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계측량
전 이장님이 세금추적을 하다가 이태전에 동네땅을 한 필지 찾아내었다.
그걸 특별조치법이 발효되었을 때, 동네명의로 옮겨놓았다. 대신 경계측량을 하지 않아서 땅이 어디만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덤불과 잡목이 우거져 땅으로의 효력이 없었다.
군청에 가서 경계측량 신청을 해두었더니 어제 지적과 직원들이 나왔다.
차 안에 노트북인지 노트북같이 생긴 지적측량 기계인지 그걸 삼발이 우에 반반한 나무판데기 대 놓은 임시 책상 위에 얹어 놓고, 그 옆에는 만화경 같은 키가 큰 기구를 다리 세 개를 쫙 펴서 세웠다. 그리고, 폴대라고 부르는 외눈박이 유리눈 같은게 달린 것을 가지고 이리저리 쫒아 다니며 경계 꼭지점 마다 붉은 말뚝을 박아 주는 것이다.
지적도 상에 나타나는 경계선이야 깨끗하니 아무것도 없는데, 실제 땅 우에는 벼라별 것들이 다 자리를 하고 있다. 일부 개간해서 갈아 먹은 손바닥만한 밭뙈기하며, 잡목이 우거져 그늘 끼인다고 대충 잘라 옆으로 꺾어 놓은 나무하며 찔레덤불에..그래도 경계말뚝을 박기 위해선 찔레덤불이고 잡목 속이고 사정없이 삐집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측량장비에 관심이 많았다. 마우스를 드래그하면 지적도면이 확대가 되었다 축소가 되었다하는 노트북 같은 것도 신기하고, 폴대 유리에 나를 비춰보니 사람이 꺼꾸로 보이기도 하고 옆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만히 보니 육면굴절각으로 중심에 촛점이 모여들게 만들어진것 같다. 자세히 물어 볼 수도 없어서 내 혼자 그런개비다하고 짐작만 했다.
경계측량하는 것을 가만히 보니, 지적출발 핀이 박힌 곳을 찾아서 거기다 기계를 설치한다, 거기서 방위와 각을 이용하고 거리를 측정해서 폴대를 꽂아 측량 기계하고 폴대 눙깔하고 딱 마주치면 거기다 오케이사인을 보내서 말뚝을 박게 하는 것이다.
이장은 말뚝이 어느지점에 박혀 있는지 잘 알아놔야 한다고 날더러 말뚝 박는지점마다 확인을 하란다.
옷을 가볍게 입고 나갔다가 두 시간정도 작업하는 뒤를 따라다니는데 어찌나 꽃샘추위에 개떨듯 떨어놨던지.
집에 와서 거울보니까 얼굴이 검자줏빛으로 변했다. 이런..제길.
그러나 추위와는 상관없이 측량기사가 어찌나 훈남이던지... 작은 무전기에 위치를 알려주고 또 기계를 들여다 보고 또 폴대를 옮길 위치를 이야기 해주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ㅋㅋ 깜박깜박 추위를 잊게 해 줄정도였으니 ㅎㅎ
2. 동네총회
올 들어 두 번째 동네총회가 열렸다. 개발위원회의도 몇 번을 가졌다. 그 이유는 지난 해 지어진 다목적창고와 저온창고 시설 때문인데 문제가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일억오천만원짜리 공사인데 부실공사라고 동네사람들이 어찌나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지, 그리고 그렇게 돈을 들여 지어놨는데 제대로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거기다 동네회관 부지까지 할 것이라고 그 땅을 매입했는데 동네회관은 아예 허가조차도 나지 않고 사천여만원을 들여서 새로 회관부지를 마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전 이장을 소환해서 이야기를 듣고자 했는데 전 이장님이 그 요구를 묵살하다가 동네 사람들이 화가나서 법률적인 문제까지 고려하자 그제서야 나와서 해명을 하네 어쩌네 했는데 시기도 늦었고 하여간 골머리가 아팠다.
어제 다시 총회를 소집해서 이 문제를 더이상 끌고가면 동네에도 득이 될게 없다. 이왕 일은 이렇게 된 것이고 어떻게 전 이장이 수습을 하겠느냐 하고 담판을 지어서 창고 보수공사를 자신이 사비를 들여서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는 이 사안을 마무리지었다.
옛날에는 동네사람들이 이장이 뭔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이장이 동네 땅도 팔아먹고 오리발을 내밀고, 비료며 사업에 대해서 여러가지 좋지 않은 일들을 했는지 몰라도, 이젠 행정공개로 말미암아 비료고, 지원 사업이고 면사무소에 가서 바로 통해 모든 사실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무조건 밀어부치면 되는가 싶어도 절대로 그게 안되게 되어있다. 회의 소집하여 공동으로 논의를 하고 공동책임으로 해야한다.
하여간, 전 이장님은 애먹고 일을 하고선 동네 사람들에게 미움만 사게 된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모두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7년동안 이장을 하면서 이렇게 곤경에 처했을 때 누구하나 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동민이 없다. 사람의 인심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 냉혹한 현실을 전 이장님이 미리 알았더라면 동네 사업에 그렇게 어물쩡 넘어가지 않았을 것인데....씁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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