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마흔의 삶을 물으시나요

황금횃대 2005. 3. 27. 09:08
1. 물음

 

 

이즘 집 근처 언덕에 앉아
무릇이 강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일상의 가벼움으로부터 벗어나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삶을 바라보자니
공문의 바깥뜰로 소슬 불어가는 바람소리가
혹여 들려올 듯도 합니다. 흐르는 것,
흘러 사라지는 것, 저 정처되지 않은 물과
나의 일상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아파라. 털끝 가벼울 시간들에 집착하느라,
바람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나무며, 구름이며, 짐승들과 어깨 한번 얽지 못하고
이렇게 지나쳐 버렸군요.

 

나는 오래 저 지나친 것들을 기억할 것이고,
삶을 쓸쓸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말하겠지요.
동생도 마흔의 삶은 아름다운가요, 다가서지 않으면
끝내 대상으로 남아있을 풋것들에게 손은 좀
내밀면서 사시나요...... Gloomy Friday,
천연덕스럽게 하늘은 저리 맑고 뜨겁네요.
계신 곳은 좀 어떤가요..

 

 

 

 

 

2. 답

 

 

다 저녁 때 신문을 헤집다가

호킹의 사진을 봤네요

블랙홀에 관한 이야기인데

양자물리학이니 뭐니 보아도 모르는 말들만 있는데

내용인즉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질량이 소멸되면서

모든것이 소멸된다고 호킹이 주장을 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 이론을 뒤집었답니다

일테면

블랙홀 속에서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것들은 

남아 있는 본질들이 블랙홀 밖으로

빠져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 우주의 한 응축점 블랙홀에서

빨려들어간 물질이 질량소멸이 되어 없어지든,

그 속에서도 살아남아 삐질삐질 밖으로 간신히 나오던

내 상관할 바 아닌데요 그 사람. 호킹.

근위축증으로 틀속에 간신히 제 목을 가누는

사진 한 장 속에 그.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뒤집는 그가

너무 부러워서.

 

 

개뿔이나 나는 거대한 이론도 없고,

나를 지켜보는 대단한 눈동자도 없고

그래서 휘둘리는 내맘을 단단히 붙잡는 뒤집기 한 판을 하여도

하등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데 나는 어이하여.

 

어찌하여 이리도 답답하게 , 답답하게도 산답니까

 

 

뭣이 답답한데? 하고 오라버니 물으시면

그냥 웃고 말지만요

마흔 넘어가는 여편네는

말 못하는 사정만 늘어가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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