 호흡으로 써내려 가는 것이다.
나는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시는 더더구나 아니다. 그냥 행복한 글쓰기를 한다. 그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