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새벽 독서

황금횃대 2005. 3. 27. 14:47




<흐림>

 


아침 미명이 육신을 긁어대는 소리가 허리께에서
울린다
소리로 보아 아침 하늘에는 단지 구름 몇 조각이 아니리라 짐작컨데.
이부자리를 빠져 나오지 않아도 육신의 공명은
하늘 전체의 흐림을 예고한다

어젯밤
몸을 닦으며, 순서를 알 수없는 열손가락 어드메쯤
박혀있는 결혼반지를
칫솔로 세게세게 문질렀다
푸릇한 달빛 쪽창으로 겨우 새어들어와도 그 작고 하연 돌은 반짝인다.

부은 손가락에 결석처럼 박혀 있는 결혼반지! 그냥은 빠지지도 않아 딸과 아들이 내 손가락만 보면 측은해 하는 눈빛, 뒤로도 앞으로도 갈 수 없는 반지같은 한 章의 삶



<찾는다>

 


뜨겁게 데워 허리에 밀어 넣으면 살이 못견디게 뜨거워도 뼈가 시원해지는 씨프- 뜨거운 그것
없다, 아무리 찾아도...
살림 한 귀퉁이에 놓여 기우뚱 넘어갈 균형을 잡아줄 수건 반장짜리 크기의 그것, 누워 엎드린 김에 대신 곁에 둔 A4종이나 한 장 끌어댕긴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설라므네.. 


<대구에서>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서점 문지방을 밟고 넘어가는 내 발바닥은 헤르메스의 날개달린 신발을 신은양 가볍고 흥겨웁고 흥분이다
삼층까지 올라가 눈에 띄여 사온 책;
'윤영선 희곡집 1'
그래 그 때였지
혼돈의 시간을 죽여주던 희곡집
참 매력있는 책이였다
0.917..카텐짜..두꺼운 책 읽는 시간이 악! 소리나는 경이였던 책


내가 무심코 집어들어 여타의 망설임 없이 가방 속에 넣어온 책을 새벽에 펼친다


-그래 한 때는 빛나는 이마 높이 쳐들고 온 몸에 푸른 잎사귀 피우던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어느 틈엔가 뒤틀린 장판지처럼 눅눅하게 녹아 내린 하오의 햇빛 속에 서 있었어(이미지2, 하품을 한다)시간의 관절이 무참히도 꺽이고 (이미지3, 몸을 뒤틀면서 비명을 낮게 낸다)누군가 죽어갔다.(이미지1, 신음소리)거기 또 누가 아파하고 있느냐?
(이미지3, 한숨소리)아직도 지우지 못한 아픔으로 거기 누가 한숨 쉬고 있느냐? 묵은 서류뭉치처럼 이 모든 것이 낡아버린 얘길까?(이미지2,다시 하품을 내쉰다. 사이 이미지3, 다시운다)거기 아직도 누가 슬퍼하고 있느냐? 그래, 나는 한 죽음을 보았지 -

사팔뜨기 선문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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