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방은 바로 위에 형이 죽은 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티벳버섯이 밤새도록 우유를 먹고 게운 듯한 시어터진 발효유를 단숨에 마시지를 않나
저녁마다 막차 보고 나서는 운동복을 갈아 입고 중학교에 운동장 열바퀴 돌기를 하러간다
처음에는 나도 잘 따라 다녔다.
가끔씩 뚱뗑이 딸도 동참을 했다.
첨 시작할 때 고스방은 걷기도 서툴렀다.
밥만 먹으면 차 우에 올라타 있는 시간이 많으니 보행이 좀 서툴러 보였다.
그래서 운동장 몇 바퀴만 돌면 발은 앞으로 느리게 가고 있는데 허리 윗부분은 자꾸 뒤에서 뭐가 잡아 땡기는 것처럼 뒤쳐졌다. 그래서 뚱뗑이와 여편네가 어떨 땐 뒤에서 상체를 받치며 밀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요새는 정말이지 자세가 달라졌다. 다리보다 상체가 발목 수직 기준으로 봤을데 먼저 나간다. 놀라운 발전이다.
농사일 하기 전까지는 저녁에 아무리 피곤해도 같이 안 가면 얼라처럼 나도 안 간다 할까바 부지리 따라나섰다. 근데 하루 종일 밭에 고구매심고, 참깨 씨넣고 포도 순 지르고 오면 진짜 퍼들어져서 운동 가기 싫다.
거기다 밥은 어찌나 맛있는지, 밭에서 일 마치고 상추 한 소쿠리 뜯어와서 집에와 물에 씻어 쌈장 매푸하게 만들어서 식은밥하고 쌈싸 먹으면, 쫀득한 식은 밥과 상추 잎사구가 상큼하게 와삭 으스러지면서 내는 소리까지 더해서 밥을 밥 그릇에 덜어 먹을 여가가 없이 고만 혼자서 한 찬합 밥을 다 먹게 된다. 그기다 씨원한 볶은 옥수수물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내장을 쑤와악 훑으며 200밀리 호스로 씻어 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그 기막한 느낌이 사람을 더욱 늘어지게 만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컴퓨터 의자 깊숙히 궁뎅이 집어 넣고 몰입하다보면 어디 운동 갈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기다 며칠 전에 컴퓨터도 새로 바꿔서 속도감 짱인디?
고스방은 얼마 전에 이마트에 가서 가판에 파는 체육복을 한 벌 샀다. 결혼하고 자기가 운동하기 위해 운동복을 사 본 적은 첨이다. 프로스펙수 가서 한 벌 골랐더니 너무 비싸다며 그냥 다른 곳을 둘러 봤는데 자기 맘에 똑 드는 그런 걸 발견했다. 사 가지고 집에 와서 입고는 사십 팔분동안 패션쇼를 했다. 우리는 박수를 치고 아빠가 이십년은 더 젊어 보인다고 진심으로 말해줬다. 아직도 청바지는 절대 안 입는 고스방. 그걸 입으면 고추가 찡겨서 제대로 운동을 할 수가 없다나? 나는 그게 뭔 말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지만. 가마히 한쪽으로 널부러진 꼬추가 뭔 운동?
며칠은 고스방은 혼자서 운동장 돌기를 하였다.
그런데 어제는 갔다 오더니 같이 가지 않는 여편네의 거지같은 몰골을 쳐다보며 삐죽삐죽 입을 내밀며 눈을 흘겼다. 낸들 왜 가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는 이미 기진맥진이다.
어제까지 감나무밭에 간작( 감나무 사이 사이 골에 뭐라도 심어 먹는 일)할 걸 심느라 허덕거리다 고구마순 다 심는 것으로 그 일을 끝내고, 며칠 전에 서리태콩 모를 부어 놓은 것을 들여다보니 날짐승들이 짚 덮어 놓았는데도 어찌 알고 마악 올라온 콩싹을 다 뜯어 먹었다. 씨알라푸알라 욕 한 마디 아무도 듣는이 없는 허공에 흐벅지게 날렸다. 또 심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오늘은 포도밭에 갔더니 육손 겨우 따놓고 내비둔 포도순이 엉켜서 엉망이다. 결속기로 두 골 찝고 나니 해가 진다. 아무리 일이 미어터져도 6시 반 칼퇴근!
또 상추소쿠리 끌어 당기고 밥 한 찬합 저녁으로 먹는다. 일은 뭐같이 하고 배만 키운다.
하루종일 노무현씨는 못 다 걸은 저승길을 가느라, 뜨거운 관 안에서....
국민들은 또 그를 배웅하느라...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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