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말을 다섯 가마니 하고도 서 말쯤 쏟았다
동네 내려 오는 입구에 잡나무와 마른 억새가 하도 난리 부르스여서 아지매들 몇과 일호삼촌 이렇게 너이서 나무를 잘라내고 풀을 정리해서 산불 방지 감시원을 불러 불을 놓았다. 마른 억새와 풀, 나무들이 무서운 기세로 타 올랐다. 속이 후련하다. 건너편 철둑비얄에 무성하게 자란 개나리도 다 잘라서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넣었다. 며칠 안 있으면 노랗게 피어날 꽃들이 비명횡사!
일을 다하고 길까지 대나무빗자루로 싸악 쓸고는 회관에 오니 할무이들이 김치부침개를 한 채반 구워 놓았다. 청년회 회장 선길이가 맥주 한 박스를 사가지고 와서 목 마른 참에 여럿이서 세 병 남기고 한 박스를 다 마셨다. 오늘 일년 마실 맥주를 다 마신듯 하다.
오전에 동네 총회가 있었다.
동네 뒷골 신축 도로로 동네 시사답이 편입이 되어서 그 땅에 대한 보상가로 다시 대토를 하여야한다. 안그러면 양도세를 많이 물게된다. 대토 문제여서 돈의 쓰임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한 사람은 요새 경기도 안 좋은데 일부 땅사고 반은 동네사람들에게 나눠 주자해서 디지게 눈총을 받았다.
동네 돈이란게 돈으로 남겨두면 어느 곳에 흐지부지 흘러 나가는지 알수가 없다. 무조건 대토하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다.
어찌나 말을 많이 했던지 입에서 쓴내가 난다.
그렇게 말이 많던 사람도 동네 청소 한다니까 다 어디로 술술 빠져나갔는지 없다.
결국 반장님이랑 수미 엄마, 일호 삼촌, 이렇게 너이서 그 나무를 다 베어내고, 벤 나무는 작게 낫으로 쳐서 묶어 회관 땔감한다고 가져왔다. 덤불을 손으로 꺼 땡겼더니 손톱이 다 아프다. 일을 처음 시작하면 손톱부터 아프다. 손톱 앓이도 몇 번하면 이제 농사일에 새로 이력이 붙는게다. 그렇게 농사꾼은 해마다 몸살과 생손 앓이를 하며 노동의 군살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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