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리 월류타운에 칼침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그는 늘 스무돈쭝의 금목걸이가 잘 드러나도록 셔츠의 단추를 필요이상으로 열고
다녔다
촌구석 햇살은 그의 목걸이에 늘 반짝이는 햇살을 퍼부어 주었다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방앗간에 나타나 하루종일
고스톱으로 소일하는 동안 그의 아내는 열심히 씽크대 만드는 일을 했다.
어느 날, 병원에 갔더니 콩팥이 하나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콩팥을 녹여가며 그는 살았던 것이다.
가끔 우리집으로 쪼그라든 호두알 같은 그의 아내가 새벽에 전화를 하였다
고스방의 영업용택시를 타고 병원에 남편의 신장 투석을 하러 간다고 했다
병은 얻은 말년에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앴다
금목걸이는 더욱 흰 그의 목에 사슬처럼 매여있었고, 햇살은 여전히 병든 그에게 편견의 시선을 한조각도 섞지 않고 퍼부어
주었다.
어제 아침에 그는 사층의 높이에서 주검으로 누워 있었고
나는 아래층에서 그를 위해 발인제며 평토제에 쓸
부침개를 굽고 있었다
푸른 파전 사이에 메워져 있는 밀가루가 그의 얼굴처럼 하얗다.
두부도 하얗다
배추전의 밀가루 옷도 하얗다.
단지, 내 손톱 밑에만 기름때가 끼여 검은 실선이 생겼다. 새끼손가락 손톱을 이용해
서로 파냈다. 이렇게 몸의 각 지체가 서로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연결되는데 그것이 중지되면 죽음이란다.
오늘 아침,
그를 실은 꽃상여가 부개동 굴다리 밑을 지나 산으로 향했다
분도고모부는 꽃상여가 비싼거라고 말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꽃상여도 비싸고 싸고가 있냐고 물었다 그럼요 종이꽃이 이렇게 화려한 것은 비싸지. 뒤이어 누군가 그럼 가져갔다가
쳐대지 말고 내일 또 쓸까? 아이고 내일 또 누가 죽으라고 그런말을 하는겨 사흘동안 꼬박 상가집 붙어 있을래니 죽을지경이구만 수미엄마도 한마디
거든다 초상은 말없는 망자의 침묵 사이로 상주의 울부짖음,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애처러운 맘이 서로 엉기어 아침 안개 속으로 버무려진다.
요령 소리가 나고, 길잡이의 선창이 있고 상여를 매고 가는 상여꾼의 후렴이 붙으면서 망자가 금목걸이를 출렁이며 걸어가던 길을 가고
있다.
붉은 만장에 푸른 댓잎이 하늘거린다.
부개동 굴다리 앞에서 상여꾼들은 술을 한 잔 하겟지. 소주에 돼지고기 한 점
싸 먹으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숨을 쉬는 이상 죽음은 절대로 자신의 것이 될 수가 없겠지.
산을 오르고...미리
대기한 포크레인이 작업을 마친 곳에 망자는 영원의 휴식을 갖는다.
마산리 경부국도변, 새 장수식당에서 치뤄진 장례식은 그렇게
끝이나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구석구석으로 몰려가 서로의 어깨를 곁고 모여있다.
너희들은 따뜻하니?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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