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내가 사는 집은 꽤 지은지가 오래 되었다
박정희 시절 새벽종이 울렸네 노래에 맞춰 개량되어 지은 집이였다
그러니까 초가집을 벗어 났다는거다
부엌은 입식이 아니어서 방과 마루의 높이 보다 많이 낮았다
부엌에는 가마솥이 두 개가 걸려 있고 중솥이 한 개 그리고 연탄 아궁이가 두 개였는데
우리 방은 그나마 연탄이 아니고 불을 때서 난방을 하는 것이였다
나는 불 땔 줄을 몰랐다
어떻게 불을 붙여야 하는지도 몰라서 장작에 불을 붙일려면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첨에는 신랑이 나와서 불을 때주었다
불쏘시개를 넣고 살살 불어서 불을 붙여, 삭정이를 넣고 불을 키우더니 그 담에 좀 굵은 가지를 넣고 장작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져 옆에서 종알거리며 잉걸불이 탈 때 옆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생각이 안난다
불이 활활 타오르면 그 불빛에 빛나던 남편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다 옆에 있는 장작을 집어 주고…그렇게 불을 때면 방은 뜨거워서 들어가 앉지도 못할 정도였다..그러나 새벽에는 방바닥이 차가왔다
불 때는 것을 몇 개월 해 주더니 남편이 꾀를 부리고 날 보고 하란다.
나는 정말 난감했지만 그래도 옆에서 보고 배운게 있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하여 남편이 하던대로 차례를 짚어가며 해 보았다..그러나 당체 불이 타지 않는 것이였다.
그래서 장작을 이리저리 옮기고…불쏘시개를 장작 사이에 밀어넣고..하여간 눈물 범벅에 손은 까마귀할애비처럼 되었다.
풍구를 돌려 장작에 불이 잘 붙으면 기분이 좋았다.
아! 나도 뭔가 해 내었구나… 펄펄 끓는 물을 바가지로 퍼내서 설거지 할 때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불이 예전엔 부정을 정화시킨다고 했다
성경에도 불이 말씀이라 했으니..나는 그 말을 진짜 장작불에 대비하여 내가 내 마음을 저 불로 정화를 시킨다고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불 때는 일은 하나의 성스러운 작업으로 느끼기 까지 하였으니…이런 어줍잖은 감상이 없었다면, 나는 그 넘의 아궁이에 불 피우는 작업을 집요하게 하기 보다는 물을 한 바케스 쳐 넣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불 때는 일이 익숙해 질 무렵 남편이 내게 말했다
아주 중요한 비법을 전수하겠노라면서..
“뭔데요?”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 내게 남편은..
“불과 女子는 쑤석거리면 안되느니라…”
아! 그런 비법이?
정말 나는 불이 피지 않아 얼마나 장작을 쑤석거렸던가?
쑤석거림…
그려, 불은 쑤석거리면 영락없이 시커멓게 꺼져 버렸던 것이다(여자는 왜 쑤석거리면 안 되는지 물어 보지 못했다..그저 불 피우는 비법만 중요해서리….ㅎㅎㅎ)
속으로 ‘아이고 이 잉간아..갈케 줄라면 좀 일찍 갈케주지…’ 하였지만 겉으로 뱉질 못했다
그만큼 나이 다섯은 극복하기 힘든 두려움이요 내게 있어 촌살림은 너무 큰 덩치였던 것이다 . 나는 몰라서 그런거니까 부지런히 배워야지..그런 맘 뿐이였다 (정말 착하고, 참 등신같이 착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고 집을 새로 증축을 하였다
집을 새로 만드는 동안 우리는 아랫채에 가서 살았는데 그건 창고로 쓰였던 방이다
그 방에 신문지로 도배를 하고 살림은 차고로 옮겨놓고 작은 흙집에 살았다 5개월동안..
그 방은 옛날 격자문살이 있는 여닫이 문이여서 밤에 네식구가 누웠으면 창호지를 통해 달빛이 식구들 얼굴에 환했다
가끔 바람이 불면 감나무 이파리가 일렁거리는 모습이 그림자로 비춰 이마 위에 어른 거렸다
방 문을 열면 쪽마루에 고양이도 같이 자고, 쌀가마니 위에 쥐들이 들락거리는 소리가 밤새도록 요란하였다.
그렇게 집을 완성해서 새 집으로 이사를 갈려는데 이 집의 장남 부고가 날아 들었다… 그 눈물의 세월이야 어찌 말로 하랴..
그 때부터 나는 시부모님 병원생활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대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여우살이 시킨 떡대 같은 아들이 그리 되었으니… 그것도 장남이.. 그 심정이야 어떠하시랴…
하여간 우린 새 집으로 이사를 왔고 나는 더 이상 마루에서 부엌으로 내려가면서 발이 신발위에 놓여지지 않아 하루에 양말을 세 번씩이나 갈아 신던 생활을 청산했다
입식 부엌이 그렇게 좋은 줄은 재래식 옛날 부엌을 써 본 者 만이 알리라..(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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