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고물도 묻기 전에

황금횃대 2005. 3. 27. 14:45

고물도 묻기 전에...





보리개떡 같은 이야기를 올려 사랑이 어떠니저떠니 옆에 있는 눔이 최고여 하고 뻥치고 난뒤
불과 몇식경이나 지났나?

그 이야기 땅에 떨어져 고물도 묻기 전에 갈아묵어도 션찮을 것같은 독기를 부려대며 서방놈과 한판 붙었다

여편네들이 대개 남편과 싸울 때는 여자 문제 아니면 돈문제라
나도 뭐 그 영역에서 벗어 날 수 없는 특별날거 하나 없는 여편넨지라

낮에 점심 먹으로 좀 늦게 들어왔길레 밥상을 차려 놓고 나도 늦은 점심을 한 술 뜨다가
올해는 포도 농사 지어 돈도 좀 많이 했으니 나한테 맨날 백만원 주던 것을 좀 상향 조정해서 오십만원들 더 달라고 했겠다
나는 뭐 그깟 오십만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데 그래도 일년 농사 지어 작은집 다 주는 일에 나 오십만원 더 달라고 했는거 이 뭐 때려죽을 일이라고 이넘의 남편놈이 먹던 밥상을 바깥 출입문 쪽으로 확 밀어제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눈에 불을 확 키고는 싸움이 시작됐다

가만히 보니 가관이다 이런 우라질 일이 있나
내가 뭐그리 큰 요구를 했다고 이따구 밥 빌어먹을 짓을 하나 싶어서 나도 홧김에 그 엎어진 밥상위에 식탁의자를 집어 들어 확 때기나발 쳤더니 하이구나...그 튼튼하던 원목 의자가 용꼬로 맞았는지 몸체가 딱 두동강 나고 말았다
그 눈물나고 처참한 양념의 몸부림이야 말해 무엇하것는가

난장판은 둘째치고 남편놈은 엇뜨거라 싶었는지 욕을 하며 더 때려부시라고 의자를 하나 더 들어준다 안그래도 냉장고 바꿀 때가 되었는데 그놈을 받아들고 냉장고를 향해 내리쳤뿔라 하다가, 정말 그래놨다간 뼈도 못추릴거 같아서 니놈 부순만큼 나도 부셨다고 말하고는 일단 진정시켰다

그러고서도 여전히 입씨름은 계속되어 내가 늠름하게 대꾸를 하며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 쐐기박는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놈이 선풍기를 들어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는 것이다
흐미, 저 무자비하게 부서진 선풍기봐 여름되면 더워서 있는 선풍기 없는 선풍기 다 틀어대는 놈이 누군데 저럴까 내년 여름에 내가 선풍기 하나 더 사면 성을 갈겠다
(흐흐, 좋은 기회여, 내년엔 에어컨을 장만해야지.....)
이런 생각을 일순하면서 씩씩거리며 두꺼비와 지네 전래동화처럼 노려보는데 시부모님이 들어오셔서 싸움은 마무리됐다


살림은 설령 몇개가 아작이 났어도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나면 삶의 엔돌핀이 팍팍 솟아서 어느 황량한 사막 한 복판에 세워놔도 살아남을 것같은 전의가 생기는 것이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뭐, 저 여편네 제 욕인지 모르고 저리 써 갈기나 하겠지만...우리 부부의 애정전선은 여전하며, 새벽녘에 실무시 끌어앉고 뽀뽀나 한번하면 만사오키바리

휴...
내년엔 우짜든동 에어컨을 사야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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