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4단락

황금횃대 2005. 3. 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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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김수영, 나의 家簇 중 –

썩어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썩어도 좋은 것은 정녕 사랑 뿐이더란 말이냐?

오늘 바람도 안 불고
전화 부스 속까지 햇살이 침투하여
짙은색 바지에 따끈따끈 온기를 남긴다
썩어도 좋은 사랑 속에 싹을 틔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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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空氣를 마시면 肺에 해롭다. 肺壁에 끌음이 앉는다
-이 상, 아침-

질식된 空氣를 마시면 肺에 해롭다
肺壁에, 토해내지 못하는 한숨이 쌓인다

소릴 지르니 가슴이 씨원하다
소릴 지르면 싸랑은 길 떠날 채비를 하는가?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그렇지 않을걸..우리 싸랑은.
쌓인 한숨이 싸랑을 목 조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싸랑은 지금 죽지 않으려 몸부림 중, 전화도
通話 중. 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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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그래 대문들도 안녕하구나
도로 도,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차의 바퀴도, 차 안의 의자도
光化門도 덕수궁도 안녕하구나

어째서 그러나 안녕한 것이 이토록 나의 눈에는 생소하냐
어째서 안녕한 것이 이다지도 나의 눈에는 우스꽝스런 풍경이냐
-오규원, 우리 시대의 순수시-

쨍 햇살 쏟아지는 여름 오후
신호 대기 중, 횡단보도에 기다리는 한 쌍,
아가씨와 軍用 男子
아가씨는 군용 남자의 하이얀 이빨을 치어다 보며 웃고 있다?
치어다 보며 웃는 女子의 눈부심?
난 어쩜 눈부심으로 웃는 모습이 그렇게 생소하뇨
난 어쩌면 눈부심이 나의 눈에 우스꽝스런 풍경으로 보이느뇨 씨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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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조각
금고 속에 넣을 수 없는
이 땅을 그 부동산업자가
소유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그가
양도하고 저당하고 매매하는
그 땅 위에서 나는 온 종일
바둥거리며 일해서
푼돈을 벌고
좀팽이처럼
그것을 아껴가며 살고 있었다
-김광규, 좀팽이처럼-

날 보고 맘놓고 쪼다방맹이라고 놀리는 놈이 있다
누구에게 말하니, 그건 진심이 아닐거라.. 그저 좋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거라.. 이런다
나는 정말 그 말을 믿었다
쪼다방맹이처럼
그리고 그것을 아껴가며 살기까지 하였다

 

 

 

 

 

참 오래전에 써놓은 것인데 지금 보니까 새롭다

나는 이때, 사회에 조금 불만이 많았나보다

디제이디오씨노래처럼,

너 밥상에 불만있냐?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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