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동네회의를 하고 대토 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마침 동네 가까운 곳에 포도나무를 심은 논이 매물로 나온게 있어 땅주인과 가격 절충을 위해 개발위원 한 사람을 흥정꾼으로 내세웠다. 그 논은 매물로 내놓은지 일년 반이 지났는데 선뜻 그걸 살려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 가격은 평당 십만원이였다가 아무도 입질을 하지 않으니 구만원, 이제 팔만오천원까지 가격이 내렸다.
포도나무도 심어져 있으니 못 받아도 그정도는 받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사람도 있고, 좀더 두고 보자는 사람도 있다. 오늘 새벽에 청주로 가서 농지법 강의를 받고 저녁에 집에 와서 저녁도 먹지 않고 대토 문제로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한다. 생전 땅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고, 나는 땅이라면 태초에 있던 그대로 그냥 있고, 파는 것, 사는 것에는 신경도 안 썼다. 내가 촌구석에서 그런 방향으로 안테나를 세워 살았다면 영동 할아버지 말씀도 있듯 아마 구미 정도 되는 도시에 가서 살 형편이 되지 않았을까 ㅎㅎ. 정말 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증권과 땅투기> 이 두가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아주 금을 그었다. 내가 농사 지을 땅을 늘리는 일이라면 모를까 재산 증식을 위해서 내가 땅을 사고 파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나는 아주 다짐을 두었다. 증권도 마찬가지.
동네가 아래 웃동네, 두 개로 나눠져있다보니 이렇게 땅을 보상받아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하는 일도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다. 어디에 투자를 하든 사이좋게 나눠서 하고, 대화를 통해서 하면 되는데 암암리 즈그 동네로(그래봤자 마산리인데) 뭐 하나 더 하려구 그런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슬슬 골치가 찌끈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냥 이런 일은 하지 말고 동막골처럼 튀밥이나 튀어서 나눠 먹고 룰루랄라 봄꽃 피면 머리에 이쁘게 꽂기나 하구..그런 일 하는 이장을 원하는 동네는 없나? ㅎㅎㅎ
나만 보면 사업, 사업,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면사무소 가서 졸르란다. 허참...동네마다 인사치레로 해 주는 사업은 어느 마을 할 것없이 똑같이 배분이 된다. 그런데 이장이 산업계장 옆에 주야장창 붙어서 동네 사업해 달라고 졸르라니. 이건 또 뭔가. 기실 그런거 잘 따오는 이장이 유능한 이장이다. 그런거 잘 못하면 우리 이장은 뭐하냐고 삿대질이다. 나는 농로도 흙밟으며 가니까 좋던데 시골사람들은 그 농로조차 세멘트로 모두 포장을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시골에서도 흙밟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바퀴 굴러간 두 줄 자리는 나란히 다져지고, 그 사이에 풀과 민들레, 쑥, 냉이들이 새파랗게 한 줄로 나고 사그러지고..그러면 그것도 좋지 않는가. 무조건 포장해달란다. 어데 마을은 밭 입구까지 세멘포장을 해 주는데 우리는 왜 멀쩡한 길도 포장을 안 해주냐며 조르란다 허.. 그것 참.
이제 동네 농로, 수로 포장사업도 어지간히 마무리가 되었다. 봇도랑은 말할 것도 없고 실낱같은 샛도랑도
U관을 묻어 세멘디비기를 해 놓았다. 옛날에는 논 옆 작은 수로에 올챙이도 살고 작은 고기새끼도 살았는데
U관이 묻히고는 그런생물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충북 농업기술원에 갔더니 농정정책 담당관이 나와서 충북의 농정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이제 개개의 한 농가를 돕기 보다는 작목반이나 영농조합 위주로 보조금이나 시설 자금이 나간다고. 결국 큰 농사를 짓고 관리하기 쉬운 대량 단일품목만 지원을 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이제 나이든 사람이 조금씩 짓는 참깨농사, 콩농사, 동부에 팥, 울타리 콩에 녹두 이런 품목들은 점점 토종이 사라진다. 사람이 과일만 먹고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누구는 영농법에 매진하여 특화 품종을 만들어내 전량 백화점으로 납품을 하여 고소득을 얻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본받아 모두 그런 영농법을 실행해야 농촌이 산단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농사라는게 그렇게 공장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아기자기한 농사도 나름 괘안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정책 입안자들은 농업경쟁력이라는 잣대로 농업을 바라보는 것이기에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에고. 머리 아포.. ㅎㅎ
내일은 토지보상 서류를 넣고, 다음날은 다시 개발위원 회의를 해서 합의를 도출하고...그걸 또 동네사람에게 설명을 해야한다 에고~~곡소리가 나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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