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자적에 도시가스 배관공사를 도급맡아 하던 작은 사무실에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다.
거기 다니면서 나는 고스방과 한달 보름간의 연애를 하고 연애를 하는 동안에 주황색 가디건을 첨으로 짜기 시작했다. 가디건은 어깨선을 따로 파서 소매를 달아 내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냥 겨드랑이까지 짜서는 점점
소매코를 늘려 도포자락같이 넓다란 소매를 몸판에서 그대로 달아내는 스타일이였다.
작은 사무실은 샷슈문 앞으로 보도블럭이 깔려있고 제법 넓은 도로가 고개만데이를 넘어가듯 버티고 있었다
거기가 어디냐하면 엠비시방송국 앞 로터리에서 시내방향으로 올라오다가 범어시장 쪽으로 바로 넘어 오는 길이였다. 그러니까 법원 앞 70미터 도로로 부터 한 블럭, 혹은 두 블럭 지난 다음에 만나는 큰길이였다.
동천국민학교를 다니는 초딩들은 매일매일 손에 지들이 만든 마분지나 혹은 골판지, 혹은 색종이로 만든 공작물을 머리에 쓰기도 하고 팔뚝에 걸기도 하고 손으로 떠받들 듯 들고 가기도 하면서 유년의 시절을 오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때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생산이 되었고, 친구와 나는 가끔 근무하는 일요일에 만나 쵸코파이 한 통을 사서 앉은 자리에서 10개들이 한 통을 다 먹어 치우는 내공을 몰래몰래 쌓기도 했다.
그 친구는 당연하게 나와 같은 동네로 시집을 와서 아직 이날까지 황간에서 산다.
그녀가 황간으로 시집을 온 이유는 뭐 별다른 거창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의성 도리원 버스 정류장 소장으로 일을 맡아 가셨는데 거기서 모종의 썸씽연애사건이 일어난 것이였다. 그걸 뒷수습하느라 내 친구는 회사도 그만두고 아버지가 맡아 경영하는 도리원정류장의 경리가 되었고, 경리를 보면서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만정이 떨어지는 일들을 목격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 철이 바뀔 때면 매일 입고 바꿔 입고 나가는 바지가 열 댓벌씩이나 바지걸이집게에 걸려 벽앞에 좌르르르 진열이 되는 아버지의 멋진 삶이 어려서부터 꼬장꼬장 알뜰 살림을 배워온 그녀에게는 가당치도 않았거니와 용납도 안 되었으나 아버지는 어째도 아버지였으니.
그 모든게 슬슬 지겨워질즈음 결혼해서 산격동 사는 바로 위의 언니는 고등학교 동창 언니와 동네 이웃집에서 고스톱을 친목삼아 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 끝에, 언니는 내한테 여동생이 있는데 시집갈 때가 되었다는 말이 나왔고, 얼결에 묻어나와 같이 고스톱치던 맴버 중 한 사람이 신랑자리의 누나였던 것이다. 그 누나는 촌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지리도 착하게 살고 있는 자기의 남동생도 혼기가 다 됐다는 사실을 실토했고 그 즉시로 그럼 동생들 맞선을 한번 보이자는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맞선을 보고 친구는 결혼을 결심했고, 결혼식에 들어가서 신혼여행 갈 때까지 신랑신부가 손도 한 번 안 잡아보고 결혼을 한 희대의 희귀한 결혼식이 이뤄졌던것이다. 다...지난 이야기다. 그런데 왜 황간시외버스트미널은??
그렇게 먼저 시집온 착한 내친구와 더더더더더더더 착한 신랑은 홀시어머님을 모시고 밤이 되면 가로등 하나 없는 원촌꼴짝에서 신혼살리을 차렸겠다. 나는 그게 너무 짠하고 안타까와 저누무 가스배관도급공사 사무실에 일하면서 쉬는 날이면 자주 그녀를 찾아왔다. 찾아오고 이야기하고 웃어보이고 그러니까 친구의 시어머님이 나를 자기 친정조카, 그러니까 고스방한테 소개를 한것이다. 그래서 고스방과 나는 만났고, 그 당시 고스방은 회사 지입 영업용 택시 운전을 했는데, 택시 한 대로 낮에는 시동생이 하고 밤에는 고스방이 운전을 하였다. 내가 고스방과 선을 보고 서너번 황간을 왔었나? 낮에 일 마치고 저녁에 퇴근해서 영동역에 내리면 고스방이 그래도 내가 좋았는가 영동까지 태우러 왔다. 다른 개인택시는 모두 늦은 시간에 집으로 들어가고 고스방은 영업용택시라 밤 늦도록 영업을 했는데 나를 태우고 앉아서 (쩌어기 보이는가 택시 날라르미 서있는 곳)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밤손님이 타면 나를 앞에 태우고 손님은 뒤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갔다 오곤했다.
데이트래야 어디 식당가서 밥 한 술 먹는것도 아니고. 내참...나도 뭐가 씌였지. ㅋㅋ
저 황간 시외버스 터미널도 외양이 바뀌긴 했지만 골격은 그대로다
대합실 앞에도 그렇지만 안에도 마찬가지 이빠진 의자들이 댓개 놓여있고, 추풍령 버스정류소처럼 연탄난로가 놓여있고, 아주 오래된 궁서체 안내판과 학생은 반다시 학생증을 내놓아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다 매직글씨가 소용도 없는 매표소 구멍 위에 빛 바랜채로 붙어있다.//
하루종일 돌아댕깃더니 아이구 허리야....아들놈이 비키라고 하네
이렇게 밑도 끝어 없는 이야기는 계속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