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틀 우에 입춘대길 부적은 시간도 어기지 않고 작년 것과 바꿔치기 해 붙여 놓았는데, 어째 날씨는 봄의 낌새와는 가까이 하려 않습니다. 그래도 약국 앞 볕드는 길섶에는 외투를 벗어던진 화초들이 부지런한 주인의 손길에 얼굴을 씻기운채 나란히 나란히 볕을 쬐이고 있네요. 검정색 파카, 검은 쉐타, 검은 바지 일색이던 생활에 잠깐 초록빛이 끼어듭니다.
이즈음,
조용한 촌구석에는 오랜 만에 농협 영농 공개회의다, 신협 총회다, 면민들이 서로 얼굴 맞댈 일들이 생겨서 새해 안부를 늦게서나마 묻곤 합니다. 거기다 뜻이 맞으면 그을음 천장 낮은 김천집이나 양지집에 들러 낮술을 한 잔씩 나눈다는 소문도 듣기고요, 지난 겨울 졸창지간 이승의 경계를 넘어 간 사람들의 명단도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의 구비구비들을 채우며 삶은 영속성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대 생각하신 찔레 그림이 맞나 모르겠어요. 저는 늘, 창작은 없고 베끼는 것만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그려놓은 것, 내 속으로 한 번 더 그려볼 수 있는 시간조차 때론 감사하지요
봄맞이 잘 하시길
2012년 2월 11일 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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