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이
아침에,
그것도 학교 가기 바로 직전에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제 공책을 내가 저 허락받지 않고
일기장 한다고 엄마 이름 써 놓았다고..
표시 안나게 볼펜으로 쓴 걸 지워 놓으란다.
밥상을 치우다가 나는 울화통이 터진다.
학교 갔다 오면 지워 놓겠노라고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징징 큰 소리로 울어댄다
나는 아이 책상으로 와서 칼로 이름을 긁어댄다
‘1999년 일기장, 1999년 1월부터, 전상순’
이라고 많이도 써 놓았다
그런데 책상 위에 마침 딸아이가 내 엽서에다 그림을 그려 놓았다. 옳다구나 싶어
“너는 왜 내 엽서 허락도 받지않고 그림 그렸니?”
하고 毒針을 쏘아댔다.
“깨끗하게 지워낫!”
딸과 엄마는 제각각 할 일을 미뤄놓고 그거 지우기 바쁘다.
딸은 나의 毒을 눈치챘는지 울음을 멈추고 지우개로 색칠을 지우고 있다..
유치한 나의 분노가 어디까지 갔는지 말해볼까?
“너 그거 다 안 지워놓으면 학교고 뭐고 없어?”
바깥에서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학교에 가야 되는데 안나온다고 연신 크략숑을 누르신다
“가만히 있어봐요.. 상민이가 뭘 숙제 한가질 덜 했나봐여” 하며 할머니는 손녀딸이 빨리 나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신다
그 좋아하시는 아침연속극을 보시면서..
오직 방 안에서
딸과 엄마는 ‘두꺼비와 지네(은혜갚은 두꺼비)’ 전래동화처럼
서로 毒을 품어대고 있다
‘쉭—쉭—‘
저녁에..
밭에 갔다 온 엄마와 학교 갔다 온 딸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모든 걸 잊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싸며
“숙제는 하였는공?”
“포도밭에서 무신 일 했는공?”
하며 웃고 떠들고….
아침 일찍 대화방에 갔더니 이브이님이 딸과 싸와서 나쁜아침이라고 얘기하길래
작년 이맘때 울 딸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써 봅니다.
이브이님 맘 풀으세요
오후에 딸 오면 이렇게 얘기하면 아침 기분 다 풀려요
세상의 모든 딸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이 기막힌 인연을 어떻게 설명할까?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방 부려 먹는 재미 (0) | 2005.04.12 |
---|---|
나 시집와서 (0) | 2005.04.11 |
달구새끼 후치기 (0) | 2005.04.10 |
뒤집어 보믄 서방 자랑이지 (0) | 2005.04.08 |
거름지고 장에 간다더니 (0) | 200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