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쪼매 덜 떨어졌어.

황금횃대 2005. 3. 5. 12:53
보름전 고스방이 요로결석에 걸려서 검사를 받았다
오줌이 졸졸 내려오는 길에 일점영사센티미터짜리 돌이 생겼다
맥주는 커녕 물조차 잘 먹지 않으니 나처럼 무엇이든 잘 마셔대는 사람에 비하여 그런 병이 걸릴 위험이 훨 크리라. 금싸래기같은 오십만원의 거금을 들여서 체외충격파 결석제거 시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는 동안 바깥에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뭐가 쿵쿵 소리가 나면서 아파트 현장에 에이치빔 박는 소리가 났다. 두시간여 시술을 받고 나온 고스방, 어찌나 쿵쿵 거려놨던지 고추가 정신없이 딸랑거렸나보다 얼굴이 하얗다. 어지럽다며 링거병을 달아놓은 쇠파이프를 붙잡고 핼갓게 앉아 있었다.

사람의 건강이란 것은 자신 할 수도 없고 언제 어떻게 나빠졌는지 알 수도 없는 일이라.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밥 먹고 물이나 좀 낫게 마시지 여전히 병아리 눈물만큼 먹는다.
물 먹다가 돌아가신 조상님이 계시는가 그렇게 물을 안 마신다. 약 삼아 물 먹으라 해도 그걸 못한다. 벌써 요로결석이 세번째이다.

어디서 들으니 비뇨기과 질환도 보험급여 청구 대상이 된다고 해서 어제 병원에 진단서를 떼러 갈려고 준비하는 중, 고스방이 전화가 왔다. 대구 가는 손님이 탔는데 같이 타고 가서 너는 김천에 내리고 갔다오자..하길래 서둘러 준비를 하고 차에 탔다.

손님은 육십대 가까이 보이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다보니 쉰여덟이란다.
벌써 낮술이 한 잔 되어 차에 올라타니 술냄새가 확 난다. 내가 앉자마자 그 아저씨는 발음도 되지 않는 혀를 꼬부리며 자기집 이야기를 한다.

여편네와 싸와서 지금 집을 나왓으며, 대구로 가서 이것저것 알아볼려고 간다고. 그러면서 열여덟 연애하던 시절 이야기, 왕년에 잘나가던 이야기, 떡뽁기 양념 만드는 이야기, 자기집 불란일어난 이야기...김천 가까이 가는데 그 집 역사의 반은 들은 것 같다.
그러면서 갑자기 고스방 보고는
"아저씨, 성주로 갑시다. 내가 열여덟에 사랑한 열여섯 그 가스나를 함 보러 가야겠어요"


아내에게 혼나고 쫒겨난(아줌마가 아저씨 사흘간만이라도 내 눈에서 좀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집을 나왔단다) 아저씨가 벼랑끝에서 떠 올린 한 사람의 얼굴이 열여덟 첫사랑이였다니.
그러면서 또 성주에 살게된 배경과 집안 사정, 그 여자와의 단편적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에 고스방은 고만 입을 다물었고, 내가 간간히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성주 읍내에 도착하자 아저씨를 내려주고, 다음에라도 이용하게 명함을 좀 달라는 아저씨의 말에 고서방은 아이고 됐습니다 하면서 다시 탈까바 두려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고스방은 술을 안 먹으니 술이 취해 횡설수설 하는 사람을 젤 이해를 못하는 편이다.

그 아저씨 내려놓고 김천 병원으로 와서 병원 옆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두 시 가까이 되어서 점심을 먹으니 얼마나 배가 고픈가.
보니까 쟁반짜장이라고 있는데 그건 이 인분씩 판단다. 고서방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서 대략 난감인데, 차를 주차시키는 동안 내가 먼저 주문하면서 고스방은 볶음밥을 시키고 나는 짜장을 시키려니 일 인분은 안된다고 해서 생각 중인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일 인분 안되면 이 인분 시켜"

"당신은 면 안 먹잖아요 "

"그래도 어쪄, 쪼뱅이가 먹고 싶다는거 먹어야지. 오랜만에 나와서 점심 먹는데. "

아이고, 말을 그렇게 해주는게 얼마나 고맙던지, 저런 감동 멘트를 고스방이 다 날리다니.
쟁반짜장을 배가 고픈참에 너무 허겁지겁 먹었나보다
집에 와서 체해가지고는 밤새도록 눙깔이 떼꿍하도록 고생을 하고 일어나니 힘이 하나도 없다

스방이 저 먹고 싶은거 안 먹고 에펜네 먹고 싶은거 먹어 주는게 뭔 큰 감동이라고, 감격해서 보답이라도 하는 냥 딥다 맛있게 먹어주다가 체해서 고생하는 나.

참말로 지금 생각해도 차암...덜 떨어졌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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