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나 시집와서 3

황금횃대 2005. 4. 17. 08:17

부부로 살면서 맨날 좋을 수가 있는가 울 아들놈 겨우 말 할 줄 알 때 우린 엄청 큰 싸움을 했다 그 날은 앞들 논에 타작을 하는 날이였다 남편은 차를 한다고 타작을 해도 일을 하지 않는다 울 시동생이 논일이며 밭일이며 기계로 하는 것은 다 하는 것이다 그 날도 예외는 아니 여서 이슬이 마르고 타작을 하였다

 

 

나는 아이 둘과 씨름하며 샛밥을 만들고, 점심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차를 어디까지 대어 달라는 것이다 그 때만해도 핸드폰이 귀한 때라서 우리는 그게 없었다 어떻게 아는 집으로 연락을 하여서 차를 그리로 보냈는데 전화한 사람이 그만 가고 없었다 남편은 바람 맞은 게 너무나 화가 나서 내한테 제대로 못한다고 퍼부었다 나는 늘 그려려니…하면서 참고 집으로 들어 왔는데 남편은 그렇게 말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집까지 따라 들어와서 뭐라고 자꾸 그러는 것이였다

 

 

나는 암말 안하고 뒤안으로 다니며 일을 하는데 갑자기 신경질이 나는 것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잘못이라면 차를 불러 놓고도 기다리지 않고 가버린 그 사람이 잘못이 아니겠는가?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받쳐 올라 오는데 남편이 또 그까지 따라와서 뭐라고 한다

에잇! 참을 수 엄써! 나는 엎드리서 일을 하다가 머리를 휙 들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뭘 잘못했는데? 뭐~~얼 그리 죽을 죄를 짓는데 말한번 해봐요!” 하면서 싹 달라들었다 남편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면 큰 창피로 알고 있는데 바로 뒷담 뒤에는 이웃집이 있고 적어도 우리집에서는 큰 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 간 적이 없었는데.. 이 새파란 여편네가 독사같이 독을 돋우고 하늘 같은 남편에게 달라 들었으니..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을 것이다..

 

“오냐…니 목소리 크다.. 더 크게 괌 질러봐라 어디…”

 

“하이고 내가 내 입가지고 목소리 크게 못 낼 일이 뭐있으까?” 하면서 나는 계속 뭐라고 말을 했고 급기야 남편은 내 목소리의 우렁참을 깨달았는지 나를 자꾸 집으로 끌고 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순간 생각에 ‘ 저 더러분 승질에 집 안에 들어가면 뭔 일이 날것이여..’ 하고 악착같이 안 들어 갈라고 버팅겼다 그러자 남편이 내 멱살을 잡는 것이다 옥상에서 나락 가마니를 들어 옮기던 시동생은 말리지도 못하고 옥상에서 밑으로 뻐어이 쳐다 보고만 있다(울 시동생 씨름 선수인데 아마추어 전국 씨름 선수권 대회에서 1등도 하였다)

 

 

참으로 가관이였을 것이다. 자꾸 방 안으로 들고 들어가려 하길레 내가 남편의 손등을 물어 뜯었다. 남편은 기습을 당해서 주춤하고 물러섰다. 나는 너무 분기탱탱천!하여 눈에 보이는 뭐라도 집어 던져야겠다고 급하게 생각했다(일종의 쐐기를 박는 행동이 필요했다^^)

 

 

우리집 뒤안에는 백년씩 혹은 그 보다 조금 못한 수령을 가진 증말로 큰 장독이 즐비하다 쌀 두 가마니씩 들어가는 독도 있다 그쪽으로 몸을 비호같이 돌려 함지박만한  장독 뚜껑을 하나 들어서는 뒷담 쪽에 있는 터줏대감 틀어 놓은데를 향해 힘껏 집어 덴졌다. 장독뚜껑은 박살이 나고 나의 이 한판 행동으로 인해 싸움은 잠시 멈칫해졌다 남편의 눈은 화등잔 만해지고 이 사태을 우째 수습해야하나..하고 생각하는 듯 소강상태가 되었다

 

 

여전히 시동생은 옥상에서 “고만해여…. 고만하면 좋겠구먼…”이런 말만 하고 있다가 나의 행동을 보고 거의 기절 직전이였다. 어머님이 그렇게 모진 세월을 살았어도 장독 뚜껑 집어 던진 일이 없거늘.. 저 곱상하게(?)생긴 형수가 그럴 줄 증말 몰랐던 것이다

 

 

남편의 손등에는 피가 철철 흐른다 (좀 아플거야…흠..) 그 때 어머님이 오시고 어머님께서 “하이고 야들아 와이러노?”하시면서 진정을 시키시는 바람에 싸움은 끝났다. 좀 시간이 흐른 뒤 사태파악을 하신 어머님이 머무른 눈길은 역시 터줏대감 옆에 박살이 난 장독 뚜껑! 남편왈 (손등에 피를 닦으면서)

 

 

“내가 화가 나서 장독뚜껑 하나 깼어요…”이런다 (아!!!!!!!!! 나는 그때…무신 생각을 했나?) 우리 어머님 아직도 그 뚜껑 남편이 깬 줄로 안다 ㅎㅎㅎ 그 이후로 남편은 싸움 장소 이동을 위해 날 붙잡는 일은 없다 그냥 시작한 장소에서 끝내고 만다.

 

 

세월이라면 그리 이름 붙일 만도 한 시간이 흘렀으니.. 여전히 우린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끝을 낸다 그러나 그런 치열함이 식어가면서 함께 식어 가는 것도 있나니….

 

 

 

 

 

2002/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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