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림 밑에 달력을 그려서 편지를 보냈는데 오늘은 첫 편지니까 그래도 사연이 많은게 훨씬 좋겠지요. 설거지 끝내놓고 몇 줄 그어놓은 줄 사이에다 글자를씁네다.
사람들은 '줄과 줄'사이를 행간이라 이름지어놓고 글자가 생긴 이래로 셀 수없는 의미와 농간을 끼워넣기 시작했겠지요. 함축, 비유, 은유, 암호.....
자,, 편지를 받고서는 마찬가지 그것들을 해독해 볼려고 밤을 지샙니다. 그러나 우리의 편지는 그런 수고를 아니해도 되는 훨 평화에 평안입니다.
앉아 있는 책상머리에 햇살이 뼘가웃씩 들이칩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산 우에 해님이 어디만큼 떠 올랐을게다하고 짐작 할 수 있음은 많은 시간들을 그것, 풍경과 같이 지냈음입니다. 그래도 뭐 이런 느낌은 시간과 반드시 비례해서 성과가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그래...그것들을 마음으로 보았을거야 그러니까 책상 위의 햇살 그림자만으로도 중천, 떠오른 해의 높이를 가늠해내는거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느낌을 나도 가늠해 본다지요. 그 때도 역시 저 햇님이 내 안으로 들어오던 방법으로 그들을 보는거지요. 얼마나 마음으로 보아내는가...하는.
조금있다가 암탉이 알 낳으려나봐요. 구석에 앉아 알 스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올..골,골,골골......편한 날들 되십시요. 안녕 2005. 4. 19
둘,
남행 열차를 타신다니요.
눈에 환히 들어오는 풍경같은 글자입니다
사람이 풍경으로 보일 때 어떻다고 정현종 시인은 시까지 지으셨더만 나는 그저 마음이 풍선처럼 부불기만 하네요
마음만 하릴없이 바빠 부엌이며 마루며 종종거리다 마침내는 아랫채 볕드는 툇마루에 궁뎅이 걸치고 앉아 마음을 잔잔히 거풍까지 시켰지모야요. 어찌 이리 설레는지요.
또 마음이란건 박사(薄紗)처럼 저 혼자 얇아졌다가 능라(綾羅)처럼 스스로 흐르는 빛에 눈이 부시기도 합니다.
이것은 모두 당신이 남행열차를 타신다는 언약 위에 보석알갱이처럼 빛나는 내 마음의 변덕입니다.
옛 조선의 여인들은 호롱불 밝혀 놓고 이렇게 편지를 썼겠지요.
붓으로 사연을 적을래니 마음은 바빠도 글자를 빨리 쓸 수가 없으니 마음에 가득한 정은 한 자, 한 자, 쓰는 붓끝에 시쳇말로 슈퍼울트라농축 사연이 되었을게 분명합니다.
문풍지 흔들릴 때마다 나조반 불빛도 움찔하였을테고, 창호 문살에 비추인 여인의 귀밑머리 그림자도 매양 그리운 이를 향해 살짝 몸 돌려 보았을테죠.
배깔고 누워 썼더니 글줄도 나를 따라 눕고 싶은가봐요.
마침 저번에 사온 한지 중에 이리 이쁜 토끼풀이 나란히 있어 내 눈은 잠깐 반짝였답니다. 액자에 변하지 않게, 아! 부서지지 않게 넣어둡니다.
세로 글자가 읽기 힘드시지요.
그러나 더디 읽는 동안 나는 그대의 가슴에서 오래 머물거라 생각이 드니... 200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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