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두꺼비와 지네

황금횃대 2005. 4. 11. 21:42
 

사랑하는 딸이

아침에,

그것도 학교 가기 바로 직전에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제 공책을 내가 저 허락받지 않고

일기장 한다고 엄마 이름 써 놓았다고..


표시 안나게 볼펜으로 쓴 걸 지워 놓으란다.

밥상을 치우다가 나는 울화통이 터진다.

학교 갔다 오면 지워 놓겠노라고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징징 큰 소리로 울어댄다

나는 아이 책상으로 와서 칼로 이름을 긁어댄다

‘1999년 일기장, 1999년 1월부터, 전상순’

이라고 많이도 써 놓았다

그런데 책상 위에 마침 딸아이가 내 엽서에다 그림을 그려 놓았다. 옳다구나 싶어

“너는 왜 내 엽서 허락도 받지않고 그림 그렸니?”

하고 毒針을 쏘아댔다.

“깨끗하게 지워낫!”

딸과 엄마는 제각각 할 일을 미뤄놓고 그거 지우기 바쁘다.

딸은 나의 毒을 눈치챘는지 울음을 멈추고 지우개로 색칠을 지우고 있다..

유치한 나의 분노가 어디까지 갔는지 말해볼까?

“너 그거 다 안 지워놓으면 학교고 뭐고 없어?”


바깥에서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학교에 가야 되는데 안나온다고 연신 크략숑을 누르신다

“가만히 있어봐요.. 상민이가 뭘 숙제 한가질 덜 했나봐여” 하며 할머니는 손녀딸이 빨리 나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신다

그 좋아하시는 아침연속극을 보시면서..


오직 방 안에서

딸과 엄마는 ‘두꺼비와 지네(은혜갚은 두꺼비)’ 전래동화처럼

서로 毒을 품어대고 있다


‘쉭—쉭—‘


저녁에..

밭에 갔다 온 엄마와 학교 갔다 온 딸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모든 걸 잊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싸며

“숙제는 하였는공?”

“포도밭에서 무신 일 했는공?”

하며 웃고 떠들고….


아침 일찍 대화방에 갔더니 이브이님이 딸과 싸와서 나쁜아침이라고 얘기하길래

작년 이맘때 울 딸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써 봅니다.

이브이님 맘 풀으세요

오후에 딸 오면 이렇게 얘기하면 아침 기분 다 풀려요

세상의 모든 딸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이 기막힌 인연을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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