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애들한테 석필이란걸 물으면 아는 놈들 없을 걸?
나 어릴
때 사방치기하며 놀고, 고무줄 뛰기 하면서 해지는 줄 모르고 살 때
석필 한 자루 있으면 마음은 담방 부자가 되었다.
선생님 칠판에 있는 분필 동가리도 가져오기 힘든 때였으니
맨질맨질하면서도 납작한 면이 매끌매끌 감촉이 좋았던 석필을
어쩌다 손에 넣게 되면
그것보다 귀하고 기분 좋은 일은 아마 없었을거라
세멘바닥에 사방치기 도형을 그릴 때도 우쭐한
마음으로 적당한 면분활이 된
모양을 궁뎅이 쳐들고 자랑스럽게 줄을 그어나갔었다.
그러다 커가면서 석필은 우리 손에서
멀어져 갔고
나중에 내가 상고 졸업하고 주물공장에 들어갔을 때
용접공 손종태가 석필 좀 사달라고 하꼬방 경리인
나한테 부탁을 할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 가슴이 팔딸팔딱 뛰더니만
공구상에 연락해서 석필 한 통 납품 받아서는
손종태보다 내가 먼저 석필 통을 열어
한 개를 쌔벼서 내 서랍 속에 넣었다.
용접시다 손종태가 석필 한 통을
받아가지고 가서 그 중 하나가 없다고 내한테 항의할 처지는
못 되었다 하더라도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 했을거다.
'석필이 왜 하나 모자라지..'함씨롱.
손종태는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아서 김기사 아저씨가 종태를 불러다놓고
"야이, 종태야...니 아무리 힘들고 그래도 고등학교까지는 검정고시를 하더라도 졸업하그라"
그렇게 간곡히 말해서
종태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 공부를 퇴근후에 하러 다녔다
얼굴이 지금으로 치면 축구선수 박지성 좀 닮았는데 여드름이 볼에 늘
빨갛게 돋아났었고
장정구 빠마를 한 듯 곱슬머리였다.
그 때 내가 쌔벼넣은 석필은 지금 아무리 기억을 해도 어떻게
했는지 생각나지 않고
까마득히 잊어버린 손종태는 생각이 난다.
한 때의 인연으로 내게 걸렸던 그 많고 많은
사람들이....지금은...다들....무얼하고 ...살아가는지......
덤)용접공 종태는 석필로 철판에 금을 긋거나 모양을 그리고 산소용접기로 석필 모양을 따라가며
열을 쬐어 철판을 잘라냈다. 나는 스무살 때 그것도 참 하고 싶었다. 매캐한 용접봉 연기만 아니였더라면, 그 번득이는 용접불꽃에 어쩌면 내
인생의 조금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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